단어와 짧막한 문장을 외워가는 영어공부를 하는 게 제법 심심하던 탓에, 영어로 된 소박한 동화책에 손이 가게 되었습니다. 그리하여, 직독직해로 읽는 어린왕자를 읽게 되었는데요. 아이쿠, 명작이 괜히 명작이 아니었습니다. 뭉클한 감동이 전해지는 대목이 참 많았습니다. 무엇이 우리의 일상을 특별하게 해주는가, 그것은 함께하는 시간이다! 라고 단언하는 여우의 일갈이 가슴에 오래도록 남을 것 같습니다.
사실 우리는 모두 인간인데도, 서로가 다른 개성과 특징을 가지고 있습니다. 좋아하는 분야도 저마다 다 다릅니다. 그 까닭은 무엇과 함께 시간을 보냈느냐에 따라 결정되는 게 아닐까 싶습니다. 예컨대, 저는 축구, 야구 경기를 참 좋아하고, 영화보기를 또한 사랑합니다. 그런데 처음부터 그랬던 것은 아닙니다. 자주 가까이 하다보니까 친숙해지게 되었고, 그러다보니 한 장면, 한 장면에서 새삼스럽게 멋있음을 발견하게 되는 것입니다. 그러므로 무엇을 가까이 하게 되느냐가 중요합니다. 무엇으로 하루를 채우느냐가 삶의 핵심이라 생각합니다.
저자 : 생텍쥐페리 / 역주 : 더 콜링 / 출판사 : 랭귀지북스(Language Books)
출간 : 2016년 02월 01일 (개정판) / 가격 : 12,000원 / 페이지 : 240쪽
예컨대 나의 소중한 절친 K군은, 일을 마치고 서든어택이라는 총싸우는 게임으로 여가 시간을 채우기로 결정했습니다. 그런 경험이 까마득히 쌓이다보니까, 남들보다 월등한 실력을 가지게 되었고 별이 3개에 다다르게 되었습니다. 그와는 조금 다르게 저는 무명블로그를 가꾸는 행위에 의미를 부여했고, 근래 수년 동안 영화와 책리뷰 남기는 것을 300개 가까이 하게 되었습니다. 내일 하루도 도서관에 올라가면서 좋은 책을 손에 넣고 기뻐할 것을 기대합니다. 그렇게 삶을 조금 더 긍정적으로 기쁘게 맞이하는게 저는 참 좋습니다. 한 권의 책이 주는 행복, 한 편의 영화가 가져다 주는 위안이 나를 나답게 만들어 줍니다.
마음을 가꾼다. 어린왕자를 읽으며, 이 가꿔나간다 라는 말을 생각하게 되었는데요. 이를테면, 우리는 누구나 자신만의 별을 가지고 있다는 생각을 가져보게 되었습니다. 저는 다이어리 앞장에다가, 나의 별이 있다면 거기에는 뭐가 있을까 몇 가지를 핵심 언어로 요약해 본 적이 있습니다.
블로그 카테고리처럼, 축구, 영화, 역사, 독서, 기독교, 슈퍼로봇대전 같은 나만의 광맥이 있을 것이고, 이것을 꾸준히 캐나가는 것이 나의 삶이라 할 수 있겠습니다. 물론 한정된 삶의 여건 속에서 모든 것을 다 할 수 없기 때문에, 많은 것은 포기해야 할테고, 또 많은 대목은 타인의 도움을 힘입어서 이루어 나갈 수 있겠지요. 그렇게 언젠가 세월이 많이 흘러서도 계속 글을 써내려가고, 한 천만명 쯤 오고 가는 블로그가 되면 좋겠다고 상상하며 혼자 흐뭇해 한 적이 있습니다. 이런 것을 오랫동안 꿈꿔보기 라고 해야 할까요.
그런 관점에서, 제게는 주말에 영화 1편을 보는 것이, 꿈을 이루어가는 행위이며, 일하는 틈틈이 책을 가까이 할 수 있다는 게 더할 나위 없는 기쁨이 될 수 있는 것입니다. 앞으로도 이러한 범위 내에서 삶이 이루어져 나가기를 소망하고 있습니다. 따지고 보면 운 좋은 인생이었다고 생각합니다. 좋은 사람들을 만났고, 좋은 경험을 쌓을 수 있었기 때문에, 적게 가지고도 행복해 하는 방법을 배울 수 있었습니다. 특별히 부자였던 적은 없었고, 오히려 가난했다지만 마음만큼은 왕자같은 삶을 살아왔음에 진심으로 감사하고, 또한 기뻐합니다.
소설 어린 왕자의 핵심은 장미 한 송이의 특별함이라 할 수 있습니다. 내게 인연이 닿은 장미 한 송이를 가지고도 행복해 하고, 그리워 하고, 아껴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그 다정함이야 말로, 어린 왕자 소설이 제게 준 특이한 영감 같습니다. 나는 그런 관계를 알고 있습니다. 한 사람으로 인해서 기뻐할 수 있는 관계. 그런 매력적인 삶이 저는 참 좋습니다. 이것을 사랑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우정이라고 표현해도 좋고, 인연이라고 써도 좋을 것 같습니다.
본디 언어로는 모든 것을 제대로 전달하지 못하는 것 같습니다. 제가 그렇게 글을 잘 쓰는 편이 아닐테고요. 이 영어문장을 꾹꾹 눌러 써 봅니다. I ought to have judged by deed and not by words. (나는 판단했어야 하는데 / 말이 아니라 행동으로) 우리의 판단이 말이 아니라, 행동이기를 원합니다. 그래서 사랑은 발바닥이라는 박노해 시인의 시구를 좋아합니다. 사랑한다는 말이 아니라, 직접 몸으로 움직여가면서 사랑을 표현하는 방식에서 저는 진심을 느낍니다. 한 번, 두 번, 내맘대로 상대방을 찔러보고 그만두는 것이 아니라, 그는 / 그녀는 우리의 가족이라면서 끝까지 껴안아주는 영화 같은 방식에서 진의를 느낍니다.
욕심인 것을 뻔히 알지만 써놓은대로 이루어져 감을 믿기에, 마지막으로 스스로에게 당부를 기록합니다. 앞으로도 살아가면서 계속해서 좋은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가기를, 상대방이 가지고 있는 별들을 잘 존중할 수 있기를, 내가 상대방에게 선의와 친절을 잃지 않기를, 갑질하는 자리에 함부로 앉지 않기를! 오히려, 조금은 불편하고 피곤하더라도 낮은 곳을 향하고 있기를, 계속해서 열정으로 움직이는 삶을 살아가기를 나는 소망합니다. 그것이 나의 지향이기 때문입니다. 이 모든 것들을 젊은 날의 방황에서 얻었기에, 나는 느리게 가는 삶을 후회하지 않습니다. 엉망진창인줄로만 알았지만, 알고보니 꼭 그런 것만은 아니었구나, 작은 것 하나로도 엄청난 힘을 얻는구나를 나는 어린 왕자를 통해 배웠습니다. 앞으로 나의 별을 꼭 잘 가꿔나가겠습니다. 다짐하고 또 다짐합니다. 별들이 변함없이 우리 머리 위에 떠 있듯이, 우리의 열정이 매일 변함없이 전진하기를! / 2016. 05.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