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 감탄사로 리뷰의 문을 열고 싶습니다. 저는 왜 이런 판타지 이야기가 참 좋을까요. 팀 버튼 감독의 매혹적인 영화 이상한 나라의 엘리스는 우리를 상상력의 세계로 초대합니다. 권선징악의 이야기도 뻔하지만! 자유롭게 행동하겠다는 단호한 결의도 뻔하지만! 그렇지만 말이에요. 상처 입어도 힘껏 앞으로 나아가는 모습은 충분히 감동적입니다. "나는 내가 생각한 바를 실천해 옮기겠어!" 영화는 이 대사를 행동으로 고스란히 보여주는 19살 못 말리는 말괄량이 아가씨 앨리스의 고군분투 여행담을 그리고 있습니다. 다시 말하지만, 저는 참 즐겁고, 좋았습니다.
그렇다면 왜 그렇게 이 영화에 끌림을 느꼈을까요? 이 이상한 나라에는 숨겨진 친절함이 있다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독재자 붉은 여왕과 맞서서 살아가는 생물들이 저마다 다양한 방식으로 예언을 기다리며, 반드시 혁명이 일어날 것이라고 고대하고 열망하는 모습에서, 희망 이라는 단어를 읽을 수 있습니다. 그리고, 그 중심에 모자장수가 있습니다. 어서와요 엘리스, 나의 멋진 춤을 보여줄 기회가 반드시 찾아올꺼에요. 이리 와요, 당신을 기다렸으니까요. 영화는 다정하게 속삭입니다. "인생의 주인공은, 이 성취를 이루어 갈 사람은 바로 우리 자신이에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이 곳, 이상한 나라의 독재자 붉은 여왕은 아무 것도 하지 않습니다. 골프나 치러 다니고, 맨날 똑같은 대사만 연발해서 엄청 웃겼습니다. 걸핏하면 "저 자의 목을 베라!" 입니다. 공포 정치로 이 세계의 주인 노릇을 하고 있습니다. 그 정반대 편에는 예쁜 눈의 하얀 여왕 미라나가 있습니다. 저는 이 미라나가 약을 만들 때의 모습이 참 인상적이었는데요. 짧은 장면이었지만, 주인공과 계속 소통해 보려고 노력하고, 우리 사이가 특별한 인연이 되었음을 보여주는 것 같았습니다. 그래서 미라나 여왕은 앨리스에게 결정권을 늘 돌려줍니다. 자, 우리는 선택지를 줄 뿐이야, 결정은 엘리스양 당신이 해야 하는거에요. 그 선의가 빛나보였다는 것.
커졌다가, 작아졌다가, 처음에 앨리스는 이 이상한 나라를 자신의 꿈으로 인식하고, 용감하게 앞으로 나아가지만, 팔도 다치고, 때로는 힘든 결정 앞에 눈물 짓기도 합니다. 하지만, 파란 애벌레는 마냥 울고 있어 봐야 아무 것도 해결되지 않음을 잘 알려주지요. 앨리스양, 다만 자신의 운명 앞에 제대로 한 번 서 본다면, 분명 멋진 일이 펼쳐질 꺼야. 파란 애벌레의 조언은 참 따스하게 느껴졌습니다. 투사가 되기로 결심하고 갑옷을 꺼내입고 검을 휘두르는 앨리스는 하얀 왕국 최고의 정예 군인이 되었습니다! 야호-
붉은 여왕은 이제 화가 날대로 나서, 전설의 드래곤을 불러옵니다. 계시대로 라면 앨리스에게 결코 이길 수 없음에도, 이 여왕은 설마 저렇게 연약해 보이는 아가씨한테, 용이 질 수가 있을까 라고 단단히 착각한 것처럼 보였습니다. 그러길래, 무엇이든 함부로 과소 평가해서는 곤란합니다. 덩치만 믿고, 힘만 믿고, 늘 살아왔으니까 이번에도 그럴 것이라고 생각한 것은 당연했겠지요. 그렇게 머리만 커진 붉은 독재자는 꼭 인생의 한 모습을 상징하는 것처럼 느껴졌습니다. 부지런한 것은 머리가 되어서는 결코 안 됩니다. 다리가 부지런 해서, 열심히 뛰어다니며, 몇 번이고 굴러다니는 흙먼지 휘날리는 앨리스가 얼마나 멋져보이던지요! 짜-안! 하고, 힘차게 드래곤을 일격에 물리쳐 보입니다!
와! 하얀 나라의 결정적인 대승 입니다. 이제 감옥으로 끌려가는 독재자 붉은 여왕과 하트의 잭 스태인 인데요. 정작 함께 포박되어 가는 걸 한 쪽이 엄청 싫어하는 것을 생각했을 때도, 역시 강압은 아무 것도 낳지 못하였네요.
이제 다시금 왕관이 씌여지며 만인에게 사랑받는 미라나, 그리고 이 아름답고 이상한 공간을 떠나기로 다짐하는 앨리스! 어느새 이번 여행으로 훌쩍 커버리고, 성숙해졌음을 새삼 느낄 수 있었습니다. 원래 세계로 돌아오자 마자, 결혼하지 않겠어요! 라고 다짐합니다. 그렇다고 현실 회피를 선택한 것이 아니었습니다. 왕자님을 기다리기는 커녕, 누구보다 멋지게 마치 아버지처럼, 세계를 여행하기로 결심하는 모습이 정말 굉장했습니다.
영화 속의 명대사는 잊지 못할 것입니다. 자꾸 이상한 꿈만 계속해서 꾸는데 내가 정말 미친 사람은 아닐까? 맞아요. 미친 사람일지도 몰라요, 하지만 기억하길 바라는 것은, 멋진 사람들은 다 그렇다는 것이에요. 그렇게 앨리스는 가장 멋진 젊음을 직접 두 발로 다시금 경험하기로 결심하였습니다.
마음이 약해졌을 때, 언제라도 이렇게 멋진 영화를 통해서 영혼을 회복해 보는 것은 어떨까 싶습니다. 우리는 다시 마음을 다잡고, 세상을 무대 삼아서 멋진 발걸음을 계속해 나갈 수 있음을 다짐할 수 있는 참 마음에 오래 남는 작품이었습니다. 늦은 밤, 케이블TV 덕분에 심야에 정말 행복한 작품으로 위로 받을 수 있어서 기뻤습니다.
언어가 가지는 특별한 힘이지요. 하얀 여왕 미라나가 자신은 결코 살생하지 않으면서 즐겁고 당당하게 살아가는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앨리스가 "할 수 없어"병을 마침내 극복하고, 무기를 들고 앞으로 가는 모습을 기억할 것입니다. 그래요, 사실은 할 수 있는 거에요. 매일 우리는 그 결정 앞에 서 있는 거에요. 운명 앞에 실망하지 말고 힘낼 수 있기를. 그래서 열심히 살아서 반짝이는 하루를 만들어 가기를! 귀족과의 결혼으로 자기 안주에 절대로 그치지 않고, 자신을 가능성으로 그려서, 오늘 다시 할 수 있는 일에 서기를! 저 바다를 꿈꾸는 멋진 앨리스에 우리 인생도 결코 지지 않기를! 우리만의 빛나는 검을 삶에서 발굴할 수 있기를 저는 힘껏 응원합니다. / 2016. 09. 0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