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 (The Brand New Testament, 2015) 리뷰

시북(허지수) 2017. 3. 16. 02:44

 

 만약이지만, 죽는 날을 우리가 알게 된다면 어떤 선택을 할까요? 영화에서 알려주듯이 적어도 거액의 생명보험에 가입하지는 않을 것 같습니다. 그 대신에 가진 돈을 활용해서 죽는 날까지 우리는 모험가가 될 수 있는 게 아닐까 생각합니다. 영화 이웃집에 신이 산다는 대단히 유쾌한 코미디 영화입니다. 그리고 그 누구도 인생의 주인공이 될 수 있다고 응원하고 있는 근사한 작품이기도 했습니다. 저는 외팔미녀 오렐리양에게 특히 주목했는데, 평범한 일상을 살아가다가도 좋은 일이 기적처럼 나타난다는 것이 참 좋습니다.

 

 벨기에 브뤼셀의 아파트, 여기에 신이 살고 있습니다. 신은 천지창조를 다 마치고 나서, 이리저리 동물들을 만들어 냅니다. 주로 사용하는 것은 고성능의 낡은(?) 컴퓨터. 심심하다는 이유로, 마침내 자신을 쏙 빼닮은 인간 아담을 만들어 놓고선 만족해 합니다. 조금 차이는 있지만 성서와 일치합니다. 이후 인류는 금방 자식을 낳아 번창해 나가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문제는 신이 자신의 가정을 돌보지 않는다는 점! 아들 지저스 크라이스트는 이에 열받아(?) 가출을 결심해 인류를 위해 복음을 펼친 것으로 널리 알려져 있습니다. 이웃을 사랑하라는 메시지를 전달했지요. 이제 그의 예쁜 딸 에아 마저 사춘기가 되어서 아빠의 말을 듣지 않고 가출을 결심합니다. 이름하여 출아파트기 입니다. 시작부터 재치만발입니다. 아빠의 컴퓨터를 만지작거리며, 새로운 사도 6명을 확보, 이후 전 세계 사람들의 사망일을 쫘~악 문자로 뿌려버립니다. 세상은 곧장 혼란에 빠져들었습니다.

 

 이제부터 위험한 창조세계 속으로 뛰어들어간 소녀 에아의 모험이 펼쳐집니다. 에아는 신기한 능력들이 있습니다. 사람의 마음을 듣고, 음악으로 표현해내는 능력은 정말 멋집니다. 오빠처럼 물 위를 걷는 것도 할 줄 안답니다. 에아는 이 곳이 마음에 들었고, 천국으로 부르기로 합니다. 비를 맞으며 기뻐하는 모습이 놀랍기만 합니다. 에아는 노숙하고 있는 아저씨를 벗삼아서 이곳 저곳 다니며, 사도들 6명을 만나게 됩니다. 어린 시절 사고로 아픈 사람도 있고, 평범한 사람도 있고, 성도착증에 빠져버린 사람, 삶이 허무해진 마담 등 가지각색 입니다. 아마 랜덤으로 급하게 대충 골랐나 봅니다.

 

 영화의 재치 있는 미덕은 이들 6 사도에게, 에아가 신적인 권능으로 높은 자리에서 대하지 않는다는 점입니다. 예를 들어, 서론에서 언급한 오렐리 양에게는 꿈을 준다면서, 손이 춤을 추는 환상을 대면하게 해줍니다. 잊고 싶었던, 아픈 기억을 대면하고, 그 손을 맞잡으면서 오렐리양은 위로와 용기를 얻었을 것이라 저는 상상합니다. 내가 비록 외팔로 어렵게 살고 있지만, 헨델의 울게 하소서 같은 아름답고 섬세한 감정을 가지고 있다는 것이 사람은 누구나 그 존재자체로 아름답다는 말을 몇 번이나 떠오르게 해줍니다. 의자나 책상은 한 쪽이 부서지면 그 가치를 잃고 폐기될테지만, 사람은 완전히 다르다는 거예요. 상처 입어도, 미소를 짓기 힘들더라도, 그 환경이 어떠하든 사람은 귀중하다는 위로를 받습니다.

 

 모험가 장 클로드는 평범하게 살아온 일상을 죽음의 시계 앞에서 마침내 그만두고, 자신이 진짜 하고 싶었던 것들을 합니다. 충격입니다. 아무 것도 하지 않기를 적극적으로 선택합니다. 출근 가방을 끈질기게 박살내는 것을 보고 있으면, 그가 얼마나 억지로 돈을 벌어왔는가를 곱씹게 됩니다. 그렇게 통장의 잔고만 매년 조금씩 올라가 있는 삶은 그에게 만족을 주지 못했다는 인상을 받습니다. 그럼 어떻게 살라고요? 장 클로드는 새를 좇아 여행을 떠납니다. 세계 북쪽 끝까지 여행을 하며 마침내 손을 흔드며 즐거운 삶을 누리는 모습이 기억에 남습니다. 이제 그만 하고 싶은 일을 실행하세요. 라는 느낌?

 

 꼬마 소년 윌리는 투병 중이라 삶의 남은 기간이 정말 짧은 경우입니다. 기껏해야 몇 주 정도. 그래서 부모는 윌리에게 소원을 말해봐 식의 선물을 해주고, 윌리는 원피스를 입고 거리를 활보합니다. 에아는 이번에도 윌리를 고쳐주지는 않았습니다. 그 대신 소년과의 마지막 순간을 특별하게 보내기로 했습니다. 함께 시간을 보내는 것입니다. 그리고 바다에서 최후를 맞이하기로 하지요. 바다에 직접 와보니 사람들이 무진장 많습니다. 오늘 죽을 사람들은 검은 띠를 팔에 착용하랍니다. 곧이어 바닷가로 날아드는 대형 항공기. 운명은 피할 수 없을까 고민하던 터에, 하늘에 있던 엄마 신이 컴퓨터를 재부팅 하면서, 죽음에 대한 기록들이 깨끗하게 사라지고 말았습니다.

 

 세상은 다시 아름다운 평온을 되찾았네요. 죽음의 시간을 알게 되면서 반짝했던 사업들, 관광지에서 남은 시간을 보내세요! 같은 호화 광고도 이제 없을테지요. 세네카의 잘 알려진 격언처럼, 사람은 항상 시간없어, 시간없어 불평하면서도 정작 시간이 무한히 있는 것처럼 하루를 흘려보내기가 얼마나 쉬운지 모릅니다. 인생은 그렇게 오늘도 흘러가고 있네요. 저는 영화를 보고 난 후, 성서의 한 대목이 떠올랐습니다. 밭에 숨겨진 귀한 진주를 발견한 후, 전 재산을 팔고서 밭을 샀다는 이야기에요. 꿈을 찾은 인생은 모든 것을 걸고, 자신의 길을 걸을 수 있는 것 같습니다. 우리의 삶이 비록 근사한 것을 이룬 것이 없다 할지라도, 늘 주변의 이웃들과 함께 살아간다면, 그래서 영화 속 짜증유발의 법칙을 극복해내며, 행복하게 살아간다면, 그런 즐거운 하루들로 시간을 보낼 수 있기를 응원하게 됩니다. / 2017. 03. 16.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