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이가 들어가도 공부하는 영원한 학생이고 싶었습니다. 그러나 달콤하고 유혹적인 것들은 참 많고, 긴 호흡의 책 보다는 스마트폰으로 뉴스나 흥미거리를 가까이 하게 되는 모습을 발견하곤 했습니다. 이렇게 살아서야, 말과 행동이 달라도 너무 다른, 한마디로 모순적인 삶 같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책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를 고민하는 와중에 제게 위로가 되었던 것은 유시민 선생님과 조국 선생님이었습니다. 유시민 선생님은 글쓰기 특강에서 좋은 글을 쓰기 위해서는, 독서광이 될 것을 권하였습니다. 조국 선생님의 결론은 매력적입니다. 한 권의 책으로 현실을 뛰어넘는 비전과 계획이 시작될 수 있고, 그리하여 한 권의 책으로도 인생이 바뀔 수 있다는 것.
찰리 채플린의 명대사가 수록되어 있는데, 정말 여러 번 읽어보았습니다. "우리의 지식은 우리를 냉소적으로 만들었고, 우리의 영리함은 우리를 딱딱하고 불친절하게 만들었습니다. 우리는 생각을 너무 많이 하지만 너무 적게 느낍니다." (p.203) 특히 마지막 대목은 머리를 쾅하고 얻어맞은 듯한 충격이었습니다. 이 막막한 현실 속에서 어떻게 살아야 할까 고민은 이제 잠시 접어두고, 이 현실을 극복하고 바꿔나가기 위해 우리는 무엇을 느껴볼 것인가? 완전히 인식을 바꿔볼 것을 요구하기 때문입니다. 그렇다면 결국 해법은 더 많이 느끼기 위해서 매일 노력할 것. 거기에 달려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습니다. 그렇게 간신히 저는 책을 가까이 해야 할 이유를 다시 찾게 되었고, 무척 기뻤습니다.
저자 : 조국 저 / 류재운 정리 / 출판사 : 다산북스
출간 : 2014년 06월 10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260쪽
곧이어서 니체의 명언이 등장합니다. "춤추는 별을 탄생시키기 위해 사람들은 자신들 속에 혼돈을 지니고 있어야 한다" 저는 아들러 심리학을 접한 이후로는, 인생을 잘 살아가는 증거로는 (과거나 미래를 생각하기 보다는) 주어진 매일을 춤추듯이 열심히 사는 것에 있다고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사실은 생각대로는 몸이 따라가지 못할 때가 많아서 속상한 적이 많았습니다. 혼란스럽기도 했고요. 그런데 이 니체의 말이 위로로 다가왔습니다. 그렇게 괴로워 하는 가운데 별이 탄생해 나간다는 것. 그리고 이것은 소설 데미안에도 등장하는 - 새는 자신의 알을 깨부수는 고통을 겪으며 태어나는 것과 비슷한 느낌을 받았습니다.
원하는 대로 자유롭게 살아가는 인생, 그려놓은대로 펼쳐지는 인생, 그렇게 되기까지 우리는 망설이고 주저앉고, 또 다시 일어나려고 발버둥치는 모습이 꼭 들어가 있어야 하는건지도 모릅니다. 스스로를 한심하다고 탓만 할 것이 아니라, 그 부정적인 감정에서 재빨리 훌훌 털고 일어나서 춤추는 별을 탄생시켜 보고자, 꿈꿔보는 것. 노력해 보는 것. 조국 교수님의 방식을 빌려와 다르게 표현하자면, 이성의 독재에 억압된 감성, 영감, 본능, 광기, 열정 등이 중요하다는 점. 이성적으로 자꾸 자신을 판단하고 통제하려고 들지 말고, 과감하고 일탈적으로 가슴을 따라가보라고 권하고 있습니다. 진정 이성적인 선택이라면, "뜨거운 사람"이 되려는 선택! 그러므로 열의에 차서 고민하고 있는 그 모습은 얼마나 아름다운 태도인가요. 이 점을 진지하게 되돌아 볼 수 있었습니다.
그리고 이 대목, 이 한 줄만으로도 이 책을 읽었던 것을 참 감사하게 생각합니다.
"인간의 위대함은 그가 가진 권력이나 부의 크기가 아니라 정신과 기백과 영혼의 크기로 결정 난다." (p.232)
오늘날 우리가 가지고 싶어했던 안정적인 부의 획득, 혹은 힘있는 권력은 사실 인간을 평가하는 기준이 되어서는 안 될 일 입니다. 우리는 한 사람이 얼마나 맑은 정신을 가지고 있는가, 그의 기백은 얼마나 힘찬가, 영혼은 어떤 소리를 내고 있느냐에 귀를 기울여야 합니다. 따라서 세속의 삶에서 평민으로 살며 사회귀족 앞에 눈치를 보고 머리를 숙이고 무릎 꿇는 일 있다 하더라도 내면에서는 굴종하지 않고, 반항하고 저항해야 함을 말하고 있습니다. 당당하고 위대한 삶을 살기 위해, 냉소하고 체념하기 보다는, 작은 용기를 가지고 커다란 나무가 될 날을 상상하며 두려움을 극복해 나가는 것이 필요합니다. 막막하다는 공포는 인간에게 참으로 고약한 것입니다. 그러나 공포를 극복해 나가기 위해서는, 작은 용기를 계속 낼 때, 이것이 열쇠가 되어줄 것이라 저는 믿습니다. 우리의 마음가짐이 바로 서 있다면, 길은 반드시 있다는 것.
2012년 노벨 생리의학상을 공동수상한 존 거든 교수님의 성적을 공개할 때는 참 놀라웠습니다. 15살 때, 그의 생물 성적은 250등이었습니다. 첫 학기 꼴찌였는데, 과학자가 되겠다는 생각이 우스꽝스럽다고 성적표에 평가되어 있었습니다. 이것으로 볼 때, 중요한 것은 무엇인가요. 역시나 마음가짐 입니다. 오늘의 내가 꼴찌처럼 느껴지더라도, 아니 아예 꼴찌라고 이 사회가 평가해 버렸다고 해도, 중요한 것은 이제부터 어떻게 살 것인가 입니다. 계속 노력하기 시작하면, 거기서부터 시작인 것입니다. 조국 교수님의 멋진 말을 소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우리 모두는 자신의 분야에서 꾸준히 공부하는 인간으로 살아야 삶에 뿌리내릴 수 있고 더 나아가 행복해질 수 있다. 공부를 즐기는 인간이 된다는 것, 그것은 내 삶을 사랑하는 방법을 안다는 것이다." (p.79) / 2015.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