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반걸음만 앞서가라 리뷰

시북(허지수) 2014. 5. 3. 02:58

 2014년 4월, 많은 사람들이 그렇듯, 마음이 너무 아팠습니다. 잔인한 사회에서 아무 잘못 없는 많은 아이들이 끝내 죽어갔습니다. 책임지는 사람은 어디에도 보이지 않는 것 같았고, 절망적인 기분이 듭니다. 그럼에도 우리는 힘을 다시 내야 하고, 오늘의 현실을 절대로 잊지 말아야 겠지요. 4월초 부터 잠깐씩 읽고 있던, 리더십 서적 반걸음만 앞서가라에 대해서 리뷰를 남겨놓고자 합니다. 당분간 도저히 글을 쓸 엄두조차 나지 않았지만, 그래도 살아가야 한다는 것. 책임에 대해서 생각해야 한다는 것. 우리는 다시 힘을 내야 합니다.

 

 그러면, 오랜만에 책 이야기 출발합니다. 강상중 교수님은 리더가 해야할 중요한 일 중에는, 의미부여능력이 있다고 소개합니다. 즉 오늘날의 리더는, 무엇을 위해 일을 하는가, 삶의 의미가 무엇인가를 분명하게 설명할 수 있어야 한다는 것입니다. 바꿔 말해, 저쪽탓이라는 변명만 하고 책임 회피만 하고 있다면, 제대로된 설명을 하지 못하고 우왕좌왕 하고 있다면, 무능한 리더라는 지적을 피할 길이 없을테지요.

 

 저자 : 강상중 저 / 오근영 역 / 출판사 : 사계절

 출간 : 2009년 10월 31일 / 가격 : 9,000원 / 페이지 : 156쪽

 

 

 리더라고 한다면, 결국 결정해야 하는 위치이기 때문에, 판단력이 중요하다는 것은 당연합니다. 여기서 강교수님은 판단력의 원천으로 경험과 독서를 동시에 강조합니다. 먼저, "경험"은 살아 있는 지식에 해당하는데요. 많은 상황을 겪어오면서 경험이 쌓여가면, 각각의 상황마다 행동해야 할 모습이 달라질 수 있습니다. "그때그때 상황을 파악하면서 유연하게 수정해 나가지 않으면 리더십은 곧바로 진부해질 것이다.(p.68)" 라는 표현대로, 상황에 맞는 결정이 중요한 것입니다. 위급한 상황에서는 그만큼 어려운 결정을 각오하는 태도가 필요하다고 저는 생각합니다.

 

 한편, 책을 통해 습득할 수 있는 건조된 지성 또한, 올바른 판단을 내리기 위해서 중요한 기준이 되어줍니다. 왜냐하면, 긴 인류 역사를 통해서, 배울 수 있는 인간에 대한 이해, 사회와 조직에 대한 이해를 깊이 고려한다면, 상황을 보다 정확하게 파악할 수 있기 때문입니다. 그래서 강교수님은 "책을 들고 거리로 나가자" 라고 언급하고 있습니다. 짧은 표현이지만, 책과 현장을 함께 겸비하자는 주장은 진지하게 다가옵니다. 결코 한쪽을 경시할 수 없는 관계가 아닐까 합니다.

 

 리더에 대해서, 교수님은 "고독"이라는 표현을 언급합니다. "엄청난 위험을 감수하는 일이고 그만큼 위안도 없는 일이다." 리더라는 뭔가 있어 보이는 말에, 거품을 걷어내고 냉정하게 접근하는 대목이 매우 인상적인데요. 고독을 견디며 끝까지 책임지고, 결정을 내리는 능력이야 말로, 리더십의 핵심이라고 고언합니다. 그래서 이 부분을 읽을 때는 정말이지 울컥했습니다. "누구에게도 원망을 듣지 않고, 아무 행동도 하지 않는 리더만큼 한심한 리더도 없다.(p.74)" 예컨대, 빨간 코드냐, 파란 코드냐, 최종 결단을 내려야 하는데, 답은 보이지 않습니다. 여기서 최악의 선택은 아무것도 하지 않는 것입니다.

 

 이제 결론입니다. 결국 리더의 역량이란, "위험을 무릅쓰는 책임감" 입니다. 희생양이 될 가능성도 각오해야 하고, 정신적으로 정말이지 지치는 일일테지요. 저는 생각나는 일화가 있습니다. 예전에 진중권 교수님이 황우석을 감히(?) 의심할 때에도, 엄청난 여론의 비난을 받아서 멘붕 상황이 왔다고 한 적이 있습니다.

 

 글쎄요, 저는 위험을 무릅쓰고 소신발언을 하는 사람들이 참 좋습니다. 또한, 저는 21세기의 리더십이라고 한다면, "누구나 리더"가 될 수 있다는 의견을 적극적으로 받아들이는 편입니다. 그러므로, 사회가 더 나아가기 위해서는, 각자가 생각을 하고, 각자가 판단을 하고, 무엇을 어떻게 고쳐나가야할 지, 내가 할 수 있는 일은 무엇인지, 고민하는 시간이 반드시 필요하다고 생각합니다.

 

 여기서 잠깐 의문점이 들 수 있습니다. 그렇다면 왜 오늘날은 멋진 리더가 좀처럼 보이지 않는걸까요? 매우 아픈 지적이지만, 현대인의 정신성이 풍요 속에서, 몸사리는 쪽으로 자꾸 진행되고 있음을 지적합니다. "예를 들어 무슨 말만 꺼내면 그거 위험하지 않아 라든가 그런 일은 해봐야 손해야 하는 식으로 대꾸하는 식이다. 모험을 하고 싶어하지 않는 것이다. 그보다는 아예 모험의 의미조차 모르는 것이 아닐까.(p.148)" 현대인은 시도하지 않는 삶을 살아가고 있음을 이처럼 통렬하게 지적한 대목이 마음 깊이 파고들어옵니다.

 

 스스로를 믿고 내던지는 사람이야말로, 리더라고 강교수님은 힘주어 정리합니다. "자신의 신념을 토대로 온몸을 내던집니다. 그렇게 뛰어들기 때문에 모두가 감동하는 것입니다.(p.150)" 해봐야 거기서 거기라는 자포자기 대신에, 자신이 할 수 있는 일 앞에서 치열하게 살아가는 삶. 그것 자체가 바로 빛나는 리더의 모습이라 생각합니다.

 

 오늘날 우리는 리더 다운 리더를 그리워 하고 있는 것 같습니다. 이해할 수 없는 이상한 일들이 도처에 널려 있기만 합니다. 위험을 무릅쓰고 결단을 내려야 합니다. 언젠가 어느 국가지도자가 "실제로 서민들의 삶을 별달리 개선하지 못했음을 미안해하던..." 모습이 저는 여전히 잊혀지지 않습니다. 저 또한, 서민된 입장으로서, 속으로는 믿었던 당신마저 이 거대한 자본과 권력(기득권) 앞에서 별 수 없다는 생각에 슬프기도 했습니다. 어느덧 시간이 많이 흐르고 나니, "바뀌지 않더라도 계속 노력하는 모습"만이 마음에 남아 있습니다. 저는 그래서 지금도 우공이산 이라는 사자성어를 좋아하는 지도 모릅니다. 가슴 속에 불가능한 꿈을 가지고 살아가는 사람들을 그리워 합니다.

 

 눈을 맞추는 것, 딱 반걸음만 앞서가는 것, 혹시 버스를 놓쳐서 제 때 타기 힘든 사람이 있다면, 약간의 여유를 가지고 비난 대신에 기회와 격려를 주는 것, 그런 모습들이야말로, 지금의 세상을 바꿔나갈 수 있는 희망이 되겠지요. 우리가 얼마나 타인의 입장에서 생각할 수 있는가, 우리가 얼마나 타인에게 친절할 수 있는가, 그 여유와 품격을 잃지 않는다면, 더 좋은 세계는 지금 여기서부터 만들어 갈 수 있는게 아닌가 싶었습니다.

 

 반칙이 성행하는 깡패와 마피아의 사회 속에서, 자신의 신념을 지켜나가며 선하게 살아가는 사람들, 침묵과 복종 대신에 생각과 저항을 하는 사람들, 그렇게 딱 반걸음씩이라도 포기하지 않고 나아가는 사람들이 한 사람 한 사람 늘어갈수록, 분명 우리는 이 지옥을 바꿔나갈 것입니다. / 2014.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