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괜찮아 사랑이야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5. 1. 23. 00:48

 

 어머니가 조울증으로 많이 아프셔서,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게 된지도 벌써 수개월이 훌쩍 지나가고 있습니다. 저는 평소 장편의 드라마는 거의 보지 않지만, 지인의 추천으로 괜찮아 사랑이야 라는 정신건강의학을 바탕으로 한 드라마를 접하게 되었습니다. 대단히 감동스러웠으며, 마음이 치유되는 힐링의 느낌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주연인 장재열, 지해수 외에도 등장하는 인물 하나 하나에 정성스러운 개성이 들어 있다보니 사람에 대한 따뜻함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사람을 비난하기 보다는, 사람을 이해할 수 있는 존재로 대하는 것. 심지어 그가 사회적으로 냉대받는 입장에 처해 있더라도, 초라한 입장에 처해 있더라도, 그를 버리지 않는다는 것. 그것이야말로 사랑의 무게감이라고 생각합니다. 

 

 현대인들은 정신적으로 피곤한 삶에 살고 있습니다. 알려진 정보에 의하면, 우리는 바빠진 탓에 한 세기 전의 사람들보다, 더욱 수면시간이 줄어들었으며, 심지어 밤에 잠이 오지 않아서 괴로워하는 사람도 많이 있습니다. 그러나 부정적으로만 볼 것은 아닐테지요. 옛날 같았으면 "미쳐버린 사람" 이라고 비난했을 사람조차도, 이제 의학의 발달로 인해서, 이들을 치유할 수 있게 되었습니다. 조현병 또는 정신분열병 같은 중증의 마음병도 약물치료를 할 수 있게 된 것. 따라서, 인구의 1%에 해당하는 아픈 사람들을 일상 생활이 가능한 "관해" 상태로 만들어서, 마음껏 살아갈 수 있게 만들었습니다. 하늘이 무너지더라도, 이겨낼 가능성은 있다는 것이 이 드라마가 주는 강한 메시지이자 희망입니다.

 

 

 어려운 집안 환경을 꿋꿋하게 딛고서 정신건강의학과 여의사가 된 지해수 선생님과, 마찬가지로 가정 폭력에 시달렸던 불운한 환경을 이겨내고 성공한 작가가 된 장재열 작가님은 TV프로그램에서 만나자마자 으르렁 거리면서 죽이 전혀 맞지가 않습니다. 인연이란, 처음부터 인연임을 알아볼 수 없는 것이지요. 하하. 장재열 작가는 팬도 많고, 한강우라는 열성적인 팬도 따라다닙니다. 좋은 차도 몰고 다니면서 남부러울 것이 없이 살아가는 성공적인 인생, 그러나 늘 밝은 장재열 작가는 그 자리에 오기까지 많은 압박을 견뎌가고, 오늘을 억지로 웃어가고 있다는 것이 포인트 였습니다.

 

 ※이제부터의 내용은 드라마 본편에 대한 누설이 담겨 있으므로 아직 드라마를 보시지 않은 분은 절대 주의하세요.

 

 절대로 초라한 자신으로 더 이상 살아가지 않기 위해서, 무기력한 어린 시절의 자신을 극복하기 위해서, 장재열 작가는 거울을 보면서 미소를 연습하고, 자신감에 차 있는 상황을 연출하고, 그 완벽한 시나리오 대로 스스로를 맞추어 갑니다. 그 스스로의 삶이 강박으로 얼룩져 있는 것도 이 사실을 증명합니다. 사실은 누구보다 착한 사람인데, 마초의 가면을 쓰고 강하게 밀어붙이는 삶이 실은 병들어 있다는 것이 가슴을 아프게 합니다.

 

 극중에서 현명한 조동민 박사님은 때때로 느슨해지고, 긴장감을 풀어야 함을 강조합니다. 삶을 고무줄처럼 팽팽하게 당기기만 하고 있다면, 긴장감 속에서 어딘가가 툭하고 끊어져 버릴지도 모릅니다. 그리고, 장재열 작가의 삶은 과연 여러군데 상처가 있음이 차차 발견됩니다. 잠을 화장실에서만 잘 수 있어서, 욕조를 자기스타일대로 화려하게 꾸며놓고, 강박증 때문에 글을 쓸 때는 수염도 깎지 않은 채, 밤새워 글쓰기에만 몰두하는 남자.

 

 제가 놀랐던 것은 바로 그 "수면"에 있었습니다.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망상장애 같은 안 좋은 증상들은 수면부족과 연관성이 높다는 것을 배우게 되었습니다. 또한, 현실이 괴롭기 때문에 현실에서 벗어나기 위해서 자신이 망상을 만들어 낼 수 있다는 것도 생각해 보게 됩니다. 이 관점에서 장재열 작가를 이해해 본다면, 그가 친형에 대하여 얼마나 복잡한 감정, 죄책감, 미안함 등으로 마음이 괴로웠는지를 알 수 있게 됩니다. 그래서 극의 후반 친형에세 제대로 한 방 얻어 맞고서도, 정작 장재열 작가는 가슴이 시원해지는 모습을 보면서 짠한 감동을 받을 수 있었습니다. 그의 무거운 죄책감이 드디어 날개를 달고 날아가버리는 순간이기 때문입니다.

 

 한편, 사랑스러운 여의사 지해수와 장재열은 함께 다니면서 어느덧 사귀게 되었고, 개바람둥이라는 폭풍비난 속에서도 장재열은 능숙하고 적절하게 지해수와의 여행을 계획하고 다녀옵니다. 야호~ 만루홈런! 그리고, 일본 오키나와 여행에서 가장 행복한 그 순간이 가장 괴롭게 망상이 찾아오는 순간임을 확인하게 됩니다. 내가 이렇게 행복해도 되는가? 라는 반문이 무의식 속에 찾아와서 일상을 망가뜨려 버리기 때문입니다. 이제는 마음 속 깊숙이 있는 그 원인을 찾아내서 제대로 대면해야 할 때가 되었습니다.

 

 조현병 증상은 실제로 환자가 느끼는 것이라서, 이른바 환청이 들릴 때 뇌를 찍어보면 실제로 소리를 들을 때와 똑같이 뇌가 반응한다고 합니다. 이번에도 이 관점에서 장재열 작가를 이해해본다면, 장재열 작가는 정말로 강우의 핸드폰 소리를 들었으며, 강우의 존재를 믿을 수 밖에 없었습니다. 그래서 환청과 환시가 같이 실재하는 중증의 장재열 작가는 반드시 고쳐야만 하는 어려운 환자였던 것입니다. 이 때, 가장 감동했던 것은 지해수의 넓은 마음입니다. 일부러 운동화를 선물하면서 한강우라는 환시와 이별하라고 따뜻하게 대하는 것입니다. 정신분열병을 고치는 것은 약물에 더하여, 주변에서 가진는 따뜻한 대우가, 정말로 사람을 고치는구나, 그런 의미에서 지해수는 얼마나 좋은 의사임을 가슴 깊이 느끼게 되어서 좋았습니다. 또한 그 주변에 있는 조동민 박사님이나 이영진 교수님도 참 멋진 동료들이었고요.

 

 지금까지 이 드라마를 감동적으로 본 관점에서 글을 남겨보았습니다. 매일 1편씩 잠들기 전에 보면서도, 극의 후반에서는 가슴이 먹먹하기도 했습니다. 다비치, 윤미래 등이 참여한 음악 등도 참 듣기에 좋았던 것도 드라마를 더욱 빛나게 해주었네요. 조인성, 공효진, 성동일, 이광수 등 출연진들의 멋진 연기도 칭찬하고 싶습니다.

 

 저는 어머니를 모시고 매번 정신건강의학과를 다니면서, 언제나 사람들이 가득 대기해 있는 것을 보았습니다. 늘 예약을 해서 금방 진료를 받으면서도, 아무일도 없었던 것, 그 대단한 일상에 감사하게 됩니다. 현대는 그런 사회입니다. 복잡해지고, 치열해지고, 경쟁이 심해지면서, 사람들은 상처입고, 그 상처를 어찌할 바 모르고, 나도 모르게 충격으로 미쳐버릴 수 있는 사회가 되어갑니다. 그럴 때, 우리는 상대방을 더 이해할 수 있도록 조금 더 노력해야 함을 가슴 깊이 배울 수 있었습니다. 조동민 선생님의 처방으로 표현하자면, 아프면 토마토를 던지듯이 괴로움을 표현하고 나눌 수 있다면 우리는 조금이나마 위안과 쉼을 찾을 수 있다고 생각합니다.

 

 이야기를 나눌 수 있는 사람. 그 사람이 친구가 되었던, 가족이 되었던, 지금 제 경우 이렇게나마 남길 수 있는 글이 되었던 간에, 인간은 서로가 이야기 하고 소통하면서, 결국 더욱 건강하게 되고, 다시 일어설 수 있습니다. 애인의 고통을 무리를 하면서도 함께 하고, 마침내 그가 나아서 환하게 웃던 지해수의 표정은 이 드라마의 압권이었습니다. 마음이 아픈 사람들에게 강력하게 권하고 싶습니다. 어려운 과거를 안고 있는 사람에게도 권하고 싶습니다. 드라마처럼 우리가 비록 부자들이 아닐지라도, 우리는 얼마든지 거리를 걷고, 커피를 함께 마시면서, 오늘의 일상을 진심으로 감사하게 바라보고 싶습니다. / 2015. 0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