많은 사람들의 호평으로 명성 높은 영화 라이언 이야기 입니다. 배우들의 열연과 음악도 참 좋습니다. 실화를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세상에는 정말로 기적이라는 것이 존재함을 느낄 수 있습니다. 무엇이든 의지가 중요합니다. 이 길만이다 라고 확신이 들 때는, 끝까지 가보는 것, 그리고 마침내 문이 열리는 것을 느낄 수 있었던 인상적이고 매력적인 작품이었네요.
영화는 인도의 어느 시골 마을에서 가난하지만 즐겁게 살아가고 있는 형제의 관점에서 출발합니다. 어린 소년 사루와 그의 형 구뚜는 열차에서 석탄을 냅다 훔치기도 하는 등 하루 하루를 겨우 입에 풀칠해가는 수준입니다. 그래도 이들은 이렇게 벌어온 우유로 어머니를 가져다 주는 등 참 착한 아이들입니다. 그러던 어느 날 밤, 밥벌이에 나선 구뚜 형을 억지로 따라 나서는 사루, 그리고 잠이 너무 온다며, 도중에 자겠다고 억지를 부리고 있습니다. 할 수 없이, 기차 역 의자에 사루를 잠시 재워두는데요.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깨고 나니 형이 온데 간데 없습니다. 사루는 열차에도 올라가보며 형의 이름을 간절히 불러보지만 아무 반응도 되돌아 오지 않습니다. 게다가 하필이면 열차 안에서 지쳐 잠이 들어버린 사루, 며칠을 계속 달려가는 열차는 어디론가 사루를 데려가고 말았습니다. 이후 대도시에서 5살 사루는 살아가는 법을 익혀 갑니다. 배고픔은 계속 되고, 잘 곳도 마땅치 않고, 그래도 사람은 살아간다는 것 자체가 어쩌면 매우 신비한 일인 것 같습니다. 도중에 호의를 베푸는 젊은 여자에게 납치(?)될 뻔도 했는데, (이상한 호의가 계속되자) 불길한 느낌을 알아 챈 영민한 사루가 냅다 전속력으로 도망치는 씬은 매우 강렬합니다.
결국 운 좋게도 그나마 괜찮은 사람을 만나서 경찰서로 인계, 이후에는 인도의 어느 고아원으로 넘겨지는 정형화된 코스를 밟게 되네요. 고아원에는 아이들이 넘쳐납니다. 여기서는 그래도 밥도 정기적으로 주고, 언어도 가르쳐 주긴 하는데, 분위기가 매우 무섭습니다. 말을 안 듣고 대들었다가는, 끌려가서 매타작이라도 당하는 것 같아요. 사루의 처지를 딱하게 여긴 복지단체 아주머니가 오더니, 여기를 떠나야 한다고 권고합니다. 호주로 가서 살자는 것입니다. 망설이던 사루군이지만, 현실적인 설득 앞에서 마음을 굳게 먹고, 비행기에 오르며, 인생의 제 2막이 열립니다. 어느덧 이야기는 20년이 흐른 뒤로 이어지고 있습니다.
사루는 성공적인 삶을 살아가게 되었습니다. 호주의 좋은 집과 존 브리얼리, 수 브리얼리 부부는 참 좋은 사람들이었습니다. 여기까지가 비록 아픈 과거를 가졌지만, 입양되어 훌륭히 대학원생이 된 한 사람의 이야기 입니다. 그런데 대학원에서 인도 음식을 친구들과 함께 나눠먹다가 흥미로운 이야기를 듣습니다. 바로 기술의 발전에 대해서지요. 구글 어스가 있다면, 예컨대 인도, 세계 어디든 위성사진으로 볼 수 있다는 것! 그리고 80년대 기차의 속도에 잠들었던 수일간을 곱하면, 수색 범위까지도 구체적으로 알 수 있다는 아이디어! 문제는 인도가 워낙 넓다보니까 이 아이디어가 현실적으로 가능할까 라는 점이지요.
처음에는 그냥 넘겨 들었습니다. 사루는 지금 좋은 여자 친구도 있고, 직장도 구했고, 부족할 것 없는 인생이었거든요. 그런데 그런 그의 마음 속에 미련이 들려옵니다. 바로 진짜 어머니와 형에 대한 그리움이지요. 여자 친구를 만나서 호소 하듯 절규합니다. 어머니와 형이 나를 얼마나 간절히 찾았을까를 생각해 봤냐고? 그래서 나는 이 곳 호주에서 마음 편히 발 뻗고 잔다는 풍요로운 현실 자체가 나를 힘들게 한다고! 정말 솔직한 돌직구 입니다.
밤마다 사루는 노트북을 켜고서 구글 어스를 탐험하는 것이 일상이 되었습니다. 그럼에도 오랜 기간 진전은 없었습니다. 여기에 모든 것을 걸고 직장까지 그만두고 커다란 지도를 벽에 붙여가면서 매일을 노력한 끝에, 어느 순간. 정말 어느 순간이었습니다. 25년 전에 뛰어 놀던 곳과 비슷한 지역이 구글 어스에 잡힌 것입니다. 평소 수색 반경보다 좀 더 서쪽으로 떨어진 지점이었지요. 물론, 기막힌 우연이라고 말할 수 있겠지만, 그가 매일 같이 노력한 덕분에, 그 곳의 위치와 어린 시절 기억이 정확히 겹쳐보이는 행운이자 기적이 찾아온 것이지요.
사루는 이 인근을 최대한 확대해서 천천히 조사해 보기 시작하는데요, 조금씩 커서를 움직일 수록, 어린 시절 기억와 완벽하게 일치하고 있음을 알게 됩니다. 그랬습니다. 가족이 있는 곳을 드디어 발견한 것입니다. 눈물이 흐르는 대목은 그간의 마음 고생이 얼마나 컸을지를 생각해 보게 됩니다. 마을 이름도 드디어 바로 알게 되었습니다. 이제 인도 여행만 하면 되었네요. 고맙게도 호주의 존과 수 양부모님은 흔쾌히 이 여행에 격려를 해주었습니다. 어쩜 저렇게 좋은 사람들이 있는지... 수 어머님은 영화 도중 자신의 삶은 사실 복 받은 것이라며 두 번이나 강조하고 있습니다. 힘들게 양아들을 둘이나 키워냈고, 그 아름답고 다정한 이해심에는 아, 이것이 부모, 어른의 넓은 마음이구나 큰 감동을 받습니다.
이제 영화의 막바지 - 사루는 인도에서 자신의 마을, 옛 집에 동물들만 살고 있음을 두 눈으로 확인하게 됩니다. 하긴 25년이니까요. 모든 것이 바뀌어 가는 시간 입니다. 그런데 때마침 영어를 하는 아저씨를 만나고, 이를 통해 사루는 극적으로 어머니와 재회합니다. 아들을 다시 만나게 되어 바다같이 깊은 행복을 느꼈다는 표현이 너무 아름답고 또 대단합니다. 형 구뚜는 어린 시절, 헤어진 그 날 사고로 그만 죽게 되었다는 슬픔도 있었습니다. 글도 몰랐다는 엄마는 단지 언젠가 시간이 흐르면, 아들이 이 곳 마을로 돌아올지 몰라서, 수십년간 그 곳을 지키며 기다려왔다는 것이 비로소 기적같은 결실을 맺었다는 것.
영화 속 스페셜 페이지를 읽다가 괜히 뭉클했던 대목은 구글어스를 통해서 3년간 지도에 매달렸던 작업이 괴로웠다는 것입니다. 그래요. 어쩌면 기약도 없이 희망 고문에 시달리는 것은 아닐까, 내가 헛짓을 하는 것은 아닐까 하는 게 때로는 우리를 절망에 빠뜨리기도 할테지요. 그러나 늘 결실이라는 것은 열심히 움직이는 자의 몫이라는 결론에 이르게 됩니다. 지금의 부모님에게도 참 감사하게 되는 영화, 여기까지 영화 라이언 이야기 였습니다. / 2017. 03. 1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