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 (X-Men: Apocalypse,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5. 02:54

 

 오랜 친구와 2016년 신작 엑스맨을 보러 극장을 찾았습니다. 많은 사람들과 함께 경쾌한 블록버스터를 즐긴다는 일은 참 행복한 추억입니다. 개인적으로 저는 어여쁜 제니퍼 로렌스 양이죠? 미스틱을 좋아했습니다. 흉측한 외모에도 불구하고, 자신의 길을 발견(!)하고, 묵묵히 걸어가는 그 모습. 감동 그 자체 입니다. 미스틱은 이번 작품에서도 많은 일들을 멋지게 해내는데, 그녀를 통해서 창조적인 삶이 무엇인지 생각해 볼 수 있었네요.

 

 신나고 스릴 있는 액션 영화와 창조적인 삶이라니!!! 뭐 어쨌든 서론에는 뭐라도 갖다 붙여야 합니다. 어느덧 206번째 영화 리뷰가 되었지만, 아직도 저는 글쓰는데 초점이 많이 부족함을 스스로 느낍니다. 영화 중에 등장하는 눈에서 레이저가 피융 하고 발사되지만, 초점을 잘 못 맞추는 딱 그 수준. 그렇지만 글쓰기 실력은 노력해서 키워보고 싶어서 아등바등 거리는 수준이니 부족한 글 너그럽게 읽어주시길. 아 우선 영화 잘 만들었고 재밌습니다. 저는 추천!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 본론의 시작. 돌연변이가 되어 특수한 능력을 사용한다는 엑스맨은 최근에야 발견된 것으로 알려져 있었는데, 고대 이집트의 장엄한 의식 장면을 시작으로 영화는 화려하게 막을 엽니다. 이렇게 깨어나는 악의 신을, 능력자들이 힘을 합쳐 막아낸다는 어쩌면 단순한 내용입니다. 그런데도 저는 이 영화가 마음에 듭니다. 왜? 미스틱이 좋기 때문이지요. (너무 편애하잖아!)

 

 미스틱은 자신이 해야할 일을 분명히 선택한 것처럼 보입니다. 찰스 교수처럼 학교에 있지 않고, 세계에서 고통 받고 있는 능력자들을 해방시키고 구출하는데 자신이 가진 시간을 사용합니다. 이것을 세 글자로 감히 "창의성"이라고 표현해보고 싶었습니다. 우리는 저마다 재능을 타고난다고 생각합니다. 문제는 그 재능을 어떻게, 어디에서 사용할 것이냐가 무척이나 중요합니다. 자신이 하고 싶었던 일에 투자하는 그 단순함이야 말로, 최고의 인생이 아닌가 라는 생각이 영감처럼 스쳐 지나갔습니다. 읽고 있는 책, "발칙한 예술가들"의 표현을 빌려오자면, "시간은 예술가에게 가장 가치 있는 재화이다." 미스틱은 자신의 시간을 가장 가치 있는 일에 투자하고 있습니다. 그 점이 참 시작부터 마음에 무척 들었네요.

 

 그럼 선의의 상징으로 묘사되고 있는, 찰스 교수는 어떨까요. 그의 학교는 이제 학생들로 가득하며, 자신의 계획들을 하나씩 이루어가면서 새로운 학생들을 맞이하느라 바쁘네요. 아직은 미숙하고 앳된 친구들 중에는 자신의 잠재된 능력을 제대로 컨트롤 하지 못하는 친구들도 있지만, 이들 역시 "가능성" 이라는 존재입니다. 학교에서 재능을 단련하고, 교육받는다는 개념은 참 흥미로웠습니다.

 

 짧게 잠시 고백하자면, 제게 본격적인 글쓰기 취미가 생긴 것은, 20대 초반 야학 시절의 경험에서 제법 기인합니다. 싸이월드에 올려둔 소박한 일기글이, 한 선생님에게 알려져 매우 좋은 평가를 받게 됩니다. 학장인 선생님과 장문의 편지를 주고 받으면서, 글쓰기에 내가 약간의 소질이 있음을 발견(!) 하게 됩니다. 이를 통하여 20대 중반, 비교적 일찍 블로그 세계에 눈을 뜰 수 있었고, 방문자수 백만의 소박하지만 기뻤던 꿈을 이룰 수 있었습니다 :)

 

 그래서 새로운 경험을 해나간다는 것이 참 중요한 것 같습니다. 다양한 영화를 감상해 본다거나, 그림 혹은 미술 등 에 빠져본다거나... 무엇보다 괜찮은 것은 독서를 통해서 간접경험을 늘려가는 것도 좋은 선택입니다. 다양한 시선을 배워본다는게 중요합니다. 그리고 영화 엑스맨 아포칼립스에서는 이 점이 강조됩니다. 각자의 다양한 능력은, 다양한 시선과도 비슷합니다. 예컨대 문이 철벽으로 막힌다면 어떻게 해야 하나? 순간이동으로 넘어갈 수도 있고, 하나 둘 셋! 자, 레이저로 완전히 관통시켜버릴 수도 있으며, 그것도 아니면 울버린이 깜짝 등장해 가야할 길을 열어줄 수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각자가 가진 재능을 소중히 여기는 것, 그 경험들을 아껴나가는 게 참 좋습니다.

 

 자, 한편, 매그니토는 이번 작품에서 가장 비극적인 인물로 묘사되는데요. 그가 슬픔을 딛고, 마침내 선의의 편에 설 때는 어쩐지 짠한 감정도 들었습니다. 그가 가졌던 이른바 "평범한 날의 소박한 행복"이 얼마나 멋진 것인데요. 그 아름다움을 한순간에 잃었기 때문에, 그 이후로 표정과 감정 조차도 억제되어 있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능력이 커지면, 그만큼 위험도 크다는 것은 정녕 비극이란 말입니까? 이것을 어떻게 해석하고 위로해야 할까 영화를 통해 천천히 생각해 봅니다. "그래도 남아있는 사람들이 있잖아. 미스틱이 있고, 찰스가 있잖아."

 

 세상을 움직일 만큼의 힘도 자신의 가족도 지키지 못할 만큼 비극으로 다가왔지만, 어쩌면 그의 일생 자체에서 커다란 비극을 여러 번 만나게 되었지만, 그래도 다시 아군의 편에 서는 모습은, 우리는 무엇으로 사는가 에 대한 영감을 떠올리게 합니다.

 

 나는 무엇으로 삽니까. 좋은 친구가 있어서 오늘처럼 즐거운 시간을 함께 할 수 있어 행복합니다. 어머니가 조울병이라는 희귀한 병에 걸려서 많이 아프시지만, 그래도 이제껏 부모님의 정성스러운 도움으로 여기까지 지내올 수 있어서 감사하는 마음을 가집니다. 20대 시절, 대안학교 야학이라는 것을 경험해서, 사회에 대해 개혁적이고, 적극적인 영향을 많이 받은 것에 지금까지도 고마움을 가집니다.

 

 결국 희망이란, 길이란, 작가 루쉰의 말을 가져오자면, 처음부터 있는 게 아니라, 많은 이들이 함께 걷게 되면서 그 자국자국들이 모여 길이 되어가는 것이라 생각합니다. 찰스 교수가 학생들을 많이 키워오면서 가능성에 걸었고, 그 가능성이 마침내 "발현"되어가는 것. 그 얼마나 감동적인 블록버스터 입니까!

 

 누구나 자기만의 길을 걷겠지요. 그리고 우리는 더 이상 아이에 머물러서는 안 되겠지요. 자신의 삶에 대해 책임감을 가지고,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앞서 언급했듯이 시간이라는 가치에 대해서 소중히 여기면서 살아갈 때, 우리의 한 번 뿐인 인생은 무엇보다 빛날 것입니다. 고대로부터 오래도록, 타인의 몸(재능)이나 탐하는 가짜 신보다는 백만배 더 가치로울 것임은 당연하고요.

 

 아이쿠, 쓰다보니 또 장문의 리뷰가 되었습니다. 이만 마쳐야 겠습니다. 저는 우리에게 날개가 없어도 괜찮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혹여 살아가다보면, 뜻하지 않는 어려움 앞에 선다고 하더라도 끝내 지지 않아야 한다고 생각하는 사람입니다. 10대의 꿈, 20대의 꿈, 30대의 꿈... 점점 달라질 수도 있을 겁니다. 그렇지만, 내가 어떤 사람이 되고 싶은지는 꼭 쉬엄쉬엄 물어가면서 살아간다면 좋겠습니다. 그 쉼표의 시간도 참 소중합니다. 저는 때로는 어려움에 흔들리더라도, 계속 선의를 추구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그렇게 선의에 집중하면서 감사하게 일상을 마주하기. 그런 소박하고 따뜻한 사람이 될 수 있기를 늦은 밤 꿈꿔봤습니다. / 2016. 06.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