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말 우연이었습니다. 모처럼 토요일에도 근무를 해야 했고, 늦은 시간에 집에 도착해 짐을 풀었습니다. 이제 잠을 청하기 전, 습관처럼 영화 채널들을 검색하는데 EBS 세계의 명화가 눈에 띄었습니다. 스마트폰으로 재빠르게 파워 오브 원을 검색해보니 평점이 대단히 좋습니다. 그렇게, 좋은 고전(?) 작품 하나를 마음에 간직하게 되었습니다. 원작 소설을 바탕으로 하고 있기 때문에, 시나리오가 충분히 재밌습니다. 스물 다섯 해 전, 오래된 영화 같지 않았고, 지루하지 않았습니다. 주옥 같은 명대사도 있고, 두근두근 로맨스도 담겨 있는 복합 영화 입니다.
주인공 피케이군은 어린 나이에 고생이 많았습니다. 남아프리카에서 "몹쓸 영국인" 이라고 차별을 받았습니다. 부모님은 일찍 돌아가셨고, 게다가 기숙 학교에서 이른바 집단 괴롭힘을 당하며, 부적응의 시기를 보내야 했지요. 안쓰럽게도 슬픔이 피케이군 어린 마음의 정서가 되었습니다. 그러나, 역시 늘 중요한 것은 관계라 생각합니다. 누구를 만나느냐에 따라 이 소년은 점차 변화가 시작되는데....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독일인 박사님을 알게 되어서, 이 할아버지와 함께 피케이의 10대는 전혀 다른 길을 걷게 되었습니다. 음악에 대해서 알게 되었으며, 권투에도 눈을 뜨게 되었습니다. (권투를 가르쳐 주는 배우는 잘 알려진 모건 프리먼!) 이기는 법을 체득해 나간다고 봐야겠지요. 작다는 것이 단점이 아니며, 오히려 재빠르게 잘 피하면서 8연타 원투 펀치를 구사해 나간다면 훌륭한 선수가 될 수 있음을 몸으로 익혀 나갑니다. 독일인 박사와 영국인 피케이군은 감옥에 갇히게 되어서, 교도소의 차별대우도 똑똑히 목격하게 됩니다. 흑인을 인간 이하로 취급하는 사람들. 이런 열악한 환경에서도 박사님은 흑인들에게 몰래 담배를 선물하였고, 피케이는 편지를 대신해 써주는 등 사람답게 정중히 대하는 모습이 일품입니다.
마침내 나치 독일은 전쟁에서 패하고, 전쟁에 반대했던 양심수 박사님은 본국으로 돌아갈 기회를 얻게 되었습니다. 이를 기념해서 콘서트가 기획됩니다. 가사를 흑인들과 함께 써내려가는 피케이군, 교도소 간수들은 겁쟁이라는 재치 있는 가사를 통해, 언어가 다르고, 분위기가 다른 흑인 죄수들을 하나로 만들어 내는 압도적 장관을 그려냅니다. 한 사람이 가지는 힘은 아마 이럴 때 발휘되는 것이기도 합니다. 스스로를 가능성의 신화로 써내려간 것입니다. 이 와중에 극적인 사건으로 권투 스승님이 사망하지만, 그는 끝까지 (거짓말로 비겁해 지는 대신에) 진정한 자유를 외쳤다고 선언하는 모습이 정말 훌륭합니다.
영민한 피케이군은 고등학교에서도 두각을 드러내며, 영국 옥스포드 장학생에 추천될 인재로 자랐습니다. 권투는 또 엄청 잘해서, 고교 대항전에서는 화려한 승리를 쟁취합니다. 여기서 마리아 양과 서로 눈이 딱 맞는 로맨스 전개로 빠르게 진행됩니다. 마리아 만나려고 담 넘기를 서슴치 않고, 자신의 계획을 주저 없이 밝히는 등, 열정 넘치는 열여덟 청춘의 모습이 반짝반짝 눈부실 정도입니다.
앞으로 (현재 이 나라에서는 불법이지만) 흑인과 권투대결을 펼칠 텐데, 함께 경험해 보지 않겠느냐는 겁니다. 그렇게 피케이, 마리아, 그의 매니저 친구는 흑인 거주 지역으로 건너가서 한바탕 혼신의 권투시합을 펼치고, 사람들과 새로운 관계를 맺는 대단한 역량을 보여줍니다. 그리고서, 이제 흑인 친구의 제안에 따라서, 야학을 조직해 사람들에게 글을 가르친다는 놀라운 계획을 직접 실행에 옮깁니다. 학교의 스승님도 제자 피케이군의 실천에 깊이 감동해서, 현실적으로 할 수 있는 지원을 아끼지 않습니다.
한편, 이야기는 감동에서 비극으로 달려갑니다. 인종분리정책을 시행하려는 이 나라 남아공은 흑인을 차별하는 것이 일상화 되었고, 심지어 기본적 수도 이용 조차도, 유색인 전용으로 나누어 놓았습니다. (흑인들은) 화장실을 한 번 쓰려면 긴 줄을 기다려야만 했고, 교육률은 2% 밖에 되지 않습니다. 잘 지적한대로 흑인들은 광부, 청소부, 가정부로 마치 노예처럼 그 노동력을 다루려고만 합니다. 백인들이 주축이 된 중심부는 견고하게 자기들만의 울타리를 쳐놓고, 흑인들의 주변부는 완전히 자기들 입맛대로 빨대꽂아 빨아먹으려 하는 끔찍함을 목격하게 됩니다. 이것이 어찌나 이상하던지, 마리아양 조차도, 이건 불공평 하다며 극중에서 목소리를 높입니다.
학교에서 야학 활동을 시도하다가, 군대가 밀고 들어옵니다. 한 번만 더 이런 짓 하면 학교 폐쇄할 꺼라 협박 합니다. 그리하여, 이제 교회에서 두 번째 야학 활동에 도전하는데, 이번에도 피케이를 줄곧 감시하는 군대가 밀고 들어와 깽판 폭력을 행사하고, 이 와중에 착한 마리아양은 목숨마저 잃게 됩니다. 세상을 조금이라도 바꿔보려는 젊은이들의 순수한 노력은, 차별적인 시스템에서 기득권을 누리려는 수구세력에 의해서 짓밟히고 맙니다.
사랑하는 여인을 잃고, 희망을 잃었었던 피케이는, 그러나 흑인들이 영어를 배워가며, 책을 읽는 모습을 보며, 깨달음을 얻습니다. 그리고 자연을 바라보며 물방울들이 모여서 경이로운 폭포를 이룬다는 것을 목격하지요. 마침내 옥스포드 전액 장학생의 길을 접고, 자신이 믿는 길, 흑인 부족들에게 언어를 가르치며, 세상을 바꿔가려는 자신의 소중한 신념대로 살아가는 것으로 영화는 깔끔하게 마무리 됩니다. 자신이 살아갈 길을 발견한다는 것은 정말 멋진 일이라는 생각이 들었습니다. 분명 잘못된 세상에서 눈을 잃었어도, 사랑하는 여인을 잃었어도, 나는 힘내어서 세상을 바꾸려고 하는 그 바보같음이, 마음에 오래 남을 작품이었습니다.
흑인과 백인을 차별하지 않았던 관장님의 대사를 글로 남겨보며, 오늘 리뷰는 마치겠습니다. "옳다고 믿는 것을 향해 싸워야 해! 말만 하지 말고! 직접 싸워나가야 해!" 그러므로, 사상이나 말보다는 어떻게 비전을 실천하며 힘껏 살아가느냐가 훨씬 더 중요하겠습니다. 흑인과 백인이 함께 링에서 싸우는 그림을 그려넣는 용기! 우리 역시 용기 내어 나만의 유리창에 멋진 꿈을 그려넣어 나가기를 응원합니다. 꿈꾸던 그 날을 위해 매일 꾸준히 노력도 해가면서 말이에요. 화이팅. / 2017. 04. 1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