빅 히어로는 참 감동적인 애니메이션 작품입니다. 우선, 상실감을 우정으로 극복해 나간다는 기본 스토리가 훌륭합니다. 게다가, 앞으로 인공지능 로봇이 사람과 교류해 나가는 모습이 참 따뜻할 수도 있음을 다정하게 말걸기 한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베이맥스의 귀여운 모습과 힘찬 모습, 그리고 특유의 온기는 너무 사랑스럽습니다. 힘든 우리의 마음을 꼭 안아주고선, 그래도 괜찮아 라고 포옹해 주는 것 같습니다. 써놓고 보니 딱 힐링 애니메이션 같은데, 실은 악당과의 싸움도 전개되고 있고, 의외의 액션 장면들도 화려한게 미국 블록버스터 답습니다.
테디가 개발한 베이맥스는 사람들의 고통을 치유한다는 목적을 가지고 있습니다. 다치면 1~10단계 중 얼마나 아픈지를 물어보고, 사람의 몸을 스캔한 후에 적절한 치료를 해주지요. 획기적인 발상입니다. 그리고 눈물나게 근사한 점은 이러한 로봇을 만들기 위해 천재 공학도 테디가 10번, 20번... 자그만치 수십번의 실패를 경험해서 나온 결과물이라는 것! 그래서 베이맥스가 제대로 작동하자 뛸 듯이 기뻐하는 모습은 거대한 감동을 줍니다. 그래! 우리의 삶이 저렇게 도전적일 때 빛나는거지! 라는 감정이입 이랄까요. 자신의 재능을 다하여 노력하는 모습이 참 근사하고 예뻤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그래서 이 작품은 각자가 가진 능력이 있음을 알려줍니다. 예컨대 악당에 쫓기게 되자, 자동차로 도시를 질주하는 씬이 아직도 기억에 선명한데요. 안전운전을 하는 본능(?)이 발동해 빨간 불에 정지하고, 깜빡이를 넣으면서 도망을 치다가, 이것이 제대로 될리가 없자! 곧바로 운전수 교체! 화려한 발재간과 사이드브레이크 드리프트를 선보이면서 악당의 추격을 멋지게 따돌리려 합니다. 얏호! 신난다! 물론, 결국 이들의 과감한 도주는 물에 퐁당 빠지고 말았지만, 틈새를 노리는 안전벨트 개그까지 유쾌했습니다. "함께" 있을 때, 이루어지는 마법들이랄까요.
로봇 전문가 히로는 이대로는 안 되겠다 싶었는지, 베이맥스를 본격적으로 업그레이드 돌입합니다. 그리고 학교의 동료들을 위해서도 각자의 적성을 살릴 수 있는 장비를 장착해 주지요. 베이맥스는 사람들을 고치는 로봇인데 왜 무술을 배워야 하는지 모르겠다며 곤란해 하지만, 좋은 게 좋은 거라고, 다재다능한 로봇이 되어갑니다. 그리고 마침내 베이맥스 2.0 정도로 올라가면, 하늘도 날아다니고, 로켓 펀치도 쓸 수가 있습니다. 악당의 모습도 위협적이지만, 이쯤되면 우리의 히어로들도 자부심이 생길 정도입니다. 그래 한 번 덤벼봐!
가면을 쓰고 있던 악당의 정체가 마침내 드러나자 거기에는 큰 반전도 있었습니다. 사람 좋아보이던(?) 대학의 교수님이 실은 악당이었다니... 그리고, 사실은 새로운 순간이동 기술 실험을 하다가 교수님의 딸이 공간의 일그러진 틈으로 실종되어버린 씁쓸하고 가슴 시린 사연이 담겨 있네요. 이제 교수님은 많은 것을 파괴시키고, 이 가혹한 슬픔을 너도 한 번 겪어보라는 전쟁 모드에 돌입합니다. 하지만 우리 꼬마 친구 히로군이 훨씬 더 성숙하다는 것이 이 애니가 전하는 굉장한 매력입니다. "교수님, 그런 복수극으로는 해결책이 되지 않아요. 내가 겪어봐서 이제 알게 되었어요."
히로, 이 꼬마는 천재소년이자, 사춘기를 우정으로 극복하며 마음까지 넓어져 갑니다. 중요한 사람은 우리 마음 속에서도 살아갈 수 있다는 것. 그리고 기억해야 할 것은, 우리 곁에 소중한 사람이 있기에 삶이 즐거울 수 있다는 것을 한 편의 좋은 영화를 통해 진심으로 배울 수 있었습니다.
이제 영화의 마지막, 교수가 만든 공간의 일그러진 틈 속에 딸이 아직도 살아있다는 것을 느끼자 히로는 너무나 멋지게 한 마디 합니다. 누군가는 가서 구해야 할 것 아니겠어요. 형님 테디의 멋짐을 동생 히로도 똑같이 물려받은 것 같습니다. 하늘을 나는 베이맥스가 있어도 마지막 미션은 쉬운 일이 아니었고, 베이맥스는 로켓 펀치와 함께 역사의 뒤안길로 사라져 가는데... 그런데 놀라운 반전이 마지막에 또 숨어 있어서 정말 기뻤습니다. 결국 우리가 마지막까지 최선을 다할 때, 예기치 않게, 때로는 행복, 때로는 기적 같은 일들이 찾아옴을 느낄 수 있었기에, 영화를 보면서 내내 즐거우면서도 마지막엔 감동적이었습니다. 한 마디로, 참 잘 만든 디즈니 애니메이션! 여러 사람에게 권할 수 있는 작품이 아니었나 싶습니다.
상처 입어 바람이 빠지고, 일단 테이프를 끊어서 자신의 팔에 톡톡 붙이면서, 셀프 치료를 하던 착하고 유쾌한 베이맥스. 그렇다면, 우리의 마음이 상처 입었을 때, 마법의 언어들을 잊지 않았으면 좋겠습니다. "괜찮아, 무너지지마, 괜찮아 다시 한 번 힘을 내." 우리의 마음을 그렇게 잘 달래가면서 시간을 알차게 보낼 수 있다면 조금씩 상처도 아물고, 꼬-옥 좋은 날도 올 것이라 또 기대해 봅니다. / 2016. 11. 2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