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잭 리처 (Jack Reacher,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16. 9. 17. 00:34

 

 심야에 참 재밌는 영화를 보게 되어 기뻤습니다. 영화 잭 리처 이야기 입니다. 주인공 잭 리처(톰 크루즈 분)의 심판이자, 복수극을 유려하게 담아내고 있습니다. 극중에서 잭 리처는 거처도 없이, 그저 떠돌아 다니는 노숙인으로 묘사되는데요. 정작 그렇기 때문에, 유능하고 멋지며, 자유로울 수 있다는 묘사가 매우 인상적이었네요. 저는 이 무렵 봉준호 감독의 괴물 영화를 시청했는데, 거기서도 한 노숙인이 등장하면서 자유롭게 제멋대로 활동하곤 했지요. 어디에도 속박되어 있지 않는 사람, 그가 바로 노숙인일 수 있다는 것이 참 신기했습니다.

 

 여주인공 헬렌(로자먼드 파이크 분)이 매력적으로 등장하는 것도 영화의 멋진 감상 포인트 입니다. 다부지고, 지적이며, 멋있게 사건 현장 속으로 파고들어 가는 변호사! 그는 잭 리처와 함께 호흡을 맞추며 사건 해결을 위해서 세상과 싸워나갑니다. 두 사람이 함께 힘을 합쳐서, 진실을 파헤쳐 나가는 작품이 바로 영화 잭 리처라 할 수 있겠지요. 자, 그렇다면 서론은 이쯤하고, 본론 출발합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시작부터 충격적입니다. 저격수에 의하여, 무고해 보이는 사람 다섯 명이나 공원에서 희생되고 말았습니다. 증거는 완전히 널려있어서, 이 모든 방향이 범인 - 제임스 바라는 인물에게 초점이 맞춰집니다. 그런데 제임스 바는, 잭 리처라는 사람을 불러달라고 호소하고 있습니다. 잭 리처가 있으면, 진실이 밝혀질 수 있을 거라 믿었던 거죠. 그렇게 등장한 잭 리처, 그는 이미 퇴직한 군인으로서, 제가 즐겨 쓰는 표현으로 써본다면, 정예 특수 요원 입니다. 싸움에 만능이고, 영리하고 지적이며, 못하는 것이 없는 매력적인 사람입니다. 아! 게다가 잘 생겼기 까지 하네요. 조금은 반칙 같습니다. 하하.

 

 이제 잭 리처는 이 사건을 홀로 재구성 해봅니다. 그리고 수수께끼를 단번에 풀어내지요. 왜 제임스 바는 더 좋은 위치를 놔두고 (이를테면 역광이 있는 곳), 쓸데없는 곳에 올라가서 증거를 남기면서 저격을 했을까, 또 왜 제임스 바는 주차 요금을 내면서 완전한 증거 (지문까지!) 를 남기고 말았을까, 이런 의문을 파고들면서, 마침내 잭 리처는 제임스 바가 누명임을 확신하게 됩니다. 그렇게 진범을 찾아나서는 잭 리처! 이 위험한 전진에, 변호사 헬렌까지 가세합니다. 헬렌은 능력있는 변호사로서, 잭 리처를 물심양면으로 헌신적으로 도와나갑니다. 뭐, 정작 그래서 미모의 헬렌양은 실체가 드러난 적들에게 사로잡히기까지 하지만요.

 

 다섯 명을 죽인 범인은 역시 제임스 바가 아니었습니다. 악당들은 자신의 이익을 위해서 한 사람을 제거했으며, 거기에 괜한 사람 네 명을 추가로 더 죽이는 끔직한 만행을 저지른 것이었죠. 자, 이제 잭 리처가 납치된 헬렌을 구하기 위해서 무작정 맨몸으로 쳐들어 가는 모습이 압권입니다. 하얀 벤츠를 타고 후진으로 맹렬히 돌진하는데, 대사가 센스 넘칩니다. "이 작전은 역시 영 아니었군... -_-" 쿠콰쾅, 벤츠는 완전히 꼴사납게 망가지고 마네요.

 

 한편, 그 대신에 도움도 받습니다. 사격장을 운영하는 나이가 지긋한 노인 분에게 엄호를 도움 받는데, 아! 이 노인 역시 만만한 사람이 아닙니다. 분위기를 압도하는 카리스마가 느껴집니다. 정확한 실력으로 잭 리처에게 큰 도움이 되어줘서, 매우 후반부가 유쾌했습니다.

 

 간단히 말한다면, 이 작품은 인기소설을 극화한 것이다보니, 구성도 재밌고, 전개도 잘 들어맞아서 재밌었습니다. 우리나라 누리꾼들은 재치 넘치게도 잭 리처와 헬렌 사이가 아무 것도 일어나지 않아서 그 점이 대단하다고 농담을 날리기도 하는데, 그렇게 공적인 관계로만 연결되어 있는 인연도 이 영화 특유의 매력이지 않나 생각합니다. 전화 번호를 끝까지 건네주지 않는 저 철벽남 잭 리처! 엔딩까지 참 인상적이네요.

 

 저는 헬렌을 구하기 위해서, 잭 리처가 몇 번이고 악당에게 전화를 걸었다가 끊는 장면이 재치 있고, 무척 재밌었습니다. 나중에는 아예 험한 말을 서슴치 않는데, 그래놓고서는 총 한자루 없이 뛰어들어간다는 것이... 뭐, 영화니까 그렇겠지요. 총 한 발 맞지 않는, 무적의 우리 주인공을 보았습니다 :) 적의 총대장을 가차없이 심판해 버리는 씬도 잭 리처가 얼마나 어딘가에 매이지 않는 자유로운 존재임을 보여주는 좋은 장면 같습니다.

 

 내가 하고 싶은 대로 하는 삶, 그런 삶을 살아가고 있다면, 비록 옷 한 벌일지라도, 즐거울 수 있는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사람들은 그를 거처도 없는 사람이라고 이상하게 여길지라도, 잭 리처는 여전히 우리 곁에서, 멋진 일을 끝내주게 해주는 친구가 되어주지 않을까요? 저는 어쩐지, 삶을 살아가는 또 하나의 방식을 정중하게 배운 것만 같습니다. / 2016. 09. 1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