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리얼 스틸 (Real Steel,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3. 11. 12. 23:47

 한마디로, 용기를 주는 영화 였습니다. 리얼 스틸은 거대한 현실에 맞서며 열심히 싸워보는 게 얼마나 중요한지 감동적으로 그려내고 있는 멋진 작품입니다. 부담없이 받아들일 수 있는 왕도스토리, 긴장감이 적절하게 유지되는 사운드, 요즘 예능의 트렌드라는 귀여운 아이까지 등장! 남녀노소 누구나, 삶이 지칠 때에 본다면 커다란 용기를 얻게 될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우선 저는 작은 승리의 중요성에 대해서 언급하고 싶습니다.

 

 작은 승리를 누적해서 쌓아나가면, 커다란 힘이 된다는 말이 있습니다. 할 수 있는 가장 작은 일을 목표로 정하고, 그것을 반드시 성취해 본다는 개념입니다. 이제는 습관화가 되었는데, 제 경우 이유없이 TV를 켜는 일은 삼가는 편입니다. 심심할 때 스마트폰을 갖고 노는 행위도 금기시 했습니다. 별 거 아닌, 소소하고 작은 행동 두 개였지만, 덕분에 자투리 시간이 상당히 늘어났습니다. 덕분에 간혹 피곤하면서 심심할 때는, 아예 잠깐 쪽잠을 자기도 합니다. 중요한 일을 열심히 하기에도 인생은 꽤 짧은 게 아닐까 합니다. 여하튼! 영화 리얼 스틸은 고물 로봇의 성장기로도 읽을 수 있는데, 작은 승리가 자신감을 만들었고, 더 큰 도전으로 인도한다는 느낌이 참 좋았습니다.

 

 

 우선 아빠 찰리는 주류에서 자꾸만 밀려나곤 했습니다. 젊은 시절 복싱 기술을 갖고 있었고, 밥벌이를 충분히 해내곤 했지만, 어느새 복싱의 인기는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그러다보니, 지금은 빚에 쫓기며, 로봇 파이터를 하며, 억지로 생계를 유지하고 있습니다. 찰리는 이미 가족도 내팽겨쳤고, 어찌보면 혹독한 C급 인생, 혹은 막장 라이프에 가깝습니다.

 

 그런 찰리에게 뒤늦게 아들 맥스가 다가왔고, 부자(父子)는 어색하지만 함께 나날들을 보내기 시작합니다. 출발부터 이들은 유쾌하게 삐걱댑니다. 맥스왈, "찰리, 나를 트럭에 태워줄꺼에요? 아니면 차 키를 하수구에 확!"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나쁜 아빠 찰리는, 아들의 양육권을 이모에게 팔아치우며, 거금 5만 달러를 이모네 부부에게 뜯어냈습니다. 그래놓고, 다짜고짜 고성능의 로봇을 구입하며, 로봇 파이터로 화려하게 살아가기를 꿈꿉니다. 졸졸 따라다니는 맥스도 아빠의 무모함과 화려한 로봇에 나름의 기대를 거는 모양입니다. "그럼! 인생은 한 방!" 이라며, 시작부터 큰 판에 나섰지만, 찰리네 비싼 로봇은 금방 박살나버리고, 머리통이 슝 날아가버립니다. 첫 판부터 게임 오버 입니다.

 

 찰리는 예전부터, 한 탕을 꿈꾸며 끈질기게 살아왔습니다. 정확하게 현실을 판단하기 보다는, 무모하더라도 폼나는 큰 판이 더 좋았던 겁니다. 그런데, 지금 그 끝은 너무 비참하기만 합니다. 앞길이 막막해진 찰리, 그리고 뒤따르는 아들 맥스는, 끝내 고철을 처리하는 곳에 몰래 숨어들어가 쓸만한 녀석을 뒤적거려야 했습니다. 아뿔싸! 게다가 맥스는 까마득한 구덩이 아래로 미끄러지다가, 간신히 살아나기도 합니다. 한편, 보잘 것 없어 보이기만 하던, 찰리의 다정한 면모도 확인할 수 있었습니다. 위기의 순간이 두 사람을 더 친밀하게 해주었네요 :)

 

 하늘이 무너져도 솟아날 구멍이 있었던지, 맥스는 드디어 고철 더미에서 새로운 희망을 발견합니다. 구식 로봇을 끄집어내서, 한 번 부활시켜보자! 그리고, 이 소박한 마음이 곧 기적이 되어갑니다.

 

 "지금 발을 딛고 있는 거기서부터 출발하라" 저는 이 말이 가진 무게감을 정말 좋아합니다. 현실적이기도 하고, 일단 가능한 일을 시도해보라는 것입니다. 물론, 쉽지만은 않아요. 맥스는 밤새도록 낑낑대며 "아톰"이라는 구식로봇을 고철처리장에서 트럭으로 옮겨올 수 있었으니까요. 그런데 어쩌면 여기에 재밌는 비밀이 있는지도 모릅니다. 어렵게 발견하고, 소중하게 다루기 시작한다면, 그건 매우 특별한 존재가 될 수 있습니다.

 

 로봇 아톰은 희귀한 기능인 섀도우 기술을 탑재하고 있었습니다. 또한, 맷집이 좋았습니다. 사실, 장점은 그거 두 개 밖에 없었고, 단점은 심각하게 많습니다. 파괴력이 없는데다가, 신형 기술도 탑재되어 있지 않고, 그야말로 꿔다놓은 보릿자루 같았으며, 권투장에 매달아 놓은 샌드백 같은 녀석이었습니다. 그런데 정말 신기한 것은, 11살 소년 맥스가 아톰의 "장점"만을 집중적으로 본다는 점입니다. 아톰은 동작을 따라할 수 있었는데, 맥스는 그것 하나만으로도 너무 신나합니다. 솔직히 말해, 저는 맥스가 가진 "경이로운 시선"이 대단히 부러웠습니다. 존재가 가진 장점 하나에 한없이 자랑스러워하는 태도. 그렇게 본다면, 11살 맥스야 말로 "어른이 배워야 할 훌륭한 스승"이 아닌가 싶었습니다.

 

 그리하여, 아톰은 점차 날개를 달게 됩니다. 드링크를 쏟아부으며 노력한 맥스 덕분에, 이제는 음성 인식 기능이 업그레이드 되었고, 춤과 복싱기술까지 지치지 않고(!), 하나씩 습득해 나갑니다. 그렇습니다. 날개를 달아주는 것은 레드X 음료가 아니라, 사람의 정성이 아닐까요? 고철더미에 쳐박혀 있던 아톰, 그리고 거의 재기불능의 코너로 몰렸던 찰리, 그들을 희망으로 이끈 것은 다름 아닌 소년 맥스라는 점이 저는 경쾌하고 즐거웠습니다.

 

 특히나 신난 것은 찰리입니다. 조숙하고 영특한 아들을 보고 있자니 흐뭇하기도 하고, 뿐만 아니라 자신이 쓸모 있는 사람이었음을 새삼 깨닫게 되자, 매우 힘을 내기도 합니다. 아톰에게 실전에서 써먹을 수 있는 복싱 기술을 전수해주며 즐거워하는 장면은 진한 뭉클함이 있습니다. "나도 아직 할 수 있는게 있는걸!"

 

 애정과 신기술로 완전히 강화된 아톰은 이후, 작은 승리를 계속해서 쌓아나갑니다. 돈도 들어오고, 아마추어 무대에서는 벌써 유명인사가 되었네요. 아톰의 가장 큰 장점은, 패턴이 정해져 있지 않다는 점을 들 수 있습니다. 유연한 대처능력은 때때로 놀라운 힘을 보여줍니다.

 

 저는 아톰이 프로무대에 진출해서, 강호 트윈 타워와 대결하는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일방적으로 밀리면서도, 아빠 찰리는 매의 눈을 발휘하며, 상대방의 약점을 찾아냅니다. 아톰은 약점 부위만을 집중 공략하는 저출력 고효율의 전략을 구사하며, 기적적인 승리를 거둡니다. 이 장면은 너무나 매력적이었고, 극중에서도 로봇 파이터계의 최강자 제우스팀에게까지 인상을 남길 정도였습니다.

 

 찰리의 멋진 모습들이 계속해서 펼쳐집니다. 알고보니 나쁘고 저질인 인간이 아니라, 한 켠에 멋진 모습을 이미 갖고 있는 사람임을 알게 됩니다. 가령 상대 로봇이 어떻게 나올지, 어디가 약점인지, 찰리는 단 한 번도 틀리지 않습니다. 또한 주어진 기회가 자신에게 찾아오자, 혼신의 힘을 다해서 싸울 줄도 압니다. 그러면 의문이 생깁니다. 대체 찰리는 왜 그렇게 초반부에 꼴불견이었던가요?

 

 대략 세 가지 이유라고 생각합니다. 첫째는, 싸움 자체가 불공정 했었습니다. 영화 초반, 구식 로봇으로 무려 1톤의 챔피언급 황소와 붙은 것은 거의 사기 당한 것에 가깝다고 봐야겠지요. 둘째, 비싼 로봇을 가지고도 지나치게 자만해서 쉽게 이기려고 했던 것이 대패의 원인이었습니다. 마지막으로 결정적인데, "삶을 살아가는 목표의식"이 뚜렷하지 않았기 때문입니다. 그러나, 이제 이 모든 것이 달라졌습니다. 맥스라는 그 아들내미 덕분입니다!

 

 보다 공정한 싸움을 펼칠 수 있게 되었고, 자만 대신에 오래도록 공을 들이는 방법을 아들을 통해 배웠습니다. 맥스는 아톰을 꺼낼 때도 그랬고, 개조할 때도 그랬고, 한 가지에 밤을 새울 만큼 공을 들였습니다. 따라서, 밤마다 술병과 친구했던 찰리는 반성해야 합니다! 게다가 맥스와 함께 지내며, 인생에서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배워갑니다. 비록 뒤늦었다 할지라도, 사람이 이렇게 성숙해져 가는 모습을 본다는 것은 참 감동적입니다. 돈이 중요한게 아니라, 끝까지 싸워보면서 소중한 것을 지켜내는 것이 정말 중요하다는 것을, 영화는 온몸으로 말해줍니다. 찰리가 온 힘을 다해서, 잽을 날리고 어퍼컷을 날리는 모습은, 열정을 가진 사람이 세상에서 제일 아름다움을 말해주고 있습니다.

 

 이제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겉이 낡았다고 해서, 그 가치가 형편없다는 것은 오판입니다. 열심히 도전했다가, 패배로 끝나버렸다 할지라도, 그것이 후회를 남기지는 않습니다. 오히려 자신의 마음을 외면하고, 지레 두려움에 포기를 선택했을 때, 인간은 후회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므로, 지금부터라도 아이 앞에, 혹은 자신 앞에 비겁하지 않게 살아가는게 중요합니다. 지난 날의 잘못을 반성하고, 오늘의 새로운 삶은 얼마든지 가능합니다.

 

 어쩌면 누구나 형편없는 모습이 한두개 쯤은 있는지도 모릅니다. 위기 앞에서 차라리 도망치거나 숨고 싶어질 때도 있겠지요. 그러나, 그 약한 모습이 우리의 전부는 절대로 아닙니다. 그럼에도, 힘을 내고, 용기를 내어볼 때, 우리는 가능성을 향해 앞으로 걸어가는 자신의 멋진 모습을 보게 될 것입니다. 한 차원 높은 자신의 모습을 기준으로 놓고서, 그렇게 해볼 수 있다고 믿으며 살아갈 때, 그 모습이 무엇보다 아름답지 않을까요. / 2013.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