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천 번을 흔들려야 어른이 된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 12. 02:15

 질문으로 출발! "나의 삶은 왜 의미 있는가?" (89p) 에 대해서, 시간이 걸리더라도 스스로가 한 번 답을 내려본다면 좋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신기하게도 사람은 누군가에게 격려를 받을 때도 행복해지지만, 누군가를 격려할 때도 행복할 수 있다고 합니다. 두 가지 예를 들어서 생각해 본다면, 타인에게 안마를 해주는 사람도 건강에 도움이 될 수 있다고 합니다. 그리고, 추운 날 사랑하는 식구를 생각하면서, 맛있는 음식을 한웅큼 사서 집으로 향할 때, 그 발걸음 역시 행복일 수 있습니다. 저는 삶의 의미가 관계 속에서 있는게 아닐까, 그런 생각을 종종 해봅니다.

 

 김난도 교수님은 "자신이 될 수 있는 최선의 자기가 되도록 노력하라." 라고 조금 엄격하게 표현하고 있습니다. 가능성의 측면에서, 우리는 다양한 자신의 모습으로 분화되는 것 같습니다. 누구에게나 약한 부분이 있고, 게으른 부분이 있으며, 또한 숨기고 싶은 부분도 있을테지요. 어느 것이 진짜 나인가? 라고 묻는다면, 선뜻 "이게 나" 라고 답하지 못할 때도 있습니다.

 

 예술의 영역에서 표현을 빌려온다면, "내가 좋아하는 어떤 물건이 있다면, 그것이 나를 보다 더 잘 설명할 수 있습니다." 내가 누구인가? 나는 왜 의미 있는가? 라는 질문 앞에서 헤매인다면, 내가 좋아하는 것은 무엇인가를 찾아보는게 간단하지만 좋은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저는 읽고 쓰는 것, 보고 듣는 것을 좋아합니다. 살아가면서, 이런 활동들을 하며 조금씩 성숙해져 나간다면, 산다는 건 참 좋은거구나 라는 희망도 새삼 듭니다. 한편으로는, 너무 걱정없이 사는 것 같아서, 아직 철부지 같긴 하네요. 하하.

 

 

 저자 : 김난도 / 출판사 : 오우아

 출간 : 2012년 08월 16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308쪽

 

 성장하는 일이야 말로 재밌는 일이다, 포켓몬스터를 보라, 진화도 하지 않는가! 라는 교수님의 재치 있는 표현에는 빵 하고 웃음이 터졌습니다. 그러고보면, 성장에는 언제나 요구되는 게 있습니다. 바로 "경험하기" 입니다. 무엇을 경험하는가에 따라서, 인간이 성장하거나, 제자리에 안주하거나 결정되는 게 아닐까요. 무의미한 경험을 반복하고 있다면, 우리는 나이가 먹어도 전혀 성장하지 않을 수도 있습니다. 흔히 자기계발서에 등장하는 이 대목이 저는 꽤 진실에 가깝다고 생각합니다. "사람은 자신이 노력하는 그 부분만큼만 성장해 나간다. 습관을 훈련하지 않으면, 10년 뒤의 내 모습이나 지금의 내 모습이나 똑같을 뿐이다."

 

 좋아요, 그러면 어떻게 살아야 한단 말인가요? 이 질문에 김난도 교수님은 영화 대사를 빌어서 말하고 있습니다. "풋볼이란 1인치의 게임이다. 실은 인생도 그렇다. 그 1인치는 도처에 널려 있고 그것들이 모여 승패와 생사를 좌우한다. 어떤 종류의 싸움이건 죽을 각오가 된 자만이 1인치를 찾아낸다. 내 소원은 그 1인치를 찾다 죽는 것이고, 그게 인생이다." (141p)

 

 이 대목은 어딘지 묘한 여운을 주었는데, 그것은 1인치를 찾았다고 자랑하는 인생이 아니라, 1인치를 찾다가 죽는 인생이라는 점에서, 뭉클함을 주기 때문입니다. 나만의 1인치를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생. 거대한 것이 아니라, 1인치를 찾기 위해서 노력하는 인생이라면, 해볼만 하지 않을까요.

 

 세월의 탓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이제는 이룰 수 없는 원대한 목표는 포기하는 법을 배워갑니다. 할 수 있는 것에 집중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작은 것이라도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어떻게 해야 하는가? 이런 질문들이 저를 사로잡습니다.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다면, 중요한 것만이라도 손댈 수 있다면 좋겠다 싶었습니다. 그렇다면, 무엇이 중요한가, 우리는 결단하고 선택해야 겠지요. 이 지점에서 저는 이병률 시인의 이 글이 좋았습니다.

 

 "오래 걸려 나를 다 치우고 나면 무엇 먼저 무너져내릴 것인가 / 나는 그것이 두려워 여태 이 벽돌 한 장을 나에게 내려놓지 못하고 있다. 277p (이병률, 오래된 사원 中)" 이것도 치우고, 저것도 치우고, 그러고 나면 우리에게 아무것도 남아있지 않음에 깜짝 놀랄지도 모릅니다. 맞습니다. 현대인들은 사회적 명함을 치우고 나면, 스스로를 설명조차 하기 힘들어 합니다. 내가 무슨 일을 하는지는 잘 설명하지만, 내가 누구인지는 당최 어려워 합니다.

 

 이것도 안 되니까 치우고, 저것도 안 되니까 치우고, 어라, 남은 건 하나 없잖아. 어쩌란 말이냐. 내 삶이여. 이 순간 허무함이 찾아오는 까닭은, 결국 살아오면서 무의미한 일에 집착하며 시간을 보내왔음을 뼈저리게 깨닫기 때문이 아닐까요. 하지만, 그래도 괜찮겠지요. 지금부터는 적어도 시작할 수 있고, 새롭게 보낼 수 있을테니까요. 남겨진 날이 있고, 오늘이 있다는 것이 소중하고 기쁘게 다가올 수 있지 않을까요.

 

 나름 무명블로거이자 리뷰어로서, 한 가지 욕망이 있다면, 저는 좀더 깊이 있는 글을 써보고 싶어했습니다. 그것도 남들과 다른! 그래서 다른 사람들이 써놓았던 리뷰는 보통은 아예 안 보는 편입니다. 그렇게 독자적으로 써내려가다보면, "망할 때"가 많이 있고요. 하하. 그것이 저의 뻔한 한계라서, 결국 깊이 대신에, 횡설수설 늘어놓는 글만 될 때가 많습니다. 저는 책을 통해서, 이런 가능하지 않은 "깊이의 욕망"을 조금은 벗을 수 있게 되었습니다. 그 대신, "1인치를 찾아나서는 인간"이 되고 싶어졌습니다. 숨어있는 1인치, 잘 보이지 않는 1인치. 거기에 주목할 수 있다면, 삶은 다르게 느껴지고, 생각되어질 수 있겠다 싶었습니다.

 

 얼마전 꽃보다ㅇㅇ 여행기에서, 처음 맞이하는 67살이고, 인생의 매 순간이 처음인데, 어떻게 계획을 세울 수 있겠어요. 라는 말을 스치듯 본 적이 있습니다. 계획대로 흘러가지 않아도 좋은 것이 인생이라면, 어쩌면 그래도 괜찮은 것이 인생이라면, 또한 그렇게 우리의 매 순간이 처음이라면... 적어도 과거의 나보다는, 훨씬 더 지금 이 순간을 기억하고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느낌을 강렬하게 받았습니다. 어느덧, 새벽 2시. 이제 이 이상한 리뷰를 마쳐야 겠습니다 :) / 2014.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