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더 헌트 (The Hunt,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12. 03:43

 

 더 헌트 라는 영화가 있습니다. 사실 나는 아무 잘못을 하지 않았는데... 행복한 나라 덴마크에서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끔찍하게 사회로부터 경멸받고 외면받는다는 제법 무거운 내용의 작품입니다. 내용을 비교적 상세히 살핀 후에, 미리 단단히 마음을 먹고 영화를 보았지만, 그 여운이 쉽게 지워지지 않습니다. 얼핏 오늘날 우리나라의 사냥꾼 문화와도 크게 다르지 않습니다. 누군가 표적을 한 명 정해놓으면, 그 다음은 우리 스스로가 치열하게 생각하기를 멈춰버립니다. 그 대신에 돌멩이를 하나 듭니다. 그리고 그에게 아무렇지 않게 던져버리는 것입니다. 다들 그렇게 하니까, 라고 합리화 하면서...

 

 주인공 루카스는 대단히 착하고, 따뜻한 심성을 가지고 있는 유치원 선생님 입니다. 한적한 시골 도시에서 새롭게 직장을 얻게 되었습니다. 비록 이혼을 경험했지만, 아들과 가까워지려고 애쓰는 마음도 역력합니다. 문제는 평범한 그 소중한 나날들이, 우연한 계기로 완전히 박살나 버린다는 데 있습니다. 영화는 우리 속 고정관념에 대단한 의문을 던지고 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아이들은 거짓말을 하지 않는다! 주정뱅이도 거짓말 하지 않는다! 행복의 나라 덴마크에 내려오는 속담이라고 합니다. 그런데 놀랍게도 극중의 똘망똘망한 아이, 클라라 양이 루카스 선생님에 대하여 매우 질나쁜 거짓말을 하게 됩니다. 그것이 어떤 파장을 낳을지도 몰랐겠지요. 클라라 양은 자신의 마음이 루카스 선생님에게 전해지지 않자, 나름대로의 어린 마음에 복수를 계획한 것입니다. 그리고 루카스 선생님은 그 날로부터 일상이 달라지는데...

 

 여기서 놀랍게도 유치원 원장에서부터, 마을 공동체 모두가 클라라 양의 편을 들고 있는 것입니다. 그만큼 전해 내려오는 고정관념의 힘이 무서운 것입니다, 쉽게 말해, 저렇게 착한 아이가 거짓말을 하고 있을 리가 없어! 입니다. 아이가 갑자기 저런 말을 할리가 없다! 라는 논리적 명분 아래, (이제 사람들은 아이의 말만을 옳다고 판정하기 시작합니다. 내 아이가 다니는 유치원이라는 이유가 크지 않았을까요?) 루카스는 이제 완전히 막다른 골목에 몰리면서, 성범죄자로 낙인찍히며, 기정사실화까지 됩니다.

 

 그 다음에 나오는 내용들은 너무 마음 아픕니다. 그의 새 연인은, 루카스가 혹시 변태가 아닐까 의심해 버립니다. 너무나 억울하기만 합니다. 오래도록 길러온 말 잘 듣는 애견도, 누군가의 해코지로 인해서 변사체로 발견되어 버립니다. 강아지의 묘지를 만들며, 쏟아지는 비를 그저 맞고만 있는 루카스. 혼자 있고 싶다는 그 고백은, 삶이 완전히 망가져서 엉망진창이 되어버린 한 남자의 처절한 절규를 보여주고 있습니다. 이 모든 것이 클라라의 사소한 거짓말 하나로 시작된 것입니다.

 

 일종의 나비효과 같은 것인지도 모릅니다. 이후 유치원에서 대대적으로 조사해본 결과, 클라라 양과 비슷한 증상을 겪는 아이가 여럿 있다는 황당한 보고까지 나오게 되었고, 이제 루카스의 집에는 돌맹이가 날아들며, 루카스가 장을 보는 데도, 여기서 그만 나가달라는 강력한 요구까지 받게 됩니다. 즉 시골 공동체로부터 왕따를 겪는 것이지요.

 

 그러나 정말로 다행인 것은, 아이들의 증언이 상상력에 의한 허구임이 드러나게 되었고, 마침내 재판을 거쳐서 루카스가 무죄로 풀려나게 되었다는 것입니다. 1년이라는 세월이 더 흘렀네요. 루카스는 마침내 다시 공동체 구성원이 되었고, 그의 아들 마쿠스도 이제 총을 드는 나이로 훌쩍 자랐습니다. 그리고, 끝에 와서는 다시 심한 반전의 결말. 루카스의 머리로 총알이 날아들고, 간신히 피하는 모습이 펼쳐집니다. 의미심장하고, 무시무시한 결말이었네요. 결국 아직도 누군가는 루카스 저 녀석은 성범죄자일 뿐이야 라고 마음에 독을 품고 있음을 의미하고 있었습니다. 아! 진실이 그렇게나 밝혀져도, 내가 믿고 싶은 것만 믿고 정당화 시키는 이기적 마음들이란!

 

 진실은 정말 아무 일도 없었던 것인데, 왜 그것을 제대로 밝히지 못했는지, 참 마음이 아팠던 영화 입니다. 나중에 가서 클라라와 루카스는 차분히 화해하는 모습을 잘 보여주었는데, 그럼에도 선량한 루카스를 사람들이 외면하려 했던 그 흔적들은 마음에 깊이 남아 있는 것 같습니다. 결국, 몹쓸 소문에 의해서 사람을 함부로 판단하는 것입니다. 저 사람 변태였다던데...... 라면서요.

 

 펼쳐지는 현실 앞에, 이를 악물고서라도, 강하게 맞서는 주인공의 모습이 좋았다는 평가가 있었습니다. 예컨대 단단히 옷을 차려 입고, 교회 예배에 참석하고, 클라라 아버지에게 주먹을 날려주면서, 나를 그만 괴롭히라고 단언하는 그 모습, 결코 잘못된 현실에 절대로 굴복하지 않으려는 마음가짐, 그런 태도들이 우리를 거짓된 세계에서 건져줄 것임을 말하고 있는 예민하고, 멋진 영화가 아니었나 생각됩니다.

 

 마지막으로 자기 편을 끝까지 들어주던, 좋은 친구도 있었다는 것, 그리고 소중한 아들이 있었다는 것, 이렇듯 희망적인 요소도 있었음을 함께 생각해 봅니다. "나는 그런 사람이 아닙니다!" 이런 말들이 참 큰 울림을 주는 것 같습니다. 그리고 이 말이 믿어지게끔 행동한다는 것은 실은 대단히 어려운 일이 아닐까 싶네요. 오해 받는 것을 애시당초 피할 수 있게, 현명하게 살아야 겠다는 교훈도 얻어갈 수 있었습니다. 편견 보다는 진실을! 돌을 던지기 보다는, 먼저 생각부터! / 2016. 08.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