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리뷰

시북(허지수) 2016. 4. 7. 00:48

 

 은사님이 소설 좀 읽어봐 라고 권했을 때도, 고개를 설레설레 저었습니다. 지난 10년간 읽었던 소설은 오래된 책들 예컨대 일본소설 냉정과 열정 사이, 루쉰의 아Q정전 같은 것만 기억에 남아 있습니다. 자주 미국식 성공학 책들에 묻혀 있었던 날들입니다. 심리학서적, 경영학서적, 가끔씩 사회학서적들 입니다. 도대체 나는 뭐가 되고 싶었던 걸까요? 실은 아무런 목표도 없었던 건지도 모릅니다. 아프지 않고 살아갈 수 있는, 매일이 기뻤습니다. 삶에 대한 책임이라곤 없었습니다. 단지 많이 읽다 보면, 언젠가는 더 좋은 글을 쓸 수 있을꺼야, 그렇게 자기만족 하며 살아왔던 것이겠지요.

 

 첫 문단을 자기반성으로 시작하는 까닭은 이 명작소설,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을 읽고 많은 충격을 받았기 때문입니다. 아, 소설을 써도 이 정도의 각오로 써야 하는구나 싶었습니다. 치밀하게 얽혀들어가는 구성, 그리고 심장을 아련하게 울리는 감동이 있습니다. 역자 양윤옥씨의 말처럼, 누구나에게 권할 수 있는 좋은 책 하나를 만난 것 같습니다. 하기야, 애시당초 이 책은 가게 점주님이 제게 권했습니다. "한 번 읽어봐요. 괜찮더라니깐." 그런 이야기를 저는 처음 들었기에, 바쁜 와중에 400페이지가 넘는 소설책을 어느새 넘기기 시작했습니다.

 

 저자 : 히가시노 게이고 / 역자 : 양윤옥 / 출판사 : 현대문학

 출간 : 2012년 12월 19일 / 가격 : 14,800원 / 페이지 : 456쪽

 

 

 제가 제일 좋아하는 대목은 나미야 유지가 정말 좋은 사람이었음을 확신하게 되는 편지에 있었습니다. 나미야 유지는 사랑하는 사람을 떠올리며 진심을 글로 옮깁니다. "그날 이후로 당신을 떠올리지 않은 날이 없습니다. 짧은 나날이었지만 지금까지 살아온 가운데 가장 소중한 시간이었습니다." (p.402) 이 한 줄이 마치 구원의 빛처럼 환하게 내 마음을 울렸습니다. 이제 저는 청년은 아니니깐, 과연 나의 젊은 날은 어떻게 보냈던가를 멈추어 되돌아 봤습니다. 함께 야학 선생님들과 놀러다니던 풋내기 시절이 떠오릅니다 흐뭇합니다, 그 때는 PC방이 유행했고 포트리스 길드를 함께 들었습니다, 시간이 흘러 기어이 공부방 교사를 해서 아이들과 고기만두를 나눠먹었던 시간들도 만족스럽고 행복합니다,

 

 정말 좋은 사람들과 인생을 보내왔기 때문에, 이제껏 "좋은 사람" 소리를 나도 듣게 되었습니다. 이것을 다른 방식으로 표현하자면, 나도 모르게 그 사람들에게 선한 영향을 받아온 것입니다. 이것을 인연이라는 말로 써도 좋을 것입니다. 계속되는 좋은 인연의 연속. 나는 기독교 신자이므로, 이럴 때는 범사에 감사하라 라는 성경의 말을 쓰고 싶을 정도입니다.

 

 나는 병간호로 어느 힘든 날, 병원, 그것도 입원병동에서 첫 눈에 반할 만한 좋은 사람을 만나서 이상형이라는 글에 그대로 남겨둔 적이 있습니다. 그 날 이후로 세상이 얼마나 다르게 보였는지 모릅니다. 인연이라는 것이 그렇게 마음 속으로 들어온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내게 닿은 인연을 소중하게 여겨야 한다는 생각. 그래서 지금은 14년이나 되어버린 동호회를 잘 지켜나가야 한다는 마음을 가지고 있습니다. 그리하여, 이 소설은 나에게 살아갈 힘을 굳게 더해주었습니다.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가져야 한다고 말해주었습니다. 예컨대, 한 영역에서 프로가 아니어도 좋다, 아마추어라도 열심히 살라고 힘차게 격려해 주었습니다.

 

 나는 압니다. 방황은 정말로 제게는 전문 영역이었고, 좋은 작가도 될 수 없었고, 좋은 연주자도 될 수 없었고, 좋은 선생님도 될 수 없었다지만, 그래도 매 순간 도망치지 않았기에 여기에 내가 있었다고 생각합니다. 그리고 이제는 아픈 어머니를 최선을 다해 모시면서, 내 남은 인생을 마지막까지 후회없이 불태워보는 것이 삶을 마주하는 올바른 태도임을 배웠습니다. 저는 책을 읽으면서 나미야 선생님이 마치 내 인생을 상담하고 있다는 느낌을 받았습니다. 호통을 치기도 할 것입니다. 배부른 소리는 그만하라고 말하는 것처럼 느꼈습니다. 그동안 좋은 부모님을 만나 늘 배부르게 살아온 것도 사실이었으니까요.

 

 마지막의 마지막까지 희망을 잃지 않았던 생선가게 뮤지션이 마침내 죽음 속에서 멋진 예술가로 재탄생 한다는 것. 곡의 제목인 재생처럼, 삶이라는 것이 누군가에게는 희망이 될 수 있다는 것이, 우리를 경이롭게 합니다. 즐겨쓰는 영화적 표현입니다만, 나는 누군가를 기쁘게 해주었는가, 여기에도 스스로가 답할 수 있어야 합니다. 인생이란 함께 걸어가기 때문에 보다 즐거운 것이라 나는 믿어왔으니까요.

 

 나는 글을 쓸 때면, 희망의 언어를 꼭 담아야 한다고 오래도록 생각해 왔습니다. 미국 영화 스파이더맨의 표현을 빌려, 현실이 정말이지 힘들수록 가치가 있는 것이 바로 "희망"이기 때문입니다. 결국에는 될 것이라는 희망을 가지고, 계속해서 노력하는 사람들이 저는 참 좋습니다. 그런 사람들과 함께 라면, 무엇이든 이루어 낼 수 있을 거라 나는 믿습니다.

 

 "당신의 노래에 구원을 받는 사람이 있어요. 그리고 당신이 만들어낸 음악은 틀림없이 오래오래 남습니다." (p.148) 이 기적의 언어들은 제게 이렇게 들립니다. 우리의 모임 속에서, 기적적인 일들은 계속해서 일어날 것입니다. 우리가 하는 일들은 분명 오래도록 기억될 것이라고, 그래서 저는 사람들의 모임이 여전히 좋습니다. 아마도 내가 계속 살아갈 수 있는 힘도 거기에서 얻는 게 분명하다고 생각합니다 :)

 

 나미야 잡화점의 기적, 수 백건의 리뷰가 이미 올라와 있더라고요. 각별한 의미를 담아서 쓰고 싶었습니다. 나는 지금 무명의 생선가게 예술가이기 때문입니다. 즉, 예술가를 동경하지만, 아직은 미숙하기만 하고, 먹고 사는 문제 앞에서 현실적으로 작아지지만, 그럼에도 희망에 나를 걸고, 앞으로 꾸준히 길을 걸어가야 하기 때문입니다.

 

 우리는 언제까지 살 수 있을까요. 그렇지만, 이제는 건강한 모습으로 사람들에게 희망으로 빛나는 삶이 되야겠다는 생각입니다. 의미없는 행위는 이제 접어 두고, 대기만성의 꿈을 이루어 낼 그 날 까지, 나에게 화이팅을 선물합니다. 늦은 나이에 공부하고, 도전하는 모든 삶에 경의를 표합니다. 그렇게 우리는 아직도 커나갑니다. 아, 이렇게 길게 쓰고보니까, 여전히 철없는 아이라서 행복합니다. 이제는 하고 싶은 것들을, 굳이 하지 않아도 행복할 자신이 있습니다. 다만 열심히 살아간다면, 그것만으로도 삶이란 신비로운 것입니다. 그러므로 삶은 특별한 것, 순간 순간이 감동일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2016. 04. 0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