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나이트 크롤러 (Nightcrawler, 2014) 리뷰

시북(허지수) 2016. 7. 15. 03:12

 

 이번 리뷰에서는 감상 후, 소감부터 힘껏 질러보고 싶네요. 나이트 크롤러, 정말 흥미롭고, 새로웠습니다. 비유하자면, 시원하고 짜릿한 탄산수와 같은 느낌 입니다. 시나리오가 매우 잘 구성되어 있으며, 게다가 주연 제이크 질렌할의 연기가 서늘합니다. 현대를 배경으로 이렇게 탄탄한 영화를 보게 되어서 즐거웠으며, 인간 욕망의 무서움이 무엇인지도 다시금 알게 되었습니다.

 

 유명한 명언있잖아요. 거지는, 단지 더 버는 옆 거지를 보고서 부러워 한다! 삐뚤어진 자기 욕망의 덫에 빠진다면, 그리고 반성하지 않는 삶에 빠지게 된다면, 우리도 저런 소시오패스 - 사회망을 이용하는 범죄자와 다를 바 없는지 되물어 봐야겠습니다. 자극적인 보도에 눈멀어 있는건 아닌지 깊이 되돌아 봤습니다. 인터넷에 글 자주 올리는 사람으로서, 고의로 자극적인 내용을 쓰지 않겠노라고 재차 양심선언 합니다! (웃음)

 

 제목 나이트 크롤러의 의미는 특종이 될 만한 사건 현장을 카메라에 담아, 미디어에 팔아 넘기는 사람을 의미합니다. 뭐, 여기까지는 순수한 의미의 열정적인 돈벌이라고 생각될 수 있겠지만, 전혀 아니었습니다. 미디어는 더 자극적인 특종 보도를 원하고, 나이트 크롤러는 미디어 입맛에 딱 들어맞는 생생한 영상을 담기 위해서 온갖 행위를 다하게 되었습니다. 바로 그 현장을, 영화는 빠른 전개감으로 생동감 있게 꽉꽉 채워 담았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주인공 루이스는 나이트 크롤러를 하면서, 마치 자신에게 잘 맞는 천성의 직업을 발견한 것처럼 이야기 하기 시작합니다. 그리고, 점차 누구보다 발빠르게 움직이기 시작합니다. 자동차도 광나고 재빠른 신형 포드로 바꾸었고, 녹화하는 카메라도 상당히 고가의 녀석으로 챙겨서, 본격적인 특종 대결에 앞장섭니다. 그리고, 조수까지 고용하지요.

 

 뻔뻔하게도, 조수에게는 인턴으로 일할 것을 강요하면서, 매일 30달러를 주겠노라고 선언합니다. 노동착취가 따로 없네요. 그런데 황당한 것은 다른 대목에 있습니다. 루이스는 인터넷에서 경영학 강의를 들었다는 것입니다. 그러면 우리는 의문에 빠지는 것입니다. 대체 그놈의 경영학이라는 게 일반인들에게 뭘 가르쳤단 말이야?

 

 즉, 결론부터 말하자면, 루이스는 사회가 만들어 낸 악당이 아닌가 하는 생각입니다. 구글링을 누구보다 능숙하게 이용할 줄 알고, 한 번 머리에 들어온 정보는 어떻게든 메모를 통해서라도 잊어먹지 않으려고 노력합니다. 어라? 제법 익숙한 자기계발서 주인공 같은 느낌도 납니다. 이제 그의 빨간 포드 차는 경찰차보다 더 빠르고 날렵합니다. 곧바로 정보분석에 들어가서, 사건현장에 엄청난 속도로 도달해 버린 것입니다.

 

 그리고, 특종을 한 발 앞서 취재해 나가는데, 루이스는 시신을 봐도 두려움이 없습니다. 심지어 범죄자들을 마주하면서도, 몸을 숨기기는 해도, 두려움에 망설이는 모습이 없습니다. 오히려 내가 이번에야 말로 크게 한 건 건졌다는 환희가 관객에게 전해집니다. 그 불편한 감정(호기심과 당황스러움의 양가적 감정)이 고스란히 전해져 매우 놀라웠습니다. 이쯤되면 루이스는 특종 현장을 찍는 데, 눈이 먼 사람이 되겠습니다. 그의 어리숙하지만 착한 조수의 직접적 표현을 빌리자면, "루이스, 유 어 크레이지(완전히 미쳤군!)" 입니다.

 

 사실은 숨은 공범은 미디어가 아닐까 합니다. 극중에서는 로스앤젤레스 TV사로 나오지만, (그래서 한인 간판으로 미용실 글자가 걸려 있어서 깜짝 놀랐어요!) 이 TV 회사에서는 특종 영상을 비싸게 사들이고 있습니다. 흔한 말로, 수요가 있으니까 공급이 있는 것으로 볼 수 있습니다. TV는 시청률을 위해 제보, 특히 그중에서도 특종을 기다리고 있으니까 말이에요. 그래서 영화에서, 미디어는 어떻게든 경쟁적으로 자극적인 방송을 하는데 눈이 멀어 있습니다. 가령, 경찰이 와서 루이스의 영상을 내놓으라고 요청하자, 미디어는 돈주고 산 영상이라며 거부하기까지 합니다.

 

 자, 사건은 판이 매우 커졌고, 경찰은 범죄자들을 쫓다가 총상을 입고, 중경상을 입었습니다. 게다가 루이스의 충실했던 조수는, 단지 사장 루이스에게 대들었고, 50대 50의 지분을 요구했다는 이유로, 사건 현장에서 목숨을 잃게 됩니다. 루이스는 매우 똑똑했던 것이지요. 어느 네티즌의 예리한 표현대로, 이 영화는 특별히 무서운 장면이 하나도 없음에도, 사람을 소름 끼치게 만드는 놀라움을 가지고 있습니다 :)

 

 해외의 걸작 리뷰도 함께 소개하면 읽기에 좋겠지요. 루이스는 사회에서 소외되고 있었고, 그런 그가 사회에서 이런 방식으로 평가를 얻어나가기를 원했음을 알 수 있습니다. 즉, 사회에 복수하는 것처럼 읽을 수도 있겠지요. 특히 그의 잘못된 논리, 수단을 불문하고 쟁취하고 번 사람이 이긴다는 것은 자유 경쟁이 옳다라는 아메리칸 드림의 마이너스 측면을 적나라하게 보여주고 있습니다. 마지막 대사는 그래서 울림이 있습니다. "나는 자신에게 요구하지 않는 것들을, 여러분들에도 결코 요구하는 것 없는 그런 사람입니다." 세상을 향한 자신의 비틀린 세계관을 당당히 밝히며, 영화는 스탭롤을 짠하며 올리고 있습니다.

 

 더욱 자극적인 보도를 원해! 이 말이 결국 그를 낳았음을 우리가 안다면, 자극 보다는 깊이를 추구해야 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연예계의 가십으로, 사회의 중요한 사건이 묻히지는 않는가를 예리하게 짚어보는 안목도 필요할 것입니다. 아직도 높으신 분이 작성한 문서를 잊지 못합니다. 적당한 가십거리로 뉴스를 배치한다, 네 글자로 언론장악이지요.

 

 늦은 밤, 참 재밌게 본 영화라, 리뷰도 매우 빠른 속도로 멈춤 없이 써내려갈 수 있었습니다. 우리 모두는 이런 유혹에 너무나 약합니다. 내가 쓴 글이 더 많이 읽히고 싶어, 내가 찍은 영상이 화제에 오르고 싶어, 그래 - 더 쉽게 세상에서 인정받는 삶을 살고 싶어. 하지만, 우리는 결국 작은 걸음부터 그와는 반대로 묵묵하고, 꾸준히 걸어야 합니다.

 

 뭐, 결국, 저는 이런 선생님 같은 고지식한 결론밖에 쓸 수 없지만, 그것이 제가 할 수 있는 최선의 당부라고 생각합니다. 다시금, 빠른 속도감 보다는, 올바른 방향으로 가고 있는지를 점검해 볼 수 있기를. 그의 빠르고 빨간 자동차처럼, 혹시 우리가 열광적인 삶에 멋대로 취해서 타인의 삶을 협박하고 조종하며 함부로 대하면, 그 때부터 스스로가 괴물이 되어감을 꼭 기억하고 싶었습니다. 참, 시사하는 바가 많았던 명작 영화, 나이트 크롤러 이야기를 이만 마칩니다. / 리뷰어 시북. 2016. 07. 15.