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시절인연 (Finding Mr. Right, 2013) 리뷰

시북(허지수) 2016. 6. 27. 03:04

 

 여배우 탕웨이가 환하게 웃고 있는 포스터가 인상적이라, 이 영화 시절인연을 보기로 했습니다. 좋은 선택이었습니다. 사람은 무엇으로 행복해 지는지 생각해 보기에도 좋았고, 또한 역시 사람은 일을 열심히 함으로써 더욱 건강해진다는 시각을 재확인 할 수 있었습니다. 일을 한다는 것은 물론 피곤해질 수 밖에 없고, 스트레스도 있다지만, 그래도 우리는 열심히 살아감으로서, 삶의 보람과 삶의 의미를 찾기도 합니다. 어딘가에 불안정하고 위태롭게, 의존해 있는 삶보다는, 차라리 독립적으로 자리잡아 나가는, 고통을 감수하는 삶의 아름다움을 위하여!

 

 이 영화에서는 쟈쟈 역의 여배우 탕웨이만 매력적인 것이 아닙니다. 프랭크 역의 배우 오수파 역시 자신의 자리를 잘 잡은 멋진 40대로 등장합니다. 이번 리뷰의 출발점은 이것입니다. 무엇을 우선순위에 둘 것인가! 서론은 이쯤만 하고, 그러면 이제 영화 속으로 출발합니다. 등장 때만 해도 상류층 공주님 같았던 쟈쟈는 출산을 목표로, 그리고 과묵한 운전기사 프랭크는 소중한 딸아이가 잘 자라주기를 바라는 것을 목표로, 그렇게 각각 저마다의 삶을 꿈꾸고 있네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중국인 쟈쟈의 미국 시애틀 입성기는 처음부터 쉽지 않았습니다. 영어가 잘 되지 않아서 하마트면, 입국심사부터 의심받아 쫓겨날 뻔 했네요. 다행히 6개월짜리 관광비자를 받아냈습니다. 럭키! 그리고, 운전기사 프랭크를 만나게 되지요. 프랭크의 소개로, 쟈쟈는 대만식 산후조리원에 머물게 되었습니다. 여기까지는 제법 평범한 이야기 입니다. 그리고 밝혀지는 저마다의 사연들.

 

 쟈쟈는 아기를 낳을 곳이 없어서 지구 반바퀴를 돌아서 북경에서 출발해 시애틀까지 왔다는 것입니다. 다행히 연인 덕분에 돈걱정은 당분간 안 할 수 있었지만, 문제는 그 연인의 한도무제한 카드도 어느덧 정지되어 버렸다는 것. 아무리 살기 좋은 미국이라지만, 여기서 하마트면 거지로 굶어죽게 생겼답니다! 다행히 운좋게도 마음씨 좋은 주변 사람들이 있어서 쟈쟈는 산후조리원에 계속 머물게 됩니다. 일도 하면서 말이지요.

 

 운전기사였던 프랭크의 새로운 모습들은 더욱 근사합니다. 그는 한 때, 잘 나갔던 중국인 의사였음이 밝혀지고, 딸이 중국학교에 적응을 못하자, 멀리 타국까지 와서 운전기사를 하고 있는 셈입니다. 프랭크는 아직도 잠에서 깨면 수술이 잡혀 있을 것 같은데, 정작 자신은 일어나자 마자 손님을 픽업하러 간다는 농담은 뼈가 있어서 생각할 거리를 던져줍니다.

 

 영화에서 밝혀지는데, 1년 전 - 이혼도 경험한 프랭크는 모든 것이 완벽했던 플랜A는 이루어지지 않았습니다. 말하자면, 미국에서 프랭크의 "플랜B"의 삶이지만, 그는 나름대로 이 삶에 적응해서 만족한다는 느낌을 줍니다. 크리스마스를 딸아이와 함께 춤추며 보낼 때, 기뻐하는 그 모습이야말로, 행복의 한 장면임을 영화는 슬로비디오로 섬세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함께할 사람이 있어야 행복하다는 것. 무척이나 좋은 통찰입니다. 쟈쟈도 이 크리스마스 파티에 이웃이라 함께 있네요. 좋은 사람과 함께 특별한 시간을 보내는 것, 그것만큼 행복을 주는 일은 없을겁니다. 간단히, 이렇게도 쓸 수 있습니다. 플랜B 라도 괜찮아요. 헬렌켈러식 문법으로도 써보자면, 힘든 시간을 겪을지라도, 반드시 행복은 발견되어져 가는 거니까요.

 

 이 영화에서는 쟈쟈가 아기를 낳겠다는 굳은 결심을 하고, 내 손으로라도 아들을 키우겠노라고 다짐하고, 그렇게 힘든 시간을 겪어내고, 견뎌내려고 발버둥 치는 것 조차도 인간적이라 좋았습니다. 너무 술만 먹지 마라고 다독이던 프랭크의 품성은 본받을만 합니다. 어쩜, 이렇게 다정하기까지 하다니요.

 

 한편, 쟈쟈는 명품이 다 부질 없다는 것을 영화 내내 보여줍니다. 그녀는 사랑했었던 중국의 연인과 단절되면서 허전한 마음이 있으니까요. 사랑했던 사람의 부재. 재미 없는 삶의 연속이지만, 그래도 프랭크와 그의 영민한 딸이 있어서, 미국생활에 재미를 붙여보려고 합니다. 어쩌다보니 이 곳에서는 오해를 사서 자꾸만 프랭크의 연인으로 얽혀버리게 되는데요. 아, 그 와중에 배우 탕웨이가 하얀 드레스를 입고 환하게 웃는 모습이 정말 중국 여신의 포스가 따로 없습니다.

 

 자 쟈쟈를 통해서도 배웁니다. 다이아몬드가 박힌 명품 드레스가 중요한 것이 아닙니다, 그저 평범한 200불짜리 하얀 드레스 사진일지라도, 함께 사진을 찍을 수 있는, 그 한 사람 덕분에 인생은 특별해지는 것임을 배우는 것이지요.

 

 결국 우리 곁에 좋은 사람이 있느냐 라는 질문입니다. 영화는 프랭크를 "마음씨가 정말 착한 천사 같은 의사" 로 그리고 있고, 그가 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밝아지고, 든든해지는 것을 느낄 수 있습니다. 좋은 사람 한 명의 힘은 그토록 멋진 일입니다. 그 덕분에 쟈쟈는 곤란한 미국생활의 마무리를 잘 지을 수 있었고, 아기도 잘 출산해서 중국 베이징으로 돌아갈 수 있었네요.

 

 여기가 끝이 아니었습니다. 두 사람의 미국 재회씬이 남았거든요. 2년이라는 시간이 흘렀지만, 결국 두 사람은 서로를 잊지 못했고, 마침내 정말로 연인 같은 만남을 그려낸다는 것이, 참 흐뭇한 해피엔딩, 혹은 뻔한(?) 로맨스가 되겠지요. 사람마다 느끼는 바가 다르겠지만, 높은 빌딩에서 다시 만난다는 그 영화 같은 이야기를 저는 좋아합니다. 인생은 때론 영화 같아서, 가끔씩 정말 좋은 사람들을 만나기 때문입니다.

 

 많이 아껴두었던 문장을 여기서 이제 반사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살아가다보면 트라우마가 될 만한 사건과 그로 인한 경험은 피하려고 해도 어쩔 수 없이 마주치게 된다. 이때 그 사건에 사로잡히면 남은 삶이 엉망이 되기 쉽다. 이런 (인재에 의한) 경험에 희생당하지 않기 위해서는 그런 일이 일어났음을 일단 받아들이고, 내 인생의 완벽무결함을 포기하며, 상처난 자신을 있는 그대로 인정하고, 모든 위기를 성장과 새출발의 기회로 여겨, 새로운 정상 new normal 을 찾기 위해 노력해야 한다. (하지현 교수님의 글)"

 

 새로운 정상을 찾아낸, 쟈쟈, 그리고 40대 중반의 프랭크에게 저는 박수갈채를 보내고 싶습니다. 인생은 여전히 아름다운 것입니다. 희망을 향해서 살아갈 때 그렇습니다. 늦은 밤, 뻔한 로맨스 영화에도 의미부여를 해가며, 힘내는 것도 좋은 선택이 아닐까요. 좋은 사람이 있어 인생이 재밌어 진다는 것, 꼭 소중히 간직하겠습니다. 장문 읽어봐주셔서 감사합니다. / 2016. 06. 2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