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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책

그림에, 마음을 놓다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13. 12. 10. 17:05

 관점의 한계를 좀 더 넓혀보고 싶었습니다. 용기를 내어, 미술 관련 책을 집어들었습니다. 대중적이고, 또한 많은 사랑을 받았던 멋진 책 "그림에 마음을 놓다"를 선택했고, 정말이지 그 곳엔 가슴 뿌듯한 감동이 담겨 있었습니다. 에세이 형식의 글을 좋아하다보니, 편안하게 읽어내려 갈 수 있었고, 무엇보다 한 폭의 그림을 다양하게 읽을 수 있다는 시선이 참 인상적이었습니다. 특히 아름답게 느껴졌던 대목은 다음과 같은 영감 어린 말들입니다.

 

 "마흔이라는 나이에 얻은 지혜라고 한다면, 인생은 정답 없는 의문문들로 가득 채워진 교과서라는 것을 어렴풋이 이해한 것뿐이다. 한 번이라도 더 내가 찾은 작은 꽃(의미)을 바라보고 그 모습을 기억해두는 것이 천 번의 의심, 만 번의 후회보다 훨씬 행복한 삶일 듯하다.(153p)"

 

 제게는 거대한 위로가 되었습니다. 저는 이상하리만큼(?) 나이가 들어도 계속해서 질문과 의문이 따라다니는 건지 가끔씩 의아했기 때문입니다. 나이가 들면, 경험이 쌓이고, 한결 뚜렷한 결정을, 그것도 쉽게 내릴 수 있으리라 바라왔건만, 전혀 그렇지 않았습니다. 여전히 잘못된 선택을 하기도 하고, 아직까지도 어리석음 앞에서 자책할 때가 있습니다. 그러나, 어쩌면 그것도 인생의 한 측면이라는 것을, 조금씩 배워가고 있습니다.

 

 저자 : 이주은 / 출판사 : 앨리스

 출간 : 2008년 05월 27일 / 가격 : 12,800원 / 페이지 : 201쪽

 

 

 이 책은 사랑, 관계, 자아에 대하여, 일상적으로 경험한 이야기들이 담겨 있으며, 또한 그림과 함께 친절한 설명을 덧붙이고 있습니다. 친근한 미술에세이라고 부르면 적절할 것 같은데, 어딘가 모르게 글 속에, 삶 속에, 정성스러움이 묻어있다는 느낌, 따스한 애착이 느껴져서, 어서 빨리 이주은 선생님의 다른 책들도 만나보고 싶어졌습니다. 이렇게 좋아하는 작가가 한 명 더 늘어간다는 것도 역시 좋네요.

 

 유토피아에서 보내는 행복한 삶에 대해서도 저자는 매력적인 견해를 보여줍니다. "단순히 흥청망청 흘려보내는 것이 아니라 사용하고 채워나가는 것에 있으며, 어떤 일이 벌어지기를 막연히 기다리는 것이 아니라 즐거운 일을 하며 지내는 것이다." 저는 무엇보다 사용하고 채워나간다는 표현에 주목해볼까 합니다. 행복은 쓰는 것에 있으며, 행복은 담는 것에 있다는 생각을 해봅니다.

 

 그래서 저는 질문을 던져보곤 합니다. 제 아무리 좋은 그릇이 있다 한들, 담겨 있는 것이 고약하다면, 우리 모두는 얼굴을 찌푸리게 될 테지요. 반대로 그릇이 망가져 있다면, 우리는 물 한 모금도 수월하게 나눠주지 못할 테지요. 아, 이건 특별한 이야기가 절대 아닙니다. 그저 몸과 마음이 건강할 때, 그래서 바라던 삶을 살아가고자 노력할 때, 그 순간이 어쩌면 행복과 아주 가까이 다가가 있는게 아닐까? 라는 느낌이 듭니다. 보람이 느껴지는 활동을 한다는 건, 의외로 많은 기쁨과 설렘을 준다는 게 참으로 신기하고 놀랍습니다.

 

 한편 따끔했던 이야기도 있었는데요. "생은 유한해서 덧없는 것이 아니라, 삶의 소중함을 모르는 채 엉뚱한 것에서 의미를 찾으려 애쓰기 때문에 덧없는 것이다.(165p)" 나에게 의미 있는 것은 무엇일까? 라는 고민을 오래도록 해왔기에, 특히 가슴 뭉클했던 대목입니다. 이 대목에 있어서 저는 시행착오가 정말 많았기에, "무의미한 것을 탐하며 시간을 보내지 말자" 라고 몇 차례나 다짐하였습니다. 더욱 안타까운 것은, 의미 있는 것이 무엇인지 잘 분간하지 못할 때가 있습니다.

 

 인간은 현명해지기가 쉽지 않다는 생각도 자주 들었습니다. 번뜩이는 총명함 조차도, 순간적인 욕심에 사로잡히면, 물거품처럼 사라지는게 사람이라는 존재구나... 그런 한계점도 종종 보게 되고요. 예컨대, 저는 눈앞에 당장 보이는 것부터 추구하려고 할 때가 많았습니다. 장기적으로 노력을 기울이기 보다는, 단기적으로 가능한 일부터 먼저 생각하는 경향이 지금도 상당히 강한 편입니다.

 

 물론, 할 수 있는 일들을 우선 고려한다는 것 자체가 전적으로 나쁜 것만은 아닐테지요. 적어도 아무것도 안 하는 것보다는 마음의 위안도 되는 것 같습니다. 그런데 더 근본적인 질문이 필요한 게 아닐까요? "지금 초점을 맞추고 있는 것이, 정말로 의미 있고 중요한 일인가?" 라는 질문 말이에요. 그러므로, 삶의 소중함을 만끽하려면, 무의미한 일을 과감히 멀리 하고, 의미 있는 일을 가까이 하려는 용기가 필요합니다.

 

 눈을 뗄 수 없을 만큼 강렬했던 것은 존 에버렛 밀레이의 신데렐라 그림 이었습니다. 현실이 아무리 어려워도 스스로 나약해지거나 굴욕스러워지는 것을 용납하지 않는 태도, 무슨 일이 있어도 자존심만큼은 쉽게 팔아넘기지 않는 태도가 매력적이었습니다. "신데렐라는 자신에게 주어진 일을 묵묵히 성실하게 수행하고 스스로 부끄러움 없이 살다 보면 언젠가는 인정받고 어디선가는 그 보답을 얻을 것이라고 믿으며 산다.(183p)" 그리고, 그 다음 구절이 가슴 한 켠에 아주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아무도 알아주지 않으면 어떤가. 비굴하게 만드는 세상에서 한 조각의 자존심만큼은 꼭 쥐고 살겠다는 도전 자체가 이미 커다란 의미이다." 이 대목은, 마치 마음 속을 환하게 비추어 주는 듯한 감동이 있었습니다. 참 따뜻했습니다.

 

 책은 이렇게 끝납니다. "행복은 추구하고 마침내 성취하는 어떤 것이 아니라 끊임없이 발견하고 매순간 경험하는 그 무엇이니까." 쓰고보니, 어느 때보다 본문의 필사가 많았던 리뷰였던 것 같습니다. 그만큼 오래도록 간직하고 싶은 이야기들, 함께 나눠보고 싶은 이야기들이 많았습니다. 시간을 잊을 만큼, 즐거웠던 미술 나들이였기에 참으로 이주은 선생님께 고마웠고, 한편으론 미술 문외한인 스스로에 대해서도 다시 생각해 보게 되었습니다. "어쩐지 이러다가 그림 감상을 좋아하게 될지도 몰라..."

 

 리뷰를 마치며, 저는 문득 영화 비포 선셋의 한 장면이 떠올랐습니다. 평범하게 도시를 산책하듯 거닐고, 또 카페에서 이야기를 나누는 그 멋진 일상의 풍경이 생각났습니다. 우리는, 좋은 사람과 함께 보내는 그 순간 순간들이 얼마나 소중하고 아름다울 수 있는지 참으로 쉽게 망각해 버리고 있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피로에 물들어서 무감각하게 굳어져가는 마음에, 다정한 치유가 되어주었던 것 같네요. 평소보다는 다소 겸연쩍고 민망한 글이었고, 이쯤에서 이제 마쳐야겠습니다. 논리적 글에서 잠시 해방되어 여유를 누려보고 싶었나 봅니다. 하하. / 2013. 12. 리뷰어 시북.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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