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미래는 고양이처럼 (The Future,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6. 8. 23. 04:56

 

 지인의 영화 보물지도 리스트를 펴서, 이번에는 정말로 독특한 영화를 보게 되었습니다. 미래는 고양이처럼 이라는 제목입니다. 영화는 한 연인이 일상을 평소와는 완전히 다르게 살아가는 장면을 세밀하게 클로즈 업 하고 있습니다. 게다가 몽환적인 느낌을 줍니다. 현실 감각과 판타지 감각을 넘나들면서, 꿈과 현실이 무엇인지를 체크하게 만들어 줍니다. 그래? 내 꿈은 무엇이었지? 나는 꿈을 이루기 위해서 노력했었나? 약한 나는 어디로 가야해? 질문들이 줄줄이 떠오릅니다. 비정한 현실 앞에 절망하지만, 무너짐 꼭 그런 것만은 아니라는 이야기로도 읽힙니다. 미래는 어쨌든 다가옵니다. 오늘을 잘 살기 위한 특별한 방법은 과연 어디에 있을까요.

 

 무엇보다 이 영화는 이런 것들을 말합니다. "어린 시절의 꿈을 이루지 못했던, 그래서 누구도 제대로 되지 못 했던 나 자신을 인정할 수밖에 없는 잔인한 현실!" 35살이나 이미 되어버렸고, 남은 삶의 가능성도 특별히 보이지 않을 때, 이제 무엇을 선택해야 하는지 질문하고 있습니다.

 

 영화는 커플이 일을 완전히 그만두고, 자신의 꿈을 잠시나마 쫓는 모습을 보여주는데, 이런 찬란한 여정 조차도 현실 앞에서 정말로 보잘 것 없을 수 있구나를 생각하게 해줍니다. 한편으로는 참 현실적이지요. 그래서 이 점이 너무나 공감이 가고, 이 작품에 대한 애정이 가는 것입니다. "제이슨, 소피... 나도 마찬가지인걸요. 하루하루 밥벌이가 쉽지 않네요! 무엇을 우선순위에 둬야 할지 고민 뿐이고, 꿈은 꿈에서 멈춰버린 것 같고! 하늘을 보며 오늘 하루도 다만 열심이기를 바랄 뿐이네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제 등장인물에 대해서 초점을 맞춰봅니다. 제이슨은 환경보호단체에 즉흥적으로 가입하게 되었습니다. 지구온난화를 방지하고, 또 LA를 돌면서 나무를 판매하기도 합니다. 문전박대 당하는 것이 흔한 일입니다. 한 달간의 특별한 삶을 보내고 싶다는 패기는 참 좋았는데, 참 어려운 일을 골랐구나 싶었습니다.

 

 소피는 유튜브에 30일 짜리 댄스 동영상을 올리기로 다짐했습니다. 그런데, 정말로 작심 삼일이었네요, 첫날부터 삐걱거리던 계획은 금방 물거품 되어 버렸고, 약해진 마음에 우연 속으로 기대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전화번호를 발견해서, 마샬이라는 유능한 중년 남자에 기대기로 결정해 버렸습니다. 이 때에도 소피는 무안할 정도로 솔직합니다. "나는 아무것도 안 하고 싶어요, 그저 이렇게 편안하게 살다가 죽고 싶은걸요."

 

 이것은 저에게 이상하리만큼 정반대로 읽혔습니다. 그것은 그동안의 돈벌기와 삶이 참 피곤했었다는 것. 유아반 아이들에게 댄스를 가르치는 일이 행복이 아닐 수도 있음을 매우 현실적으로 알려주고 있습니다. 그냥 부잣집 아저씨 만나서 생활을 편하게 할래 라는 다소 당황스러운 전개방식 입니다. 그렇다고 우리가 소피를 마냥 비난할 수 있을까요? 저는 누구나 이와 같은 약한 마음이 들 때가 있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아! 물론 오래된 연인 제이슨을 놔두고, 소피가 중년 남자 마샬의 품에 안기는 게 도덕적으로는 불편하긴 했습니다.

 

 제이슨은 괴로웠습니다. 달을 보고 이야기를 나눕니다. 파도를 멈춰보기도 하고, 시간을 멈춰보기도 합니다. 유행가에도 있잖아요. (*다비치 팬이라는 것은 잠시 뒤로 해두겠습니다) 시간아 멈춰라! 눈물이 나기 전에 그대로 멈춰라 이별이 오기 전에 그대로 멈춰라 그대가 떠날 수 없게 날 버리고 갈 수 없게... (중략)

 

 그렇게 이별이라는 미래를 막아보려고 했지만, 어느새 날은 밝고 파도는 치고, 하루는 밝아버린다는 것입니다. 그래요. 슬픈 일이 일어나는 것도, 우리가 막을 수 없고, 어쩌면 그것은 인생의 한 부분으로 받아들여야 지혜로움이 될 수 있겠지요. 물론, 저도 그런 경험이 있습니다. 참 좋아하던 사람을 더 이상 볼 수가 없고, 이제는 그리움의 일부분이 되어버렸다는 것. 그래서 한편으로는, 영화 속 두 사람의 재회 장면이 참 인상적인 엔딩이었습니다.

 

 연인이 입양하려던 고양이는, 더 이상 함께 입양 날짜를 맞추지 못하여 사라져 버렸습니다. 두 사람의 특별한 한 달은, 평소와는 달라도 너무나 달랐습니다. 하지만 두 사람은 더 이상 무미건조하게 살지 않기로 다짐한 것 같았습니다. 예컨대, 이제 제이슨은 훨씬 적극적입니다. 오늘 밤은 여기서 지내도록 해! 이처럼 연인 소피를 당연하게 대하지 않는 다는 점이 소중했고, 이것이 참 중요한 대목이 아닐까 생각합니다. 읽고 있는 책 (표현의 기술 중에서 발췌) 의 표현을 가져온다면, 사람에 대한 기대 수준을 최대한 낮추고, 서로의 존재를 다만 감사하게 여길 때, 우리는 좀 더 행복할 수 있을 것이라 조심스레 생각합니다.

 

 더 이상 돈을 벌지 않고, 한 달을 완전히 다르게 살아볼테야, 이와 같은 새로운 결정은 정녕 우리를 특별하게 바꿔주진 않을지 모릅니다. 세상은 여전히 냉정한 곳일테고, 연인은 나의 기대와는 완전히 다르게 행동해서 마음을 아프게 만들 수도 있습니다. 하지만 무엇이든 시도를 해본다는 것은 참 중요합니다. 한 달을 특별하게 여긴다는 게, 오늘을 그저 지쳐서 넘기지 않는 것이, 우리의 삶에서 마침내 생각을 하게끔 만들어 주는게 아닐까요? 고맙게 생각하기! 이 점이 계속 떠오르던 독특한 영화였습니다. 한 달 앞도 정확하게 예측할 수 없기 때문에, 사실은 지금 곁에 있는 사람들에게 잘 대해주면 참 좋겠다 싶습니다.

 

 영화에서 예쁜 꼬마 아가씨 한 명이 나오는데, 앞 마당에서 열심히 삽질을 하더니, 거기서 저녁을 보내겠다고 만용을 부립니다. 결국 추위에, 외로움에, 덜덜 떨면서 나오지요. 소피는 따뜻한 온수를 부어서 꼬마 아가씨를 달래줍니다. 이런 모습들이 꼭 우리네 어리석음 같습니다. 어린 시절에는 우리 모두 스스로를 똑똑한 존재로 여겨서 무엇이든 할 수 있을 것으로 심히 착각합니다. 하지만 나이가 들수록 철이 들어 마침내 우리는 오히려 고개를 숙일 줄 아는 놀라운 존재로 성숙해져 갑니다. 그렇게 나이가 들어도 아름다움에 가까워져 갈 수 있기를 다만 응원합니다. 소피와 제이슨도 새롭게 일자리를 구해서, 아이를 낳고, 좋은 가족이 될 수 있기를... / 2016. 08. 2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