아쉽게 극장 직관 타이밍을 놓쳤던 영화 였는데, 만우절날 oksusu에서 무료로 배포해 주더라고요. 갓수수 감사. 절친이 재밌게 봤다고 평했습니다. 김주혁 연기가 일품이고, 현빈이 잘 생겼으며, 기타 등등... 저는 시청소감을 어떻게 표현해야 좋을지요. 몸싸움과 총칼이 오가는 액션 영화이기도 하고, 중간 중간 틈새 개그가 섞여 있습니다. 몰입도는 충분히 훌륭한 편이고, 막판의 다소 (마무리를 위한) 억지스러운 전개 외에는 대체로 즐거웠습니다. 자, 그럼 영화 공조 이야기를 출발해 볼까요.
첫 장면은 빗속 북한 평양인데 이야기가 글로 써보니 상당히 무겁습니다. 이 곳 북조선 공화국에서 젊고 유능하고 행복한 철령 부부는 만족스러운 일상을 살아가고 있습니다. 먹고 살자고 하는 일이라며, 몰래 주먹밥을 나눠먹는 신혼부부의 다정함을 보며, 사람 사는 곳은 다 같구나 싶었는데... 초대형 사건 사고가 터집니다. 북한이 자랑하는(?) 위조 지폐 동판이 내부자 차기성에 의해 탈취당한 것입니다. 차기성 대좌는 보란듯이 사람들을 아무렇게나 죽이는 비정함을 보여주었고, 북측 주인공인 철령 형사의 아내가 이 때 목숨을 잃고 맙니다. 차기성은 중국을 거쳐 남한으로 튀어 버리는 기묘한 방향전개를 보여주었습니다. 철령은 이제 원수나 다름 없는 차 대좌를 잡기 위해 서울로 오게 되었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남한은 지금 황당하고 의아스럽습니다. 살인을 저질렀다는 탈북자 하나 잡기 위해서, 남북회담이 개최되고, 비공식 합동수사가 전개 되고 있으니, 수상한 것이지요. 뭔가 비밀이 있으리라 추측하고, 국정원까지 몰래 개입하게 되었습니다. 첨단 과학 수사를 자랑하는 남한 형사 진태와 싸움 실력 하나 끝내주는 정예부대 출신 철령이 한 팀이 되었습니다. 진태의 첫 임무는, 철령을 잘 감시하기 입니다. 고기나 느긋하게 구워먹고, 길 꽉꽉 막히는 명동으로 가보는 등 훌륭히 북쪽 형사를 감시하는 가 싶었는데...
이게 진짜 아니다 싶었던 철령은 공조고 뭐고, 자신이 가야할 목적지를 향해 곧바로 직진합니다. 고가도로에서 멋지게 뛰어내리질 않나, 냅다 택시를 타고서 차기성의 부하를 추적하려 합니다. 재밌는 것은 진태의 실력 발휘, 빛의 속도로 택시 번호판을 스캔해서 위치 추적에 성공합니다. 대한민국에는 널린 게 CCTV 라고 합니다. 그리하여, 진태와 철령은 함께 붙어 다니는 시간이 많아지는데요. 제발 서로 정보를 공유해서, 믿고 공조를 하자고 설득해 나갑니다. (물론, 겉으로는 그러면서도 속으로는 서로가 가진 휴대폰에 도청장치를 심으려고 난리입니다!) 이래서야 거물 차기성을 잡을 수야 있으련지요.
한국에 대한 지식이 당연히 없는 철령을 위해서, 위치 추적 발찌를 감아주는 장면은 참 당황스럽습니다. 진태는 이게 형사의 숨은 표식이라고 능숙하게 철판 깔고 사기를 칩니다. 게다가, 나중에 진짜 성범죄자를 우연히 만나 몽땅 들통나는데, 하여간 꼼수 부리다가 큰일날 뻔 했습니다. 잘못하다가 철령에게 엄청 맞았을지도! 한편, 철령을 밤에 집으로 초대하는 장면은 잠시 쉬어가는 장면 전환 입니다. 진태 가족들이 훈남 북한 형사를 보고, 다들 살갑게 잘 대해 줍니다. 특히 직장 없어 놀고 먹던 처제 민영은, 너~무 적극적이라. 나중에 철령이 눈치 채고 진지모드로 한 방 날립니다. "나 여자 있습니다." 네이버 영화란 가보니까, 네티즌이 뽑은 추천 명대사가 1위가 이 다음 대사랍니다. (처제 왈, 오밤 중에) "그 사람 많이 사랑해요?" 하여간, 얼굴 잘 생기고 볼 일입니다. 이런...
이렇게 알콩달콩 놀고 있을 때가 아닙니다. 차기성을 쫓는 고단한 일은 계속 되고, 도중에 당연히 어려움을 겪습니다. 그리고, 이 때 능숙한 철령의 고수 실력이 드러납니다. 상대방들은 칼들고 휙휙 거리는데, 혼자 두루마리 휴지 껍데기로 화려하게 방해꾼들을 순식간에 제압해 버립니다. 임팩트가 어찌나 컸던지, 나중에 진태 형사도 비슷한 위기 상황에서 휴지를 응용해 보려고 하지만, 아무나 하는 게 아니랍니다. 그리하여 영화는 주로 철령이 때로는 막무가내로 (혹은 멋지게) 앞서가고, 진태가 도와주려고 백업해 나가는, 제법 손발 맞는 공조로 진행되어 나갑니다.
한국은 미국처럼 넓은 나라가 아니기 때문에, 차기성 실시간 위치 정도야 국정원까지 함께 하는데 척척 수사가 진행되어 나갑니다. 국정원이 진작에 댓글놀이 말고, 이렇게 중요한 일들을 소리없이 잘해내야 칭찬과 인정을 받겠지요. 이제 극의 후반부, 차기성이 동판거래를 하고 있는 리조트에 과감히 뛰어들어가며, 한바탕 추격전을 벌이는데요. 자동차 액션도 박진감 있네요. 정확한 사격 실력으로 차기성의 차를 박살내며 동판을 회수하는 철령 입니다. 차기성이 재빠르게 도주하는 바람에, 비록 사적인 복수는 끝내지 못했어도, 동판 회수라는 북한이 요구한 중대한 임무는 드디어 완수했습니다.
해피 엔딩이면 좋겠지만, 아마도 발이 대단히(?) 넓었던 차기성은 불사신처럼 재등장해, 진태 가족을 납치해 버립니다. 끝난 줄 알았지? 어서 동판 가져와!! 진태는 급한 마음에 울면서 철령에게 도움을 요청합니다. 철령은 무슨 생각이었을까요? 왜 진태의 간절함에 응답했을까요? 이제는 그저 귀국해 북한에서 인정받으며 얼마든지 공화국의 사람으로 잘 지낼 수 있었을텐데 말이지요.
사람을 또 잃고 싶지 않다는 것이 그의 굳은 결심이었습니다. 종군 기자 마가렛 버크화이트가 이런 말을 했답니다. "나의 경력과 삶은 우연이 아니다." 사랑하는 아내, 든든한 동료들을 잃었던 행위를 남한에서도 반복하는, 이를테면 - 망가지는 삶, 도망치는 삶을 선택하지 않는 철령의 모습은 정~말 멋있습니다. 편안한 영역, 편한 선택에서 벗어날 때, 진짜 자기다운 삶을 살 수 있는거니까요. 그는 그렇게 자신에게 최선의 선택, 마음이 응답하는 그 길을 향해 달려갑니다.
진짜 공조가 펼쳐집니다. 한 쪽이 위기에 처하면, 파트너가 훌륭히 차기성 대좌를 겨냥하며, 이 영화는 극적으로 마무리 됩니다. 이제 두 사람은 웃음을 함께 나누며 왜 형사가 되었느냐고 물어봅니다. 착한 사람들 돕고 악당들 제압하는, 근사하고 폼나는 직업일 줄 알았다고 합니다. 현실은 여기저기 아픔으로 얼룩진 상처투성이 였지만요. 그래요. 그래도 좋은 직업 아니겠어요. 밥벌이가 이처럼 고단할지라도, 가끔씩이나마 삶의 보람을 온몸으로 느낀다는 것은 얼마든지 멋진 일이라 생각합니다. 뒤늦게 경찰차들이 등장하며 엔딩! 저는 배우들의 연기가 좋아서, oksusu란에 별점 넉넉하게 주고 나왔습니다.
좋은 나라를 만들어 가기 위해서, 그리고 살 맛 나는 좋은 환경을 만들어 가기 위해서, 자신의 자리에서 대민봉사 힘써 주시는 공무원 분들, 힘들어도 화이팅 입니다! 이번 리뷰는 조금은 이색적으로 이런 마무리를 문득 해보고 싶었습니다. 319번째 영화 이야기 이만 마칩니다. / 2017. 04. 05.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