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 28. 10:15

 "행복은 혼자 오지 않는다"를 참 인상적으로 봐서, 이번에는 히르슈하우젠의 또 다른 책, 간은 할 일이 많을수록 커진다를 읽어보았습니다. 특유의 블랙 유머와, 재치가 돋보이는 점이 인상적이었습니다. 일상을 주목해서, 이것을 개그로 연결시키는 장면도 신기하지만, 한편으로는 해박한 배경지식을 바탕으로 통찰을 주는 대목도 있습니다. 인간 사회에 한 번 대입해 보고 싶은 장면도 있는데, 원숭이 연구가 바로 그것입니다!

 

 원숭이들에게는 맛난 주스를 포기할 만큼, 매력적인 것들이 있습니다. 이를테면, 지루한 사진을 보여주면, 그들은 냅다 무시하고, 여전히 주스를 즐기겠지요. 그런데 높은 권력, 높은 지위의 원숭이 사진을 보면, 그들은 주스를 기꺼이 내놓습니다. 이 점은 인간사회와 지독할 만큼 유사합니다. 우리 중 그 누구도 노숙자 사진을 들여다보려고 하지 않으며, 높으신 분들은 오늘도 뉴스에서, 포탈사이트에서 참으로 자주 보이고, 이들의 이야기는 꽤 인기가 있습니다. 더 재밌는 것은?

 

 저자 : 에카르트 폰 히르슈하우젠 / 박민숙 역 / 출판사 : 은행나무

 출간 : 2012년 01월 25일 / 가격 : 14,000원 / 페이지 : 316쪽

 

 

 압도적으로 강력한 것은, 생식에 관한 관심이겠지요. 원숭이들은 암컷 원숭이의 엉덩이 사진 앞에서는, 많은 시간과 많은 주스를 내놓고 맙니다. 과연 인간은 얼마만큼 다를 수 있을까? 라는 흥미로운 질문이 스쳐지나갑니다. 새해 시작부터 걸그룹들이 노출 전쟁(?)을 펼치고 있는 이유는 이 관점에서 보면 아주 단순합니다. "가장 많은 관심을 얻을 수 있기 때문" 입니다. 원숭이 유머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대장에게는 과일주스 2잔, 엉덩이는 16잔! 따라서 8배 차이! 이것을 이렇게 이해해 볼 수 있지 않을까요. 정치나 서열에 관한 관심 보다는, 욕망적인 이야기에 관한 관심이 8배나 많다!

 

 뭐, 그렇다고 제가 대안을 내놓으려고 하는 것은 아닙니다. 이런 이야기들은 현실을 비유하는, 블랙 유머에 가까우니까요. 다만 배경지식을 알고 있으면, "아, 인간도 저렇게 지위, 나아가 욕망에 약하구나. 낮은 지위엔 거의 관심도 없구나." 라는 인간 이해에 좀 더 다가갈 수 있겠지요. 기본적 성향을 잘 이해할 수 있을 때, 극복할 관점도 발견되지 않나 싶어요 :)

 

 한편, "하품"에 대한 재해석도 즐거운 대목입니다. 감염성이 아주 좋아서, 하품을 바라보면, 나도 모르게 하품을 하게 되고, 심지어 "하품"이라는 이 단어를 눈으로 읽기만 해도! 지금 하품을 하고 계실지도 모릅니다. (우와!) 하품을 어떻게 볼 것이냐에 관해서는, 지루해서, 혹은 산소가 부족해서 등의 여러 견해가 있지만, 최근에는 "잠을 깨우는 기능"이 있다는 이야기가 설득력 있게 받아들여지고 있다고 합니다. 즉 주의력이 떨어지면 좋지 않은 상황일 때, 하품을 해서라도, 집중력을 올리려고 하는 모습이라는 것!

 

 재밌게도 사람은 "거울 신경"이 있기 때문에, 타인의 행동을 관찰하고 모방할 수 있습니다. 타인의 어려운 상황에 대해서, 공감하고 함께 아픔을 느낄 수 있는 것도, 거울 신경 덕분이지요. 그러므로 "하품을 얼마나 잘 따라하는가?"라는 호기심은, 재밌게도 공감능력을 알려주는 힌트가 될 수 있습니다. 하품을 하는 걸, 절대로 따라하지 않는다거나, 내가 웃을 때, 타인도 절대로 웃지 않는다거나, 그런 경우라면, 사이코패스나 정신병 환자일지도 몰라요.

 

 주의점! 물론 저처럼 철부지 성향의 남자들은 하품을 대놓고 편안하게 해서, 비매너니 예의가 없다느니 구박받지만, 센스쟁이 여성들은 다른 사람이 거의 눈치 채지 않을 정도로 가리고 하품을 하는데 능숙할 수 있습니다. 결론은 하품은 지루하다가 아니라, "나는 너에게 공감해"라는 신호로 해석될 수 있다는 점. 웃음보다 전염성이 강한 하품, 서로를 잘 공감하는 사이라면, 분명 하품도 따라할 꺼에요. 이런 소소한 즐거움이 있습니다.

 

 마지막 개그는 허벅지 살빼기로! 운동의 불편한 진실쯤 되겠는데, 사실 다리를 열심히 움직인다고 해서 다리 살이 빠지는 것이 아니라, 살이 빠지는 데는 순서가 있다고 합니다. 여성의 경우라면, 허벅지 대신에 가슴이 쪼그라든다고 합니다. 이유는, 생명유지와 관계없는 위치부터 살이 빠지기 때문입니다. 의사인 저자에 따르면, 가슴은 홍보와 마케팅 수단이라서, 지방이 축적된 허벅지 보다는 상대적으로 덜 중요하게 여겨진다고 합니다. 기업이 위기상황일 때, 마케팅 비용을 아끼려는 것과 비슷한 측면입니다. 종종 걸그룹들이 허벅지에 주사바늘을 넣어가면서까지 살을 뺐던 것은, 그 방법이 결코 편리해서가 아니라, 어지간해서는 절대로 그 부위는 살이 안 빠지기 때문이라는 사실. 꽤 슬프군요(?)

 

 여기까지가 이번 책의 대략적인 리뷰가 되겠습니다. 최근 자주 그렇지만, 저는 책상 위에 (읽지 않은) 책들이 쌓여 있고, 일상의 시간 부족에 시달리고, 계속되는 의사결정피로로 힘들어 했습니다. 오늘날 블랙 유머처럼, 쉬어도 쉰 것 같지가 않고, 활력이 좀처럼 살아나지 않아서, 잠시나마 웃음을 찾고 싶어서, 히르슈하우젠의 책을 보았습니다. 문득 그런 생각이 들었습니다. 히르슈하우젠처럼, "이렇게 다양한 사건들을 즐겁게 관찰하고, 남을 웃기고 싶어서 유머를 연구하며 살아가는 사람도 있지 않은가!" 그렇다면, 어쩌면, 진지하고 무거운 표정을 버리고, 웃으며 즐겁게 살아가는 작은 노력이 실은 아주 중요한 게 아닐까 싶었습니다. / 2014.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