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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책

청소년을 위한 정신의학 에세이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13. 12. 10. 01:51

 책을 볼 때부터, 목적이 있었습니다. 도움이 될 수 있는 좋은 이야기를 잘 소화시켜서, 필요할 때 격려를 해주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너는 그래도 충분히 괜찮아, 다시 해봐" 에서 끝나기 보다는, 하나라도 근거를 덧붙이고 싶었습니다. 그런데 우스꽝스럽게도, 오히려 제가 큰 도움을 받았습니다. 마치 저를 앉혀놓고 콕 집어서 이야기 하는 듯한 느낌을 받을 정도로, 심히 적나라한 비유가 실려 있었기 때문입니다. 이 글은 일종의 고백성 리뷰가 될 것 같습니다.

 

 (202p) "현실의 삶이 우울하고 대인관계에서 상처받고 무슨 일을 해도 자신이 없고 스스로가 보잘것없게 느껴질 때, 사이버 공간이 오라고 손짓한다. 그곳에서는 동호회 사람들이 따뜻하게 맞아 주고, 같은 길드의 게이머들은 함께 사냥을 나가자며 이끈다. 게임의 힌트를 알려주면 사람들은 너무나 고마워하고, 100배는 칭찬한다. 그러다보면 현실 세계는 상대적으로 더욱 재미없는 곳이 된다."

 

 동호회를 대략 10년 정도 운영위원으로 활동한 저는 딱 3글자가 떠올랐습니다. "헉... 대박!" 그건 저의 이야기 였기 때문입니다. 또한, 늘상 고민이 많았습니다. 현실을 열심히 보내고 있으면, 인터넷 세계와는 단절되거나 멀어질 때가 많았습니다. 반대로, 가상 공간에서 활동하다보면 정말 즐거워져서, 현실의 삶이 팍팍해도 행복할 것 같다는 생각도 꽤 자주 들었습니다. 한마디로, 현실과 가상공간이라는 두 마리 토끼를 좇을 수 없다는 선명한 한계에 부딪힐 때가 있었습니다.

 

 저자 : 하지현 / 출판사 : 해냄

 출간 : 2012년 06월 30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276쪽

 

 

 하도 벽에 자주 부딪히자, 나름의 해답을 정해놓았습니다. "무슨 일이 있더라도, 현실의 삶부터 먼저 해결해야 한다. 인터넷은 없어도 충분히 살아갈 수 있지만, 현실이 망가진다면 그런 허위적 인간이 되지는 말아야 한다"고 생각했습니다. 여기까지의 결론은 괜찮았는데, 마음 한 켠의 미련이 종종 남았습니다. "아! 생계에서 벗어나 자유로운 삶을 살 수 있다면! 어린 시절처럼 고민없이 마음껏 놀 수 있다면!"

 

 그러나, 그런 미련까지도 담담하게 받아들이고, 이제는 주어진 환경 속에서 할 수 있는 일들을 다만 열심히 하자라고 다독이곤 합니다. 하루에 열 가지 일들을 할 수 없더라도, 한 가지 중요한 일은 분명히 할 수 있으니까요.

 

 시간을 지배하는 사람이 되는 법은 특히 유익했습니다. 집중력을 요구하고, 한 번도 경험해 보지 못한 새로운 상황을 접하는 경우, 그 순간은 시간이 어떻게 가는지 알 수 없을 만큼 빨리 지나간다고 느끼고, 또한 훗날 회상도 가능해 진다고 합니다. 뭐, 그건 그렇다 치고, 그렇다면 새로운 일도 없이, 매번 경험한 일만 반복하다보면? 좀 슬픈 일이지만, "아무 것도 안 한 것 같은데 벌써 1년이 지나가버렸군" 이렇게 말하게 됩니다. 생각해 볼수록, 제법 무서운 이야기 입니다.

 

 저는 나름대로 좌우명처럼 간직하고 있는, 삶의 가치관이 있습니다. "행복한 사람은 경험을 소비하며, 소유를 구하는 사람 보다 새로운 삶을 경험하는 것이 삶의 질에 더 중요하다" 라는 말을 정말 좋아합니다. 그래서, 무엇을 경험할 것인가? 라는 게 중요한 지점이 되었고, 요즘은 경험을 어떻게 남겨볼 것인가? 같은 고민도 꽤 해보곤 합니다. 신기하게도, 하나 하나 남겨놓다보면, 어쩐지 삶을 더 열심히 재밌게 살아간다는 느낌이 들었습니다. 괴로움도 겪고, 시행착오도 겪고, 그 시간들 역시도 결국엔 다 지나가기 마련이라서, 산다는 건 참 좋다는 생각도 들고요.

 

 하지현 선생님의 조언은 간단합니다. "항상 새롭고 집중할 대상을 찾아내면 한정된 시간을 온전히 자신의 것으로 만들 수 있다. 지루함과 권태를 느낄 겨를이 없고, 몇 년 후 돌이켜 볼 때 시간을 알차게 사용한 것처럼 느낄 것이다.(102p)" 저는 이 대목에서, 생의 비밀이 "발견에 있다"라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내가 무엇을 좋아하는지 발견해 나가기, 새로운 것에 아낌없이 열정을 쏟아부으며 도전해보기, 그렇게 흥미로운 시선을 유지해 나간다면, 삶은 여전히 놀라우며, 우리는 계속해서 성장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끝으로, 먹는 것보다 포근한 것이 중요하다는 대목은 매력적인 영감을 주었습니다. 오래된 표현처럼, 사람은 결코 밥만 먹으면서 살아가는 존재가 아니라고 새삼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발달에 있어서 기본적인 영양 공급보다 안락함과 안정감이 더 중요하고 절실하다. 개인의 본능적인 욕구만으로는 혼자서 잘 자랄 수 없으며, 인간에게는 애착과 관계 맺기의 경험이 필수적이다.(77p)"

 

 음, 제 경우엔 평소 혼자서도 충분히 잘 놀고, 스스로 괜한(?) 할 일을 만들어내는데 능숙한 편이지만, 결국 이 또한 전적으로 독립적인 결정이 아닐 수도 있겠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그렇다면 결국 알게 모르게, 주변 사람들과 영향을 서로 주고 받고 있다는 이야기일테고, 따라서 누구를 만나면서 사느냐는 참 중요하구나 싶었습니다. 또한 그제서야, 더 높은 수익 대신에, 더 인정 받는 일자리를 선택한 절친의 묘한 선택도 이해할 수 있었습니다. 어쩌면 사람은 "넌 그것 밖에 안 되는구나, 또는 난 이것 밖에 안 돼" 라는 말을 가장 두려워 하는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또한 덧붙여, "왜 세상은 나를 이해하지 못하고, 내가 생각한 대로 돌아가지 않는 것이지?" 라면서 세상을 탓해서는 곤란합니다. 왜냐하면 이런 사람은 자신만의 세계에 고립되기 때문입니다.

 

 제가 생각해 본 결론은 지극히 뻔한 답일지 모르겠습니다. 그럼에도 써본다면, ① 우선 자신을 과소평가하지 말아야 합니다. 스스로를 누가 뭐래도 챔피언처럼 대하며 사랑하려고 노력해야 합니다. ② 가까운 사람들에게도 친절하게 대하며, 그 사람을 이미 높은 사람으로 대우하고 존중할 수 있어야 합니다. ③ 세상과 타인을 이해해 보려고 힘쓰며, 그 사람의 입장에서 생각해보는 여유가 필요합니다.

 

 이 세 가지 정도가, 한결같이 생각하는 저의 오랜 목표이며, 또한 여전히 어렵게 느껴질 때도 많습니다. 그래도 너무 쉬운 목표 보다는, 다소 어려운 목표를 두고서 열심히 노력해 보는게 더 유익한 게 아닐까, 그런 오랜 자존심이랄까, 고집이랄까, 그런 게 있나 봅니다. 사실은 워낙 안주하려는 성향이 강하다보니, 그래도 노력하는 인간이 되고자 끝까지 발버둥 치는 것 같네요. 가야할 길을 그렇게나 많이, 자주 잃어버렸음에도, 여기까지 왔고, 또 앞으로 살아갈 수 있기에 힘은 들어도 기쁩니다.

 

 결국 하지현 선생님의 표현처럼, "스스로가 정한 기대치에 얼마나 부응했느냐"하는 자기 자신의 잣대가 중요합니다. 그 기준을 현명하게 조율해가면서 살아간다면, 인생을 통해 예쁜 연주 한 곡 정도는 할 수 있지 않을까 싶었습니다. 외부가 정한 기준에 의한 지친 삶이 아니라, 스스로가 정한 기준을 좇아 정열적으로 살아갈 수 있기를 힘껏 응원합니다! / 2013. 12. 리뷰어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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