리뷰[Review]/책

콰이어트 (Quiet) 리뷰

시북(허지수) 2013. 9. 3. 16:55

 일반적인 생각들과 다른 접근을 하는 책을 보면, 굉장히 반가우면서도 한편으로는 놀랍고 당황스러울 때가 있습니다. 무척 감동적인 책인 콰이어트는 일종의 도전장과 같습니다. 외향성이 우대받고, 자기PR이 당연시 되며,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말하는게 "능력"이 되는 세상에 대하여, 정면으로 반기를 들고 있기 때문입니다. 저는 정말이지 이 책을 좋아해서, 몇 번이고 읽어내려갔는데, 이제 소화를 끝마치고(!) 즐겁게 리뷰를 해볼까 합니다.

 

 비범한 창의력은 어디에서 비롯되었을까요? 특별한 이들을 연구한 칙센트미하이는 충격적인 이야기를 해줍니다. "또래들에게 기이하게 비치는 관심사에 강렬하게 호기심을 보이거나 집중한 까닭"에 어린 시절 주변부에 머물렀던 사람들이, 오히려 매우 창의적인 사람들이 되었다고 표현합니다.

 

 달리 말하자면, "고독을 가까이에 하고, 혼자서 인내하며, 끝까지 밀어붙이는 능력"을 갖추고 있어야 합니다. 이것이 비범한 창의력을 가지는 길이라고 합니다. 이에 관련된 유명한 조사가 이어집니다! 아래에서 계속...

 

 저자 : 수전 케일 저 / 김우열 역 / 출판사 : 알에이치코리아(RHK)

 출간 : 2012년 06월 26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476쪽

 

 

 이를테면 세계적인 최고의 피아노 연주자들은, 하루에 3.5시간 동안 "혼자서" 연습하는 시간을 가집니다. 진지하게 고독에 파묻혀서 홀로 스스로를 점검하며, 실력을 기른다는 것입니다. 왜일까요? 같이 연습 하면 안 되는걸까요?

 

 이에 대한 해답은 "자기주도력"에 달려 있습니다. 혼자 있으면서도, 스스로 꾸준히 연습을 하려면, 굉장한 자기 주도력이 있어야만 가능합니다. 대부분 우리가 평범한 수준에 머무르는 까닭은, 혼자 있는 시간을 기피하거나, 혹은 혼자 있을 때에는, 주도하지 않는 행동들, 생각하지 않는 행동들을 선택하고, 어제와 같은 오늘에 만족하기 때문입니다. 뒤집어 말한다면, 혼자 있는 시간 동안 얼마나 연습하느냐? 라는 질문에 확실하고 선명하게 대답할 수 있다면, 우리는 비범한 길로 점차 다가갈 수 있습니다. 음, 글로 써보면 놀라우리만큼 간단하네요. 하하.

 

 그런데 현실로 적용해 들어가보면, 고독한 과정이란 - 훨씬 엄격해져야 한다는 것을 알 수 있습니다. 작가 카프카의 예를 들어보지요. 카프카는 글을 쓸 때, 사랑하는 약혼녀가 옆에 있는 것조차 견디지 못했습니다. 어딘가에 꾸준히 혼자 매달린다는 것은 다른 측면에서는 많은 것을 포기해야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그러므로 시간과 공간의 충분한 확보가 중요하다는 느낌입니다. 그 후, 최소 하루 3시간 이상 주도적이고 저돌적으로, 그 분야에 매진하는 겁니다. 탁월성에 이르는 길! 이처럼, 글로는 너무 간단하고, 직접 해보면 정말 만만찮은 그 길! 그래도 도전해 볼만 하지 않을까요. 하하.

 

 콰이어트는 계속해서 내면의 힘이 중요하다고 강조합니다. 이를테면, 오늘날은 팀워크와 커뮤니케이션이 찬사받는 세상입니다. 그렇기 때문에, 얼핏 보면 말을 잘 하고, 활발하게 행동하는 사람이 좋아보이지만, 실제로 조직에서 중요한 사람은 과연 누구일까요? 저는 지금도 확신하는데, 자신의 의견을 분명하게 가지고 있는 "조용한 사람들" 이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이들의 이야기를 반드시 들어봐야 한다고 생각하고요.

 

 다시 말해서, 목소리 큰 사람들에게 휘둘리지 않는 태도가 중요합니다. 자기 의견 만큼이나, 남의 의견도 의미가 있다는 기본적인 생각도 하지 않고, 그저 말만 하는 사람들이 늘어나고 있습니다. 오늘날 우리에게는, 말하는 스킬이 아니라, 생각을 올곧이 다듬고, 의견을 묻는 태도가 더 중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책에 소개된, 스포츠 이야기를 잠깐 해보면, 관중이 아예 없는 경우에, 오히려 제대로 실력 발휘가 되는 경우가 있습니다. 반대로, 연습 때는 탁월한 사람이 정작 실전 앞에서는 초라해 질 때가 많고요. 이 경우 사회적 압력이 작용하기 때문입니다. 바라보는 눈들이 늘어나면 평가를 실시간으로 받게 되니, 좋은 자극이 될 수도 있지만, 역으로 스트레스로 작용할 수 있지요.

 

 결론적으로, 독립적으로 행동하고, 창의적으로 생각하기란, 고통스러운 일이고, 힘겨운 일입니다. 적당히 다수에 묻어가는 편이 안전해 보입니다. 뭐 먹을래?? 아무거나 괜찮아!!! 오늘의 점심 선택 조차, 우리는 생각을 회피할 때가 있습니다.

 

 저의 오랜 고민은 "왜 누군가는 아무도 보지 못하는 지점을 볼 수 있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왜 어떤 사람은 거의 한계점에 도달했음에도 거길 넘어서까지 의지력을 발휘하는가?" 라는 질문이었습니다. 조금 더 쉽게 표현한다면, "왜 다르게 생각할 수 있었던거지?"

 

 그렇습니다. 저는 조금이라도 다른 답을 하는 사람이 되고 싶었습니다. 오래도록 따라붙었던 욕망이지요. 콰이어트에서 두 가지 열쇠를 얻게 되었습니다. 하나는, "고독의 순간을 사랑하라" 입니다. 두번째는 "차분하게 인내하라" 입니다. 이럴 때, 생각나는 명작 영화가 있네요. 영화 쇼생크 탈출에선, 감옥을 탈옥하는 주인공의 엄청난 의지에 감동하게 됩니다. 저는 인생에서 그렇게 "변함없는 불굴의 의지"가 있기를 얼마나 원했는지 모릅니다.

 

 그리고 이제는 어렴풋이 이해하게 되었습니다. 고독한 순간을 계속 만들고, 그 속으로 걸어 들어간다면, 마침내 우리는 그 누구도 닿아보지 못했던 곳까지 다가갈 수 있지 않을까요. (※여담이지만 - 그렇다고 해서, 인간관계를 피폐하게 만들고, 은둔형 인간이 되자 라고 강조하는 것은 아닙니다. 단지, 무슨 일을 제대로 맞붙어 볼 때는, 결연한 의지가 있어야 하며, 독립의 고통을 감수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워즈니악의 놀라운 조언을 덧붙이며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혼자 일해라. 혼자서 일하면 혁명적이고 특색 있는 상품을 디자인할 수 있을 것이다. 위원회는 아니다. 팀도 아니다." 창의적인 회의를 하기 위해서는, 이 곳에서 혁신적인 결단을 할 것이라고 착각해서는 곤란할 듯 합니다. 그것보다는 서로가 "오래도록 혼자 생각을 해두었던 것"을, 표현하고 공유하고, 또 다시 그것을 바탕으로 "혼자서 고민해 나가는 시간들을 확보"하게 만드는 편이 낫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저는 여전히 백지장도 함께 들면 가볍고 즐겁다고 생각합니다. 행복 역시도 혼자 오지 않는다고 생각합니다. 다만, 탁월성, 비범한 모습은 분명히 혼자서 고독하게 노력해야만 얻게 된다고 생각합니다. 그래서 책을 덮으며 전혀 비범하지 못한 스스로를 재발견하고, 그동안 얼마나 편하게만 선택하고 살아왔던가를 반성할 뿐입니다.

 

 결과를 걱정하지 않고, 하고 있는 것에만 집중하는 태도, 최대한 완벽하게 하도록 노력하는 태도. 이 근사한 삶이 사실은 인내심에서 비롯된다는 것. 앞으로도 오래도록 가슴에 품어보려고 합니다. 오늘 가을 첫 리뷰는 여기에서 마칩니다. 독서의 계절이 다가오는데, 자신의 성격이 내향적인 분들이라면 콰이어트 적극 추천해 봅니다 ^^ / 2013.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