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자신 있게 결정하라 리뷰

시북(허지수) 2014. 2. 4. 18:06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고 싶었습니다. 저는 펼쳐진 많은 대안을 바라보고, 아찔한 기분이 들 때가 있습니다. 이것도 할 수 있고, 저것도 할 수 있습니다. 그렇지만, 어떤 선택이 좋은 것인지는 판단하기 곤란합니다. 현대 사회는 정보가 없어서 문제라기 보다는, 정보가 너무 많아서 혼란스러운 것이 문제입니다. 제가 종종 쓰는 방법이 이 책에 나와서 상당히 놀랐습니다. "줌아웃 하고, 한 발 떨어져, 외부의 시선을 적극적으로 귀기울여보라" 입니다.

 

 잠깐 취미 이야기를 하자면, 저는 독서 외에도, 게임, 영화, 만화 같은 영역을 좋아합니다. 항상 선택의 딜레마 앞에 부딪힙니다. 다 살 수는 없으니까, 다 볼 수는 없으니까, 어떻게 하지! 그럴 때마다, 리뷰가 모여 있는 사이트, 해외 아마존이나 IMDB 같은 사이트에서 힌트를 얻습니다. 때로는 지인이나 전문가들의 의견도 참고합니다.

 

 물론, 어쩐지 의존적인 것 같다는 생각은 듭니다만, 이것이 훨씬 더 의사결정의 질을 높이는 데 큰 도움이 되었습니다. 살까, 말까, 해볼까, 말까, 혼자서 끙끙 앓기 보다는, 때로는 다른 사람의 의견과 관점을 참고해 보는 것도 좋은 대안일 수 있습니다.

 

 또한, 내 절친이 같은 상황이었다면, 나는 어떻게 조언했을까? 다른 사람이 이 결정을 해야 할 상황이었다면, 그는 어떻게 결정했을까? 이렇게 거리를 두는 연습을 하면, 좁은 시야에 갇힐 위험이 줄어듭니다. 나의 추측이나 기대치 보다는, 타인의 현실적 경험이 더 정확할 수 있다는 느낌이랄까요.

 

 저자 : 칩 히스, 댄 히스 공저 / 안진환 역 / 출판사 : 웅진지식하우스

 출간 : 2013년 10월 07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428쪽

 

 

 시도해 보기가 부담스러울 때는, 발가락만 담그는 형식으로 접근해보라는 "우칭" 관점은 특히 인상적이었습니다. 여기에는 인간의 두 가지 한계가 고려되었습니다. 첫째는, 현실은 생각했던 것과는 얼마든지 다를 수 있다는 점입니다. 둘째, 사람은 미래를 좀처럼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예측보다는 실상을 파악하는 것이 더 나은 대안이기 때문입니다. 구체적인 예가 필요하겠네요. 90년대 말, 아이디어랩 팀은 자동차를 인터넷에서 팔 수 있을까? 라는 생각이 있었습니다. 솔직히 당시에도 회의적인 의견이 많았다고 합니다. 누가 2천만원씩이나 주고 인터넷에서 물건을 사! 주위를 둘러봐, 인터넷에서 차를 파는 사람이 어디 있냐고!

 

 그래서 무엇을 했을까요? 우칭을 했습니다. 발가락 담그기를 해봅니다. 별 건 아니고, 임시로 급조해서 웹사이트 하나 만들었고, 차를 판다고 올려놓았습니다. 그리고, 다음 날 아침... 싸게 올려놓았던 차가 무려 3대씩이나 팔렸습니다. 실험의 놀라운 결과에 힘입어, 그로부터 3년 후, 이 업체는 미국에서 가장 큰 자동차 판매업체 중 하나가 되었습니다. 발가락을 담궈봤더니, 가능성이 선명히 보였습니다. 그렇다면, 해볼만 한 거 아니겠어요. 이 개념은 참 많은 도움을 주었습니다. 아이디어를 테스트 해보지도 않고, 섣불리 판단내리지 말 것. 자신의 판단력을 과신하지 말 것. 따라서, 일단 시도해보는 것이 얼마나 중요한지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행복한 선택이 무엇인가에 대해서는 아래의 두 대안을 검토해 보면 도움이 됩니다.

 A - 잘 아는 일이다. 대학 시절에 해당 분야 강의도 많이 들었음. 다만 이 분야의 공부는 부모님과 친구 압력 탓이 컸다. A 직업을 택하면 처음 몇 년은 꽤 고생하겠지만 장기적으로 봤을 때는 높은 연봉과 사회적 위치 보장!

 B - 흔한 직업은 아니다. 그래도 늘 하고 싶어 했던 일이다. 예상 수입은 훨씬 적겠지만 보람과 만족도는 높을 것이다. B직업을 선택한다면 자아를 발견할 수 있음은 물론 인류의 발전에도 기여하는 일이다!

 

 뭐, A가 나쁘다는 것은 아닙니다. 어디까지나, 자신이 행복한 인생은 B에 더 가깝다는 것입니다. 이 선택 실험에서, 자신이 B를 선택한 학생은 66% 입니다만, 친구에게 권할 때는 B라는 의견이 무려 83%가 되었습니다. 간단히 말해, 남에게 조언을 할 때는, 가장 중요한 것이 무엇인지 초점을 맞추기가 쉬워진다는 점!

 

 조금 더 생각해본다면, 사회적 인정과 높은 연봉은 장기적으로 사람을 행복하게 해주는 도구가 아닐 수도 있습니다. 삶이 좀 더 편리해지는 것과, 내 가슴이 행복하고 뿌듯하다고 느끼는 것은 조금 다른 느낌이 아닐까요. 예컨대 철학자 비트겐슈타인 같은 사람은 전쟁을 경험하고 나서는, 나는 절대로 안락하게 살지 않겠노라고 다짐해서, 아버지의 막대한 유산을 뿌리쳤다고 합니다. 많은 돈으로 남부럽지 않게 산다는 것이 얼핏 좋아보이지만, 그것이 행복이 아닐 수 있음을, 비트겐슈타인은 경험적으로 느끼고 있었던 게 아닐까요. 그러면 행복은 어디에 있냐고요? B에 나와 있네요. 하고 싶어 했던 일을 하는 것! 실제로 하는 것!

 

 약간 당황스러운 사례입니다만, "이탈리아에 가보는 것이 꿈인 어느 여자가 있다. 마침내 기회가 생겼지만 직장 일 때문에 여행을 뒤로 미루고 만다. 그렇게 여행을 마음속으로만 그린다. 몇 십 년이 흐른 후, 여행을 갈 수 없을만큼 이미 건강이 악화되었다." (p.306) 저는 이 이야기가, 무척 슬프게 느껴졌습니다. 이것도 포기하고, 저것도 포기하고, 다들 그렇게 살 수 밖에 없다지만, 그 와중에 정말 소중하게 간직했던 것까지 휩쓸려서 접어버린다면, 우리는 대체 무슨 행복으로 살고 있는걸까요. 죽지 못해 산다는 이야기도 있지만, 그것은 정말 비극적이고 우울한 이야기로 들립니다.

 

 위와는 다른 사례입니다만, 라미레즈라는 여성의 이 답이 제게는 무척 현명하게 들렸습니다. "안정적인 삶을 살고, 남편과 여행을 다니고, 사진 강좌를 듣고, 동생이랑 즐겁게 외식을 하기 위해 필요한 돈을 벌려고 일하는 거잖아. 하지만 내가 하고 싶은 그 모든 것을 할 시간이 없다면 높은 연봉과 직책이 다 무슨 소용이겠어? (p.247)" 이걸 바꿔 쓴다면, 내가 필요한 만큼의 돈을 벌 직장을 선택하는 것, 시간의 여유를 누릴 수 있는 선택을 하는 것, 즉 자신의 가치관에 맞는 선택을 했을 때, 우리는 행복한 일상에 다가갈 수 있다는 생각입니다. 그래서 이 두 가지 질문이 좋았습니다. "나를 이끄는 동기는 무엇인가? 나는 어떤 타입의 인간이 되고 싶은가?" 부끄럽지만, 저도 나름 욕심쟁이라서, 시간에 대해서만큼은 부자로 살고 싶다는 생각을 오래도록 가지고 있습니다.

 

 또한, "최선의 경우와 최악의 경우를 함께 검토하라"는 점도 도움이 되었습니다. 저자 히스 형제의 이 독특한 조언은 무척이나 유익했습니다. 시간은 조금 걸렸지만, 저는 당장에 이달의 최선과 이달의 최악을 작성해 보았습니다. 최선까지 닿는 것은 참 까마득해 보였고, 최악의 경우가 실현된다면 많이 속상할 것 같았습니다. 그런데 실패의 순간을 앞당겨서 미리 맛보고 나면, 정말 묘하게도, 최악의 경우라도 견딜만 하구나 라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그래서 최선까지는 힘들지라도, 갈 수 있는 작은 발걸음은 계속 갈 수 있겠다는 희망도 들었습니다. 최소한 높은 기준 앞에, 쓸데없이 주눅들지 말자는 마음이 들어서, 고마웠습니다. 최악의 경우를 막기 위해서 할 수 있는 일도 생각해 볼 수 있겠고요.

 

 끝으로 소개할 대목은, 기한을 정하자라고 강조합니다. 유명한 실험인데, 설문지를 5일 안에 작성해서 갖다달라고 하면, 기한을 정하지 않았을 때에 비해서 25% → 66% 로 제출비율이 상승합니다. 그러므로, 우리는 언젠가 하겠지 라는 안일한 생각을 버리고, 특정 지점까지는 반드시 해보겠다는 구체적이고 현실적인 계획이 필요합니다. 책의 재치있는 표현을 빌리자면, "최종 기한이 우리의 멱살을 잡으며 어차피 할 거면 지금 해! 라고 외치는 셈" 입니다. 자꾸 미루는 자신을 발견할 때, 그리고 그 모습에 실망할 때는, 과감히 기한 설정을 해봅시다. 이 때까지는 무슨 일이 있어도 한다는 데드라인이 있기 때문에, 최종 기한에 멱살을 잡힐지라도, 행동을 하게 됩니다.

 

 리뷰를 마치고자 합니다. 저는 행동설계를 다루었던 히스 형제의 지난 책, 스위치에서 인상적인 도움을 받은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는, 중요한 일들은 적어놓고 체크하는 편이며, 글을 써볼 때는 미리 작업 환경을 통제해놓고, 음악 스위치를 ON으로 올리고 난 후에야 쓰는 편입니다. 이런 의식적인 활동으로 인해, 지금 집중해야할 상황이니 나머지 감각들은 다 OFF로 맞추는 연습이랄까요. 최근에 저는 어떤 결정을 내리는 것이 좋을지 혼란스러웠습니다. 10개월 후의 내가 바라봤을 때, 지금 이 결정은 어떨까? 10년 후의 내가 바라봤을 때, 지금 이 결정은 어떨까? 그렇게 질문들을 던져보니까, 중요하지 않은 것을 걸러내는데 도움이 되었습니다.

 

 그러고 보면, 살아가면서 자신에게 있어, 정말 중요한 일은 그다지 많지 않다는 느낌도 들었습니다. 저는 무엇이 나에게 중요할까, 사회적 평가를 접어두고서 내가 행복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그리고 오래도록 바라왔던 것이 무엇일까를 생각해 보았습니다. 소박한 오랜 꿈이 있다면, 저는 지금 이 순간을 조금 더 밀도 있게 보내고 싶었습니다. 망설이기보다는 대신에 시도할 줄 아는 인생이었으면 좋겠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 2014.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