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쨌든 이름 상으로는, 본 시리즈의 4번째 작품인 본 레거시 입니다. 맷 데이먼(제이슨 본역)이 나오지 않고, 그 자리를 제레미 레너(애론 크로스역)가 주연으로 자리를 꿰찼습니다. 확실히 영화는 나름대로의 재미가 있습니다만, 지난 3작품이 워낙에 명성도가 높은 전설적인 작품이다보니, 자연스럽게 비교대상이 되고 맙니다. 그러다보니 이런 결론을 자주 듣게 됩니다. 분명 재미는 있지만... 그 이상의 감동이 없는 것 같기도...? 너무 기대가 다들 컸기 때문이겠지요.
애론은 제이슨 본과 비교했을 때, 천하무적의 인물이 아닙니다. 두 가지의 약물을 계속해서 복용하고 있고, 이 약물이 없으면 불안해 합니다. 약한 모습을 어느 정도는 보여주고 있고, 그럼에도 정예요원의 자존심을 지키려고 합니다. 지능이 올라가는 약을 먹어야 이 일을 해낼 수 있다고! 그래서 멀리 지구 반대편인 필리핀 마닐라까지 날아가게 되지요. 그럼 애론의 이야기 좀 더 살펴보지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차가운 알래스카에서 애론은 고된 훈련을 실시하고 있습니다. CIA의 극비 프로젝트인 아웃컴 요원이지요. CIA는 유전자 조작을 통해서 두뇌, 신체 모두 더욱 향상된 요원을 만들고 싶어했나 봅니다. 그러나 지난 본 시리즈를 통해서 트레드스톤, 블랙브라이어 프로젝트 등이 죄다 알려진 덕분에, 아웃컴 프로젝트가 폐기될 상황에 처합니다. 요원5로 불리는 애론 역시 이제는 무사하지 못할 상황입니다. 다른 요원들, 예컨대 한국 서울에 있는 요원도 새로운 약물 복용 후, 사망처리 되는 아쉬움이 있습니다. 한국말 좀 더 들어보면 그것도 나름대로 재밌었을텐데!
애론은 극한의 지역 알래스카에 있다보니 소식이 약간 늦게 전해졌습니다. 운 좋게도 살아남을 수 있었지요. 늑대를 유인해서, CIA의 미사일을 피하는 씬은 꽤 신선했습니다. 그나저나 이 CIA 고위급들은 틈만나면 자신의 요원들을 해치는구나 라는 생각을 지울 수가 없습니다. 요원들은 마치 장기판의 말들 같습니다. 폐기하고, 없애버리자! 그래서 우리는 안전하게 지내자! 참으로 젊은 요원들이 불쌍하고 안타깝습니다.
한편 유전자 연구실에서도 총기 사고가 발생했습니다. 어떤 박사가 총을 난사하면서, 연구원들을 여럿 죽이고 자살한 사건이 발생하지요. (심지어, 어떤 특별한 설명도 없습니다!) 운 좋게 살아남은 미모의 마르타 박사는 겨우 집으로 피신하지만, 역시 CIA들, 가만히 놔두질 않습니다. 이 때, 멋지게 등장해서 CIA 전원을 제압해 버리는 애론! 과연 정예 에이스 답습니다.
그리고, 살아남은 두 사람은, 애론을 완전히 업그레이드 시킬 약을 찾아 마닐라로 떠나게 됩니다. 박사의 말에 의하면, 이론적으로는 이제 주사 한 방이면, 약 대신으로도 지능 능력을 영구히 올려줄 수 있다고 합니다. 아, 유전학 정말 대단하네요.
살짝 농담이지만, CIA 입장에서는 이래저래 골칫거리가 한 둘이 아닙니다. 제이슨 본은 여전히 위협적인데다가, 이번에는 또 아웃컴 프로젝트에서 일처리가 깔끔하게 되지 못하니까요. 뭐든 죽여! 없애버려! 를 외치는 정신나간 집단처럼 보이는데, 그마저도 잘 되지 못합니다. 마지막에는 CIA에서도 필살기로 정예요원을 투입하는 본 시리즈 정석의 코스를 밟아보는데요. 이 능력자 역시 오토바이 추격씬에서 허무하게 최후를 맞이하게 됩니다. 오토바이 실력도 애론이 한 수 위였네요.
영화는 "우리가 어디로 갈 지 이제 몰라도 괜찮지 않을까?" 라는 매력 넘치는 마르타의 대사와 함께 마무리 됩니다. 목표가 매번 있고, 그 계획에 따라 움직이길 잘하는 정예요원에 비해서, 마르타 박사는 자신을 지켜주는 든든한 애론과 함께 세계를 비밀리에 여행하는 것도 참 괜찮겠다 싶었습니다. 함께 행복하게 잘 살길. 그리고, 둘의 후속작은 글쎄요 :)
사실, 해외 리뷰어들의 냉혹한 이야기 좀 읽어보았습니다. 본 레거시는 본 시리즈의 외전 격으로 본다거나, 아니면, 정신건강상 본 시리즈의 설정을 빌린 그냥 액션 영화로 보는 것이 좋겠다는 평이 있었네요. 무엇보다 본 레거시를, 본 시리즈의 첫 번째로 감상해 버리는 만행은 삼가하는 게 좋겠다는 이야기가 있습니다. 아, 안타까운 평가들 입니다. 첩보물 치고는 지루했다는 매서운 평도 종종 보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나의 시선으로 보는 본 레거시는 어땠을까요. 약을 주사받고 제대로 걷지도 못하는 정예요원 애론 곁을 지켜주는 마르타 박사의 따뜻함이 기억에 남습니다. 결국 우리는 사람을 버리고 갈 수 없다는 것, 그런 작은 선의가, 사람다움을 지켜주는 것이라 생각해 봤습니다. 다른 평가에 개의치 않고, 심야에 나름대로 즐겁게 봤습니다. 기대를 버리고 괴물이 되어버린 CIA를 생각하며, 이 작품을 만끽해보면 나름대로 충분히 좋을 것 같습니다. 이만 리뷰 마칩니다. / 2016. 08. 0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