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너의 이름은. (Your Name., 2016) 리뷰

시북(허지수) 2017. 1. 13. 00:49

 

 꿈만 같은 이야기, 동화 같은 이야기 였습니다. 좋아하는 사람 에게는 인연의 끈이 연결되어 있다는 대목은 특히 기억에 오래도록 남습니다. 뭐 오늘날은 구글도 있고, 페이스북도 있고, 사람 찾기가 쉬워진 것 같지만 꼭 그런 것은 아닙니다. 많은 사람들이 나의 반쪽은 어디에 있는지 궁금해 하고, 기대하며 만남을 가지기도 하며 한 해를 설레어 하곤 합니다. 또 어떤 이들에게는 남친, 여친은 일부러 안 만드는 것일 뿐! 입니다.

 

 영화는 두 주인공 타키와 미츠하가 꿈 속에서 몸이 뒤바뀌게 되는 사연을 이야기 하고 있고, 느닷없이! 이것이 꿈이 아님을 깨달으면서 새로운 삶을 동경하듯 누려가는 모습을 재밌게 포착하고 있습니다. 시골소녀 미츠하가 경험하는 도쿄의 분주한 삶이란 참 즐거운 것임을 힘껏 이야기 합니다. 그래요, 우리가 누리는 시간들이 사실은 이처럼 귀중하다는 것이지요. 타키 역시 몸이 바뀌며 시골의 조용하고 소박한 삶에 금세 적응했는지 쿨하고 강인한 아가씨가 되어버렸습니다. 그렇게 두 사람의 바뀐 몸들은 계속 될 것만 같았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영화는 매우 대담하고 놀라운 반전을 가지고 있었습니다. 어느 날 부터인가 몸의 뒤바뀜은 일어나지 않게 되었고, 더욱이 놀랍게도 미츠하가 살고 있는 곳이 혜성의 추락과 함께 완전히 소멸되어 버렸다는 것입니다! 사망자만 수백명, 타키는 이와 같은 사실을 도저히 믿을 수가 없었고, 직접 여행을 계획하게 됩니다. 사는 곳은 불명이지만 그동안 보고 경험했던 것이 기억에 강렬히 남아있기 때문에, 필사적으로 스케치 작업을 하면서 미츠하가 사는 곳을 향해서 한 발짝, 한 발짝 가까이 하게 됩니다.

 

 그리고 발견하게 되는 폐허. 미츠하는 3년 전의 사람이었다는 것도 알게 되었습니다. 그렇다면 꿈들은 다 무슨 의미가 있을 것이며, 만나고 싶어했던 미츠하는 다 말도 안 되는 이야기에 불과했던 걸까요. 타키는 폐허 속에서 마지막 무리수를 감행합니다. 시골 아주 깊숙한 곳에 감추어져 있던 특제 술을 마시고, 다시 한 번만이라도 몸이 바뀌기를 기대하는 것이지요. 그리고, 이 기대는 기적을 만들어 냅니다. 가장 아름답던 장면이 바로 이 대목이었습니다. 간절함, 그리고 그 속에서 새로운 시간을 살게 된다는 것을 잊고 싶지 않습니다.

 

 타키는 드디어 몸이 바뀌어서 깨어납니다. 미츠하가 되자 마자 감격에 벅차 오르고, 여동생을 보자 마자 눈물이 차오릅니다. 삶이란 사실은 이토록 귀중하고, 시간이란 이토록 알찬 것임을 우리는 너무나 자주 잊기만 합니다. 저는 다이어리 앞장에 늘 마주하게 되는 대목 "인생을 사랑한다면 시간을 낭비하자 마라. 왜냐하면 인생이란 시간 그 자체이기 때문이다." 라는 말을 마음에 꾹꾹 담으려고 함에도, 시간을 소중하게 보내지 못해서... 자주 자책하곤 합니다. 새해에는 달라져야지! 했는데도 쉽지는 않네요.

 

 조금 더 솔직해 진다면, 매일 의미 있게 산다는 것은 참 버거운 일임을 느낍니다. 나태할 때가 참 많기만 하고, 무의미할 때가 훨씬 많았네요. 그렇게 저라는 사람은 어리석은 선택을 하는 것만 같습니다. 그래서 이 영화는 이런 나태한 일상에 대한 적극적인 저항이 된다고 생각합니다.

 

 영화 이야기로 돌아와 미츠하(타키)는 마을을 구하고자 필사적인 계획을 세웁니다. 전력소에 폭탄을 설치하고, 마을 방송을 통해서 주민들을 학교로 대피시키고, 신사의 행사를 없애고, 자전거가 부숴지도록 바삐 움직입니다. 할머니는 미츠하의 정체를 간파합니다. 너는 누구인가. 아버지는 미츠하를 병원에 보내야 한다며 이 황당한 계획을 단칼에 거절합니다.

 

 그러나 여기서 중요합니다! 이후, 이것이 망상이 아님을 직접 미츠하는 눈으로 보았기 때문에, 다시 한 번 용기 내어 끝까지 마을 사람들을 설득하는 것입니다. 이 헌신적이고 경이적인 노력으로 혜성이 마을에 정통으로 추락했음에도 사망자는 거의 나오지 않았다는 것입니다. 만화적 설정으로서 이렇게 역사가 바뀌었다고 하는 것이지요. 합리라는 언어로 설명되지 않는 기적은 일어나기도 합니다.

 

 이후 두 사람은 서로의 이름을 잊어버리고 맙니다. 손바닥에 좋아해 라는 말이 쓰여있었다는 것. 그리고 빨간 끈으로 인연이 닿아있었다는 것만을 기억하고, 오래도록 시간은 흐르고 또 흐릅니다. 그리고 마침내 때가 되어서 매우 뒤늦게 다시 타키와 미츠하로서 마침내 만나게 되었다는 이야기!

 

 또한 저는 이런 이야기를 읽고 있습니다. "우리는 자신이 아닌 것과의 관계를 통해서 존재하니까. / 이 세상 모든 이들을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중한다면 우리 모두는 꿈에 그리던 세계에 이르게 될 것이다. 꿈꾸어야 한다. (중략) 이 세상 모든 것은 한순간일 뿐이다.(정혜윤 작가/스페인 야간비행)"

 

 다시 용기내어 꿈꾸며 살아가겠습니다. 따뜻한 마음으로 사랑하고 존중하면서 시간을 보내겠습니다. 한순간에 지나가는 삶, 꿈을 간직하며 노력하는 그 발걸음으로 계속해서 살아갈 때, 기적은 우리 곁에 어느 날 찾아오는 것이라 믿습니다. / 2017. 01. 13.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