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사랑하기에 결코 늦지 않았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0. 29. 21:53

 독서를 하는 도중에, 쾅 하고 부딪혀서, 생각에 잠기게 되는 문장을 발견하면 매우 기쁩니다. 사실 하지현 선생님의 이 책은 전작인 "심야 치유 식당"의 후속편 쯤 되는 포지션이라서, (전편을 재밌게 본 입장에서) 보긴 봐야 하는데, 주제가 사랑이기에 선뜻 손이 가지 않았습니다. 나름대로 고독을 잘 견디는 편이고, 혼자서도 잘 놀기 때문에, 쓸데없는 자신감이 있었나 봅니다. 그리고, 한 바퀴 즐겁게 이 책을 완주하고 난 느낌은, "이건 사랑에 대한 책이 아니었어!" 입니다. 오히려, 인생을 당당히 살기 위한, 정신과 의사샘의 응원가로 느껴졌습니다. 역시나 고마운 책입니다. 하하.

 

 그건 그렇고, 참 멋진 문장 하나 소개하고 시작할까 합니다. "들은 것은 곧 잊어버린다. 본 것은 기억된다. 해본 것은 내 것이 된다." 직접 경험해 보는 것은 정말로 대단한 힘이 있다고 생각합니다. 몇 번 써먹었던 사례를 하나 가져와볼까 합니다. 제가 눈으로 직접 본 것으니까, 이건 확실히 기억하고 있습니다 :) 흔히들 수학을 잘하기 위해서는, 남들보다 2-3배 더 노력하고, 끈기를 가지고 노력할 것을 권하고 있습니다. 어떤 선생님들은 익숙해 보이는 문제라도 눈으로 풀지 말고, 꼭 3번 정도는 필히 과정을 직접 써보라고 권하기도 합니다. 당연히 이런 이야기를 들어도, 대부분은 곧 잊어버립니다. 수학계의 노벨상인 "필즈상을 수상한 히로나카"가 "몇 배로 노력하는 게" 학문의 비결이라고 말하더라도, 역시나 잊어버립니다. 그런데?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푸른숲

 출간 : 2012년 09월 27일 / 가격 : 13,500원 / 페이지 : 308쪽

 

 

 어떤 아이가 있었습니다. 무식하게도(?) 이 친구는, 이 말을 직접 해보기로 결정했습니다. 수학교과서에다가 기본문제의 풀이과정도, 꼼꼼하게 세 번씩 풀어서 써보는 등, 확실하게 시간을 투자해가며, 수학을 가까이 합니다. 그렇게 몇 번씩이나 풀어보면서, 이 친구는 수학의 개념들을 하나씩 자기 것으로 만들어 갑니다. 뻔한 결론이지만, 반에서 선두를 달리는 아이의 실화 이야기 입니다. 저는 단지, 이렇게 풀이로 빽빽한 교과서를 실제로 보았기 때문에 기억하고 있습니다. 그리고 그 녀석은, 대담하게 해보았기 때문에, 수학의 장벽을 넘어갈 수 있었습니다.

 

 그러므로 정말로 중요한 것은, 듣거나 본 것이 아닙니다. 직접 행동하고 해보면, 그것이 체화되는 게 아닐까 싶어요. 여기서부터, 하지현 선생님의 책 내용을 빌려와, 잠깐 상상하는 글쓰기를 시도해 볼까 합니다. 감히 발칙한 상상력을 발휘해보고자 합니다. 뭐, 최면까지는 아니고요. 하하. :)

 

 자, 지금부터 작은 나룻배에 타고 있다고 상상해 봅시다. 둥둥 떠 있는데, 파도가 왔다 갔다 하네요. 불안한 마음도 스멀스멀 올라옵니다. 게다가 가만히 있으니까, 배가 자꾸만 흔들려요. 아아, 인생이 좋은 건줄로만 알았는데, 자꾸 흔들립니다. 파도는 당황스럽게도 멈추지 않고 계속 오네요. 그 때, 우리는 노를 들어보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이제, 우리는 노를 들었어요. 한 번 저어볼까요. 처음에는 힘이 들꺼에요. 그래도 온힘을 내서, 스~윽 저었어요.

 

 아! 배가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조금씩 앞으로 나아가네요. 그리고 놀랍게도, 차츰 속도가 붙기 시작하자, 배는 더 이상 흔들리지 않아요!!! 탄성이 붙으니까, 배는 앞으로 계속 움직이고, 바람이 불어와도 영향을 별로 받지 않아요. 우리는 "노를 쥐고 있다는 사실"을 명심해야 해요. 힘을 내서 저으면, 흔들림도 사라져 갑니다.

 

 이제 현실로 돌아옵시다. 행동한다는 것은 정말 매력적이라고 생각합니다. 가만히 아무것도 안 하고, 지나치게 생각에만 사로 잡혀 있으면, 불안하고 두렵고, 자꾸 혼란스럽고 부정적인 마음이 들 때가 있습니다. 그럴 때는, 원하는 방향으로 행동하면 의외로 쉽게 불안감이 사라진다는 것. 잡념이 많던 저로서는, 의사결정의 번뇌를 줄여줄 수 있는 엄청난 처방이었습니다. 오늘 할 수 있는 것을 하면서 살아간다면, 한결 인생이 재밌어 지지 않을까 싶어요. 하하.

 

 인간관계에 대한 현실적이고 솔직한 처방도 참 도움이 되었습니다. "마음을 다 준다는 말 하지도 말고, 받지도 마세요. 서로 줄 수 있는 만큼 주고, 받을 수 있는 만큼 받고, 딱 그만큼을 감사하게 여기는 것, 그러면서 그 폭을 조금씩 넓혀가는 것. 그게 사랑 아닐까, 집착이 아닌?" 저는 인간에 대해서 지나치게 기대하지 말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편입니다. 과한 기대는 실망을 낳고, 되돌아 보면, 자신의 욕심만 우두커니 남겨질 때가 있습니다.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존중하고, 있는 그대로의 타인을 사랑하기. 그러면서 조금씩 맞춰가는 것, 그 얼마나 좋은가 싶었습니다. 자신의 판타지를 남에게 강요하지 말고, 다만 상대방을 만남으로서, 나의 세계가 천천히 확장되어 간다면 참 좋을 것 같아요. 그렇게 자신만의 성곽을 세우는 대신에, 함께 살아가는 즐거움을 누린다면, 그것이 기쁨이고, 행복이라 생각합니다.

 

 아마도 하 선생님이 종종 읽고 자신을 돌아볼꺼라 생각하는, 이 문구를 소개해 봅니다. 저는 덕망이 없어서, 평생을 가도 이런 경지에 이르지 못하겠지만, 그래도 노력은 해볼까 합니다! "모든 사람의 삶을 바로잡고자 하는 열망으로부터 벗어나게 하소서 / 저를 사려 깊으나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 남에게 도움을 주되 참견하기를 좋아하는 그런 사람이 되지 않게 하소서" 참, 저는 특히 시무룩한 사람이 되지 않기를 희망합니다! 우중충한 얼굴이 되지 않기를 노력해야 겠습니다. 유쾌하고 명랑한 사람이 가지는 건강한 매력이 좋으니까요.

 

 결론은 조금 과감하게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152p) "우물쭈물하다가 이러지도 저러지도 못하면서 안절부절못하는 것보다는 후회 없이 느낌 가는 대로 사는 것이 더 괜찮은 인생 / 비록 원하는 것을 모두 다 가질 수는 없을지 몰라도." 이 대목을 여러 번 읽으면서, 저는 자유로운 기분이 들었습니다. 느낌 대로 살면서, 필요한 것들을 누리게 된다면, 그 어떤 부자도 부럽지 않을 것 같았습니다. 힘을 내 결정을 하고, 자기 스타일대로 살아간다면, 그런 인생의 날들은 얼마든지 "근사한 하루" 라고 불러도 좋을 것 같네요.

 

 그러고보니, 역시 저절로 좋은 날이 오거나, 멋진 곳에 도달할 수는 없다고 생각합니다. 방향을 정하고, 힘껏 노를 저어보는 것, 처음에는 무척이나 힘이 들겠지만, 그렇게 삶에서 능동성을 확보해 나갈 때, 비로소 두려움이라는 파도가 시야에서 사라지는 것 같습니다.

 

 오래 전에, 저는 가장 없애고 싶은 것을 "두려움"이라고 적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때 어떤 퍼포먼스(행위)로 기억하는데, 그 종이를 찢고 불태워 버렸던 기억이 납니다. 잠시 두려움이 정말로 날아간 기분이 들었지만, 곧 돌아온 일상에서는 여전히 망설이고 두려워하는 스스로를 발견하곤 했습니다. 말하자면, 불안의 파도는 계속해서 방심의 틈새로 파고들어올 때가 있었지요.

 

 참 많은 시간이 지나서, 그 때의 고민들에 대한 해답을, 뒤늦게 발견해 나갈 때, 저는 참 기쁘고 감사한 마음이 듭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을 때, 가장 두려워한다는 매력적인 통찰을 잘 간직하려고 합니다. 그래서 결실이 보이지 않아도 한 방향으로 꾸준히 나아가는 인내를 배워서, 조금은 더 넉넉하고 괜찮은 사람이 되어가기를 바라봅니다. / 2013. 10.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