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 (Dawn of the Planet of the Apes,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4. 7. 22. 01:35

 뜻대로 되지 않았을 때, 어떤 선택을 할 것인가. 결단하는 유인원 시저의 이야기.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참으로 잘만든 블록버스터 영화입니다. 왜 싸움이 일어나는 것인지, 또한 싸움 앞에서 어떤 태도를 보여야 하는지, 영화는 별달리 대사 없이도, 강렬한 표정으로 관객에게 진심을 전해줍니다. 저는 몇몇 대목에서 매우 흥미로웠는데, 이번 리뷰는 그 장면들을 돌아보면서 작성해 보았습니다.

 

 첫 번째, 우리가 이루어 놓은 평화는 영원히 가지 않는다는 점. 평화라는 말은 참 따뜻한 느낌을 주는 단어입니다. 사람들이 모두 평화롭게 살아간다면, 무기를 내려놓고 살아간다면, 막말을 멈추고 살아간다면, 상처받을 필요도 없고, 서로를 두려워할 필요도 없을테니까요. 유인원들은 그렇게 규칙을 정해서 살아가고자 합니다. 유인원은 유인원을 죽이지 않는다. 이것은 우리끼리는 다툴 필요가 없음을 의미합니다. 그러나, 사건은 터지고 마는데...

 

 

 위기에 내몰렸던 인간들은 유인원들의 구역까지 넘어와서, 생존을 모색합니다. 여기까지는 누구의 잘못도 아닐지 모릅니다. 그런데, 끝내 겁에 질린 인간과 말하는 유인원의 만남은 비극이 되고 말았습니다. 서로 무기를 들었기 때문입니다. 곤란한 상황에서 유인원의 지도자 시저는 놀라운 결단을 합니다. 한마디로 섣불리 싸우지 말자는 것입니다. 전쟁을 해서, 많은 동족들이 희생된다면, 그것이 무슨 의미가 있단 말인가! 승리라는 짜릿함 대신에, 참고 공존하자는 지혜로움은 많은 지지와 또한 많은 반발을 함께 삽니다. 시저의 아들까지도, 아버지의 태도가 영 못마땅하고요.

 

 ※이제부터의 내용은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주의하세요

 

 코바로 대표되는 유인원 내부의 "불만 세력"은 기회만 모색하고 있습니다. 인간들과 공존을 추구한다니 그게 말이 되느냐? 인간들은 적이다! 그리고 마침내 최고의 기회를 잡았습니다. 인간들이 사는 지역으로 가봤더니, 그들은 총을 들고 있었고, 협력하자며 유인원 세계로 들어왔던 인간까지도 총을 숨기고 있었습니다. 빼도 박도 못하게 인간의 이중성이 폭로된 상황! 코바는 내친 김에 지도자 시저를 저격하며, 새로운 시대, 전쟁의 시대가 막을 열었음을 알립니다.

 

 저는 코바를 상당부분 이해해보고 싶었습니다. 이 녀석은 인간들에 의해 괴롭힘을 당했던 기억만 있어왔고, 코바가 볼 때, 인간들의 좋은 점이라고는 눈씻고 찾아봐도 보이지가 않습니다. 더욱 짜증나는 것은, 인간들은 사기나 치려고 하고, 뒤에서는 온갖 무자비한 계획들을 추진하고 있다는 점! 치솟는 분노의 감정을 주체하기 어렵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쌓여왔던) 불만을 몽땅 쏟아부어서라도 세계를 완전히 갈아엎어버리면 되는 것 아니겠느냐! 라는 게 코바의 심정이겠지요.

 

 코바는 물러서지 않는 용맹한 지도자가 무엇인지 자랑하듯 보여줍니다. 동료 유인원들이 전투에서 움찔하고 있을 때는, 가장 먼저 양쪽에 총을 들고 맨 앞에서 돌진합니다. 망설이고 주저하고 있다면, 그런 나약함으로는 아무것도 하지 못한다며, 동료까지도 내던져 버립니다. 이기기 위해서, 모든 수단과 방법을 총동원하는 강자의 화려함. 영화는 매우 정중한 태도로, 이것을 끝까지 보여줍니다. 강자가 지배하는 사회는 무엇인가? 자신의 마음에 들지 않는 자들을 잡아들일 것이며, 자신을 반대하는 자들을 죽일 것이며, 오직 그 강자 한 사람을 위한 세계가 될 것이다!

 

 영화는 시저가 죽음의 문턱에서 살아나면서 멋진 반전을 맞이합니다. 또한, 재밌게도(?) 시저를 구한 것은 인간이었습니다. 말하자면, 제게 있어서, 혹성탈출 반격의 서막은, 우리에게 이 장면을 똑똑히 보라고 강조하는 듯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세계를 이분법 적으로 나누지 말기를... 다만 어느 세계에나 좋은 사람이 있다는 것을 반드시 기억하도록... 그것이야말로 세상이 아름다운 까닭이니! 한 사람의 아름다운 모습으로 인해서, 어쩌면 세계가 유지되고 있는 게 아닐까, 저는 그런 생각이 스쳐지나갔습니다. 그러므로 현실의 씁쓸함이 전부가 아님을 잘 받아들여야 겠다는 작은 응원을 얻었습니다.

 

 후반부, 시저는 뜻이 맞는 동료들을 다시 모아서, 유인원의 새 지도자로 올라선 코바와 맞섭니다. 그 과정도 참으로 근사합니다. 혼자 힘으로 되지 않는다면, 그래도 상관없어, 주변을 둘러보면 되잖아. 그러므로 조금 과감하게 해석한다면, 주변 환경에 어떻게 반응할 것인가? 라고 질문할 수 있지 않을까요. 나 혼자서라도 이 세계를 변혁시키겠다는 돌격대장이 아니라, 너와 내가 함께 발을 맞춰서 이 현실에서 살아갈 방법을 찾아보겠다는 그 현명함이 저는 더할나위 없이 빛나보였습니다.

 

 코바는 마지막 순간에, "유인원이 유인원을 죽일 수 있겠냐며" 시비를 겁니다. 시저는, 차갑고 단호합니다. "너 같은 건 유인원이 아니다." 저는 타인에게, 할 수 있다면 친절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그러나, 모든 사람을 신경쓸 수 없습니다. 때로는 집단을 망가뜨리는 "썩은 사과"가 있을 수 있습니다. 방치할 수 없다면, 냉정해야 한다는 것이 리더가 리더인 이유겠지요. 어려운 결정을 내릴 수 있어야, 존경받는 리더가 될 수 있다는 것.

 

 끝으로, 저는 시저가 인간들을 원망하지 않고, 코바를 불평하지 않는 태도가 무척 놀라웠습니다. 일어난 현실에 대해서 시저는 스스로를 돌아봅니다. "나의 실수는 유인원들이 인간 보다 나을꺼라고 믿었던 것에 있었다." 자신의 잘못을 발견하고, 실수를 되풀이하지 않기 위해서, 시저는 일어날 수 있는 가능성을 좀 더 세밀하게 검토하기 시작합니다.

 

 이제 인간과의 전쟁을 피할 수 없게 되었다면, 물러설 곳이 없게 되었음을 인식한다면, 시저는 어떻게 싸울 것인가? 그 이야기는 혹성탈출 다음 이야기에서 알 수 있겠네요. 아쉽네요! 이번 작품의 아쉬움이란, 혹성탈출이 워낙 긴 이야기니까, 영화의 뒷부분에서, 치약을 다 바르지 못한 칫솔같은 전개로 막을 내립니다. 더 보고 싶지만, 벌써 끝났어요!

 

 살아오면서, 대부분 사람을 믿으면 안 된다는 이야기만을 들어왔습니다. 아마도 시저의 실수가 있다면, 그 역시 지나치게 자신의 동족을 믿었던 것이겠지요. 우리는 오늘날 믿을 건 나 밖에 없다라는 차가운 세계 속에서 살아가고 있습니다. 예전에 은사님이 이런 말을 했던 게 기억납니다. 믿을 신(信) 이라는 한자는, 세상에 믿을 게 하나 없이 다 변해가지만, 그래도 사람의 말은 믿을만 하다. 라는 것에서 출발한다고. 그러고보면, 약속을 지키는 사람, 그것 하나만으로도 어쩌면 "참 좋은 사람"이 아닌가 싶습니다. / 2014.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