압축적이고, 핵심적인 내용만 담고 있어도, 이렇게 괜찮은 책이 있구나 싶었습니다. 원제는 "생산적인 사고를 하는 방법을 알려줄께요!" 라는 느낌입니다. 그러면 서론은 제쳐두고, 곧바로 생산적인 사고에 무엇이 있을까 파악해 보겠습니다. 첫째, 깊이 이해하기 입니다. 저는 어렵게 쓰는 건, 정말이지 피하고 싶기 때문에, 지난 주에 다녀왔던 코스트코라는 대형마트 이야기로 시작하겠습니다.
뭐, 굳이 코스트코가 아니더라도, 대형 마트에 가면 밀고다니는 쇼핑카트가 있기 마련입니다. 다만 코스트코의 카트가 상대적으로 더 넓고 커보여서 아주 재밌었습니다. 왜냐고요? (p.55) 자세한 관찰을 통해, "손님은 손에 들 수 있는 만큼만 산다." 라고 생각했던 식료품점 주인이 있었습니다. 한 백여년 전인 1930년대였지요. 그는 의자다리에 바퀴를 붙이고, 그 의자좌석에는 바구니를 장착했습니다. 그렇게 커다란 바구니를 밀고 다니자, 손님들이 정말로 바퀴의자 바구니에 물건을 잔뜩 싣기도 했습니다. 돈은 물밀듯 들어왔고, 이 발명품은 오늘날 일상이 되었습니다. 자세히 들여다보기는, 이처럼 많은 비밀을 담고 있습니다.
예컨대 심리학 계열 연구 중에서는 극장에서 팝콘을 먹을 때, 팝콘 통이 클 수록, 그것을 다 먹고 나올 가능성도 높아진다고 합니다. 환경을 어떻게 통제하느냐에 따라서, 우리는 그만큼 영향을 많이 받는 것입니다. 다이어트 하는 가장 좋은 방법 중에는 밥그릇의 크기를 조금 더 작게 하고, 딱 그만큼만 먹고, 간식을 줄이면, 얼굴이 반쪽이 됩니다. 관찰하고, 깊이 이해하고, 참신한 방법을 시도해보는 것이, 사람들의 삶을 바꿀 수도 있다는 점이 인상적이었네요.
저자 : 에드워드 B.버거, 마이클 스타버드 저 / 이형욱 역 / 출판사 : 에코리브르
출간 : 2013년 07월 20일 / 가격 : 13,000원 / 페이지 : 192쪽
물론, 쉬운 일은 아니라는 점과 의식적으로 생각하고 집중할 필요가 있다는 점은 명심할 필요가 있습니다. 결론부는 다음과 같습니다. "우리 대부분은 삶의 일반적 특징을 살펴보는 데 게으르다. 그렇기에 의도를 가지고 익숙한 물건, 행동, 개념, 경험을 아주 깊이 살펴볼 수 있다. 익숙한 것들은 그동안 숨겨져 있던 깊이와 놀라움으로 가득차 있다. (p.59)"
두 번째 생산적 사고의 요소는 "실패를 두려워 말라" 가 되겠습니다. 처칠의 이야기는 상당한 용기를 줄 수 있습니다. "성공이란 열정을 잃지 않고 하나의 실패에서 다음의 실패로 계속 나아갈 수 있는 능력이다." 구체적인 방법도 있는데, 어려운 문제로 인해 답이 떠오르지 않을 때, 빈 화면을 멍하니 쳐다보지 말라고 조언합니다. 우리식으로 쓴다면, 멍때리기 그만해! 그러면 도대체 어쩌라고요? 빈 문서를 재빨리 열어서, 떠오르는대로 아무렇게나 써보라고 권합니다. 혼란스럽고 엉망진창인 이야기들이라도, 일단 하나 하나 적어놓으면, 그 속에서 해결책을 발견하는 경우가 있다고 말합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계획 적어놓기, 체크리스트로 검토하기를 선호하는 편입니다. 당연히 전부 달성되는 경우는 없습니다. 그렇지만, 적어놓았던 일들과 우선순위에서 집중하고 있는 일들은, 자연스럽게 시도하는데 많은 도움이 됩니다. 일단 적어놓았다는 것은, 해봐야겠다는 의지가 적극적으로 표현된 것이기 때문에, 쓸데없는 일들을 포기하는데 도움을 줍니다. 아래는 저자의 조금 과격한(?) 표현인데, 흥미로웠습니다.
"큰 실수는 위대한 통찰력과 백지 한 장 차이다. 막다른 골목에 처했을 때, 무엇을 해야 할지 알 수 없을 때에는 아무것도 하지 마라. 대신 실패하라. 어떤 구체적 실수를 하고 나면 이전보다 더 나은 다른 위치에 자신이 서 있다는 사실을 깨달을 것이다. 이것이 당신이 실제로 취할 수 있는 진일보임을 명심하라. (p.90)" 놀라웠던 점은, 생산적 사고라는 것이, 성공을 향해 꿈꾸며 나아가는 사고방식이 아니라, 불편하더라도 익숙하지 않은 지적 도전을 하고, 실패하고 두려워하고 고통스러워하고, 그 아픈 과정을 거치는 것이 진일보라는 점입니다.
셋째, 질문을 하라는 것입니다. 경영구루 피터드러커의 일갈이 재밌습니다. "하지 말아야 할 것을 능률적으로 하는 것만큼 쓸데없는 짓은 없다." 그래서 끊임없이 질문 형식으로 생각하는 것이 엄청난 효과가 있다고 조언합니다. 팁을 보탠다면, 중요한 것을 발견하기 위한 질문으로는 10-10-10 법칙이 있습니다. 이 법칙은 함께 읽고 있었던 히스 형제의 결정이라는 책에서 가져온 개념입니다.
10일 뒤에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까? 10개월 뒤에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까? 10년 뒤에도 이 결정에 후회하지 않을까? 라고 질문을 던지면, 놀랍게도 많은 경우 지름신을 물리칠 수 있습니다. 또한 책의 사례로는, 고백을 할 때에도, 그래 한 번 해봐야지 라는 깨달음을 얻게 됩니다. 10년 뒤의 내 자신이 지금의 상황을 볼 때, 고백을 안 하고 덮어버리는 것은 아무래도 어리석게 느껴지기 때문입니다. 물론... 고백했다가 10일 혹은 100일 정도까지는 괴로울지도 모르겠습니다만. 그래도 10년 뒤까지 후회할 사람은 거의 없을 거에요. 그 때 쯤이면, 이 사람과 인연이 아니었다면, 이미 다른 좋은 사람을 만날지도 모르고요.
넷째, 공사중이 정상이다. 라는 개념입니다. 에디슨의 말로 의미를 생각해 보면 좋겠지요 "모든 실패한 사람은 포기할 때 자신이 얼마나 성공에 가까웠는지 깨닫지 못한다." 약간 다르게 접근한다면, 미완성인 상태라도, 어서 시작하고, 계속 밀어붙여 본다면, 그것이 오히려 "정상적인" 결과물을 낳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당장 직관적으로 와닿지는 않습니다만, 불완전해도 괜찮다는 느낌을 받아들이려고 저는 꽤 노력하는 편입니다.
마지막으로 우리가 기대해서는 결코 안 되는 것에 대해서 - "똑같은 일을 하고 다른 결과를 기대하는 것은 정신 이상이나 다를 바 없다." 라고 단호하게 말합니다. 결과가 달라지기 위해서는, 어제와 똑같은 시간을 보내서는 안 됩니다. 이 리뷰에서 저는 실패에 대한 찬사, 시도하는 인생에 대한 박수를 보내고 있습니다만. 우리가 계속해서 같은 실수만을 반복한다면, 그것은 처참한 자기합리화가 될 수 있습니다. 따라서, 내일을 바꾸기 위해서는 "다른 시도"를 해야 하고, "다른 시간"을 보내기 위해서 잠시 멈추고 생각부터 해야 합니다.
하하, 너무 당연한 말들이었나요. 리뷰를 마치며, 저는 참 관성에 젖어서 살았구나... 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많은 사람들이 아침에 일어나, 세면하고, 양치하고, 머리감고 등이 거의 완전 자동화 되어 있기 때문에, 이 행위들에 대해서는 조금도 망설이지 않습니다. 놀라운 것은, 아침에 시작된 자동행동이, 일하면서도 계속되고, 저녁까지도 계속되어서, 하루를 보내고 난 후에도, 그저 피곤하고 지쳐가는, 똑같은 일상만이 반복된다는 무서운 느낌을 받을 때가 있습니다. 그러면서 놀라운 일, 재밌는 일이 어디 없을까, 흥미로운 게 없을까를 찾기도 합니다.
간단한 일에 있어서는 감정 에너지를 절약해 준다는 측면에서 자동행동은 꼭 필요할테지요. 그러나 중요한 일을 하기 위해서는, 잠시 멈춰서서 질문을 던지고, 10년 뒤의 내 모습에서 지금의 행동을 관찰해 보고, 쓸데 없는 일을 열심히 하고 있는건 아닌가 반성해 볼 필요가 있습니다. 중요한 일이 까마득하고 너무 멀게만 느껴진다고 해도, 작은 발걸음부터 지금 당장 시작한다면, 그 사소한 노력이, 그 실패를 감수하더라도 나아가는 끈질긴 태도가, 삶을 더 놀라운 세계로 이끄는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 2014. 0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