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알랭 드 보통의 영혼의 미술관 리뷰

시북(허지수) 2014. 1. 21. 18:55

 최근에 저는 이 책 영혼의 미술관에 푹 빠져 지냈습니다. 조금 과장해서 표현하자면, 보물섬을 발견한 기분이 들었습니다. 인간 존재에 대한 무한한 애정을 바탕으로, 예술을 단지 설명하는 대상이 아니라, 오늘 우리에게 예술이 무슨 말을 건네고 있는지 길을 안내해 주었고, 또한 예술은 우리를 치유하고 위로하는 도구로서 활용될 수 있다는 저자의 확신. 책은 고작(?) 240 페이지 정도이지만, 정말 아껴가면서, 소중하게 읽어내려갔던 책입니다.

 

 첫 출발은 사랑은 어떻게 유지해야 할까? 라는 대목으로 잡아봅니다. 인간적 약점이 소개됩니다. 우리는 쉽게 지루해하고, 사람이든 사물이든 일단 알고 나면 관심을 기울일 가치가 없다고 선언하는 성향이 있습니다. 이것은 인간을 대단히 우울하게 만들어줍니다.

 

 흔하고 절망적인 농담, "사는 게 재미도 없고..." 앞에서 예술은 길을 안내할 수 있습니다. 이를테면, "소중한 것을 성급하게 지나치는 태도를 버리기", "예술가의 눈으로 세상을 바라보기" 같이 놀라운 광경으로 우리를 안내하고 있습니다. 인간의 우울한 약점을 보완해주는 예술의 매력이랄까요.

 

 저자 : 알랭 드 보통, 존 암스트롱 공저 / 김한영 역 / 출판사 : 문학동네

 출간 : 2013년 09월 23일 / 가격 : 28,000원 / 페이지 : 240쪽

 

 

 19세기 프랑스인에게 아스파라거스는 식재료 혹은 내다 파는 작물 외에는 아무 것도 아니었습니다. 그런데 마네가 아스파라거스를 더없이 섬세하게 그리자, 이 소박한 채소는 구원되었고, 이 아스파라거스 다발은 삶의 한 이상점을 보여줍니다. 그것은 무엇입니까? 평범하고 흔한 우리네 일상과 삶들을, 집중해서 섬세하게 들여다 볼 수 있다면, 우리의 존재를 한 폭의 예술적인 삶으로 다시 볼 수 있다는 영감을 불러일으킵니다. 다음은 저자의 아름다운 설명문.

 

 "우리는 겹겹이 쌓인 습관과 타성 밑에서 선하고 아름다운 면을 찾아내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우리는 연인이 쇼핑 카트를 밀거나, 심통 난 어조로 전기 회사를 욕하거나, 직장에서 풀이 죽어 퇴근하는 모습을 너무 자주 본 탓에, 그 혹은 그녀의 내면에 모험적이고, 충동적이고, 장난스럽고, 지적이고, 무엇보다 사랑할 가치가 있는 차원이 여전히 남아 있음을 잊고 만다. (124p)"

 

 예술을 다르게 바라본다면, 미술관에만 걸작품이 있는 것이 아니며, 일상 속에서 예술적인 삶을 재현해 나가야 한다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그것은 듣기에 따라서 삶의 의미를 되찾아 줄 수 있을테지요. 예를 들어, 자본이 유혹하는 사회의 풍경이란 끝없이 벌어서, 더욱 돈을 써보아라, 그렇게 아름다워지고, 그렇게 멋있어지면, 사랑받는 존재로 거듭나고 만족을 얻게 될테야. 라고 속삭입니다.

 

 그러나 하나의 미술 작품은 전혀 다른 이야기를 할 수 있습니다. 좌절된 꿈 앞에서도 최선을 다해서 살아가고, 자신에게 공정하게 살아가라고 가르칩니다. 어쩔 수 없이 인생을 이어나가야 할 때, 그 때에도 생은 의미가 있을 수 있다고 일깨워줍니다. 삶에 있어서 "있는 척하는 거짓된 광택을 입힐 것이 아니라, 겸허하게 살아가며 여전히 노력하라"고 말해줍니다. 차 한 잔을 마시면서, 소박한 순간을 누릴 수 있을 때, 이처럼 그림같은 일상은 우리에게 다가와 "그럼에도 힘내보자" 라고 정신을 격려합니다.

 

 제가 꽤 놀랐던 표현은 이것입니다 "길을 잃었다는 느낌은 자신이 불행한 운명에 매여 있다는 증거라기보다, 결실을 맺기 위한 탐사에서 반드시 거쳐야 하는 첫 단계다. 이 과정에는 우리가 특별히 주목해야 하는 두 개의 신호가 있다. 바로, 부러움과 감탄이다. (186p)" 이걸 조금 풀어서 설명하자면, 감동하고 존경하는 것에 그칠 것이 아니라, 그에게서 무엇을 본받을 것이며, 나는 어떻게 해석할 것인지, 스스로 그려볼 줄 알아야 한다는 의미에 가깝겠지요. 즉, 우리는 다른 사람과 자신에게서 많이 배워야 하고, 인내해야 한다는 것이 핵심입니다.

 

 생각해보면, 아무것도 하지 않는 사람은 길을 잃지 않습니다. 또한 했던 일만 반복하는 사람 역시 길을 잃지 않습니다. 그러나 이 두 경우엔, 탐사 대신 자신의 세계 속에서 만족하고 있는 건 아닐까요. 어차피 다 비슷한 거, 뻔한 거만 가득할 뿐이야 라고 생각해 버린다면, 그 견고한 자아의 성에서 살아가고 말 것입니다. 어쩐지 무미건조하다는 생각이 듭니다.

 

 물론, 그렇다고 해서, 길을 잃고 괴로워 하며 어려운 시간을 견딘다는 것이 그리 유쾌한 것만은 아닙니다. 어느정도 자기희생을 감수해야 하고, 때때로 이걸 왜 하고 있는가 라고 회의할지도 모릅니다. 그렇지만, 결국 탐사하는 삶이 되기 위해서는, 한 가지 서늘한 진실을 알아둔다면 좋을 것 같습니다. 다음의 대목입니다. "의미 있는 일을 하든, 관리직에 있든, 야심찬 사업을 벌이든, 창조적인 활동을 하든, 겉으로 보이는 모습과는 무관하게 속사정은 대개 그리 매혹적이지 않다는 것"

 

 불편한 진실쯤 되겠지만, 저는 이 지점이 참 좋았습니다. 인생이 다른 곳에 있지 않고, 바로 여기에 있기 때문입니다. 누구나 조금씩 쓰라린 속사정이 있지만, 그것을 극복해 나가면서, 탐사해 나가는 인간의 모습이 무척이나 사랑스럽기 때문입니다.

 

 그러므로, 길을 잃었다고 실망할 필요는 없을 테지요. 또한 어쩌면 말이에요. 길을 잃었을 때, 우리가 인내하면서 타인과 자신에게서 배워나가며, 계속 의미를 추구해 나간다면, 그 탐사가 삶을 더 나은 세계로 인도할지도 모릅니다. 일상에서 선하고, 아름다움을 찾아내기 위해서 노력하는 삶. 그렇다면 "길을 잃어도 괜찮아" 라고 말할 수 있을 것 같습니다. "혼란에 빠져있는 나를 인식하고, 비난을 멈춘 후, 그 모습을 소중히 여길 수 있게 만드는 힘" 이것이 예술이 주는 중대한 선물이라는 생각이 듭니다. 여기까지 미술문외한, 예술백치인 무명리뷰어의 습작 글이었습니다. / 2014. 0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