사랑하는 사람들과 함께 산다는 것은 이토록 좋은 일이군요. 이 한 줄로 이 영화를 설명할 수 있을만큼, 참 아름답고 감동적인 로맨틱코미디 작품, 첫 키스만 50번째 입니다. 여배우 드류 베리모어의 인생작품 중 하나로 생각될만큼, 예쁘고 매력만점의 아가씨 루시로 등장합니다. 일상의 감정세포가 메말라 갈 때, 우리는 이런 작품을 통해 영감을 얻거나 용기를 얻게 됩니다. 살아가는데 있어서 정말 중요한 것은 "인간관계"임을 배우게 되니까요. 따뜻한 격려 한 마디로도 삶의 보람을 느끼는 것이 우리네 하루이고요. 영화에서는 비록 음치임에도 기분 좋은 날에 루시가 경쾌한 노래를 열창한다고 설명해 주고 있습니다.
이 작품은 어쩌면 뻔한 영화적 소재를 사용했을지도 모릅니다. 단기 기억상실증. 하지만 거기에서 그치지 않는다는 점이 대단히 좋습니다. 가족을 비롯한 주변 사람들, 등장 인물들이 하나 같이 따뜻하고 즐겁습니다. 한 사람만을 향한 순수한 사랑이 가지는 힘은 실로 엄청나서, 감동해 눈물을 흘렸다는 리뷰도 보았습니다. 이런 격언도 덧붙일만 합니다. 작곡가 스트라빈스키의 말인데, 창조하기 위해서 역동적인 힘이 있어야 하는데 어떤 힘이 사랑보다 더 강력하겠는가? 라는 질문입니다. 단지 순수한 사랑의 힘으로, 기억상실 - 치유불가능이라는 난제 앞에서도 창조적 돌파구를 열어가는 적극적인 마무리는 가히 예술적입니다. "그래도 나는 해볼테야." 그렇게 살아가는 삶이 된다면 좋겠습니다. 벌써 서론에 영화 이야기를 다 담아 버렸네요. 그만큼 즐거웠던 작품입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유능하고 매력적인 수의사 헨리는, 정말 우연하게도 식당에서 루시를 만났다가 첫눈에 사랑에 빠지고 말았습니다. 저도 비슷한 낭패(?)를 겪은 적이 있어서, 그 순간을 간직하려고 글로 메모해 놓았던 적이 있지요. 계속 눈이 저절로 가게 되고, 마음이 들뜨게 되고, 아찔했습니다. 아.무.튼. 헨리는 저와는 아주 다르게 적극적으로 다가가 작업의 정석을 보여줍니다. 루시 역시 이 남자의 구애가 싫지 않았던지 함께 앉아 이야기를 나누며, 환한 미소를 보입니다. 두 사람은 헤어지는 순간 춤까지 출 정도인데... 지켜보는 할아버지의 일갈! 바보커플이 따로 없구만!
다음 날, 다시 찾아간 식당에서 헨리는 루시에게 반갑게 접근했다가 순식간에 치한으로 몰려서 내쫓기는 처지가 되고 맙니다. 식당 주인 아주머니는 헨리를 조용히 끌고 가서, 자세한 속사정을 알려줍니다. 1년전에 있었던 비극적인 교통사고로 뇌손상을 입은 아이가 루시라는 것. 그러니 이 특별한 아이에게 함부로 접근하지 말라고 경고합니다. 루시네 가족도, 이웃 식당 부부도 그녀를 보호하기 위해서 최선의 노력을 다합니다. 루시에게는 마침 사고일이 아빠 생일이라서 그 특별한 날들이 계속 됩니다.
일요일, 식당에서 식사를 하면서 식당 아주머니의 헤어스타일을 칭잔하고, 와플 식사 중에 자신만의 독특한 미술세계를 구현하고, 집에 와서는 휴일을 맞이해 벽에다가 예쁜 백합을 그립니다. 원래 미술 교사거든요. 잘 그립니다. 아빠는 딸의 그림세계를 사진으로 남기고요. 생일 선물로 루시가 고른 곳은, 하필 식스 센스 무비. 지금까지 백번도 더 봤을 아빠는 아예 이 기회에 숙면모드 입니다. 매일 식사로 먹게 된 생일 케이크도 도저히 다 먹지 못하고 버려지네요. 그렇게 아빠와 오빠는, 루시양을 위해서 헌신적으로 삶을 맞춰주고 있었던 것입니다. 그런 안정적인(?) 세계에, 남친 노릇 하려는 자가 나타나면, 루시의 가족이 우리 딸 상처주지 말라고 나서왔습니다.
하지만 이번에 등장한 헨리는 결코 물러설 줄 몰랐습니다. 식당에서 만나지 말라는 경고가 떨어지니까, 루시가 자동차로 식당 가는 길목에 서서, 출발부터 각종 작업들을 걸기로 합니다. 도중에 친구에게 도움을 요청해서 헨리가 얻어 맞는 장면을 연출하는데... 폭소만발 입니다. 헨리가 맞고 있자, 루시 아가씨는 냅다 야구 방망이를 꺼내 와서 헨리 친구를 죽도록 후려칩니다. 후덜덜 하기 짝이 없습니다. 하마트면 헨리는 소중한 지인을 잃을 뻔 했습니다. 하루는 일하는 수족관에서 조그만한 펭귄하나를 데리고 와서 작업을 걸다가, 펭귄 간 떨어질 뻔도 했네요. 사실은 누군가가 아파서 슬퍼야 하는 영화임에도, 곳곳에 재치 가득한 유머가 숨어 있습니다. 그 대신에 약간은 성적인 유머도 있기 때문에, 가족이나 아이와 함께 볼 때는 시청에 주의가 필요하겠습니다.
영화는 기적적인 치유가 일어나지 않았습니다. 이제는 기억이 되살아 난 것이 틀림 없다고 확신해서 헨리가 어느 날, 루시가 일하는 곳까지 뛰어들어갔지만, 그녀의 대답은 여전히 "누구세요?" 입니다. 이 때, 조금도 현실 앞에 절망하지 않는 강인한 헨리가 돋보입니다. 진실을 또 들려줄께요. 나는 당신이 없으면 도저히 안 되는 사람이에요. 함께 하기로 해요.
그렇게 오버 더 레인보우 음악이 흐르는데, 영화 보면서 가슴 설레일 정도로 참 좋았습니다. 여전히 루시양은 아프지만, 이제 이들은 함께 여행을 하고 있습니다. 결혼을 하고, 딸아이를 낳고, 아버지도 여전히 사랑하는 루시와 함께 입니다. 현실을 이렇게 이겨낼 수도 있구나를 헨리를 통해 배우게 됩니다. 아프다고 실의에 빠져 있을 필요는 없는 셈입니다. 어리석어 보이는 매일의 작은 노력이 마침내 산이라도 옮기게 된다는 내공 높은 - 우공이산의 마음가짐, 그 깊은 곳에는 더 나은 미래를 향한 "의지"가 그대로 전해져서 마음에 오래도록 간직될 근사한 영화가 될 것 같습니다. / 2017. 03. 17.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