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손잡고 더불어 리뷰

시북(허지수) 2017. 4. 12. 02:10

 

 저는 블로그 메인화면 상단을 책 표지로 장식할만큼, 책의 가치를 높게 생각합니다. 한 달에 두 번씩 도서관에 들려 마음껏 읽고 싶은 책들을 빌려오는 것이 인생의 멋진 즐거움 중 하나입니다. 그렇게 수중의 책들을 일하는 틈틈이 읽어내려갑니다. 그런데도 책 리뷰는 어쩐지 자꾸만 밀리게 됩니다. 올해만 해도 벌써, 한 다섯 권 정도의 이야기를 착착 써봐야 하는데요. 오래도록 글쓰기를 망설인 이유는 "내가 소화도 잘 못 시키는 주제에, 책 리뷰가 사람들에게 과연 유용했던가?" 에 대한 자책과 반성이 컸기 때문입니다. 이를테면, 영화야 내 맘대로 해석해보기가 한결 편했지만, 책은 함부로 글쓰기가 부담스러울 때가 많았습니다. 그런 상황에서, 신영복 선생님이 따뜻한 위로를 건넵니다.

 

 "나는 감옥에서 책 몇 권 읽고 나왔다, 뭐 이런 얘기를 단 한 번도 한 적이 없어요. 책이 중요하지 않고, 많이 읽는 것도 중요하지 않습니다. 자기의 삶 속에서 스스로 깨달을 수 있는 자기 재구성 능력이 훨씬 중요하지요. (중략) 절대로 많은 정보를 얻는다고 깨닫게 되는 게 아니거든요. 오히려 혼란만 더하지요. 그 많은 정보를 수직화해서 자기 것으로 만들고, 자기 인식을 심화시키면서 재구성 능력을 높여 가는 게 바로 공부이고 학습입니다.(p.341)" 그러므로, 한 권이라도 제대로 읽어가면서, 깊이 사색해 보는 태도가 얼마나 소중한지를 느꼈던 정말 귀중한 대목입니다.

 

 저자 : 신영복 / 출판사 : 돌베개

 출간 : 2017년 01월 02일 / 가격 : 15,000원 / 페이지 : 354쪽

 

 

 신영복 선생님의 글들은 한결같음이 느껴져서 시대의 은사 다웠다고 생각합니다. 제가 암기로 떠올릴 수 있는 대목들은 다음과 같습니다. 높이 나는 새는, 그 뼛속까지 비워낸다. 나침반은 항상 떨리고 있는데, 그 떨림을 멈추는 순간 고장이 난 것과 같다, 작은 기쁨이 때로는 커다란 슬픔을 견디는 힘이 되어준다, 감옥에서 햇살을 받을 때가 행복해서 자살하지 않을 수 있었다 같은 삶의 정수 같은 이야기들은 "투명하고 무게감"이 느껴져서 좋습니다. 정직하게 살고자 노력한, 시대의 지식인 신영복 선생님. 예기치 않게 암으로 떠나셔서 아직도 여전히 안타깝습니다. 그 분의 책 읽기 흔적을 되짚어 봅니다.

 

 "감옥에 있을 때, 결코 많은 책을 읽으려 하지 않았습니다. 일체의 실천이 배제된 조건 아래서 책을 읽기보다 차라리 책을 덮고 읽은 바를 되새기려고 했지요. 지식을 넓히기보다 생각을 높이려고 안간힘을 썼습니다.(p.343)" 읽은 바를 곱씹으면서, 생각 수준을 높이는 것, 인격을 쌓아가려는 태도가 삶에서 중요하다는 느낌을 받습니다. 그래서 감옥에서 첫 5년간은 사람들을 분석하는 태도로 살아가다가, 이후, 사람들의 입장을 마침내 공감하고, 아! 나도 저 사람들과 같은 처지였다면, 별 수 없었겠구나! 라는 깨달음으로 이어지는 대목이 정말 감동적이고 눈부십니다.

 

 한유의 성인은 무상사 이야기는 흥미롭습니다. 성인, 그러니까 깨달은 사람에게는 모든 게 다 스승이라는 말인데요. 사물의 부정적인 측면에서도 배우고 깨달을 수 있다는 이를테면 반면교사도 얼마든지 있다는 겁니다. 결론적으로, 공부란 이런 것이다 라는 관념을 걷어 내면 사람살이 모든 게 공부가 된다는 관점이 또한 멋집니다. 이로써 저는 자꾸 좋은 것만을 보려고 하는 욕심을 좀 가라앉힐 수 있게 됩니다. 마음 한 편에 여유를 얻게 됨이 이와 같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물론, 성인, 득도의 경지가 쉬운 길은 아니지만, 그래도 삶의 경지로서 참 아름답지 않습니까.

 

 청년 시절만은 잃지 말라는 신 선생님의 당부 말씀은 마음 깊이 명심하게 되었습니다. 구체적인 예가 등장합니다. 청년 시절 없이 자수성가해서 사회적으로 성공했다 하더라도 실패한 인생이라는 것입니다. "오히려 청년 시절이 나중에 인생의 세속적 성공과 연결이 되든 안 되든, 꿈과 이상을 불태운 청년 시절이 있는 사람과 없는 사람의 차이는 엄청난 겁니다.(p.331)" 라는 표현. 이제 저는 마지막 청년기를 보내고 있는 셈인데, 계획했던 이상을 마지막까지 불태워야 함을 재차 다짐하게 됩니다. 남들과 똑같은 길을 아무 고민 없이 걸어가기 보다는, 매일 즐겁게 노력해 보면서, 나만의 목표점을 향해 (할 수 있노라고) 자기와의 싸움을 이겨나간다면, 그 청춘 후회없을 것이라 다짐하게 됩니다.

 

 제가 제일 위로를 얻었던 순간을 공유하며 짧은 리뷰는 이만 마치도록 하겠습니다. "삶에서 겪는 고난의 긴 여정이, 매 발자국 그 순간 순간이 황금의 시간이라는 것입니다.(p.302)" 힘듬의 무게를 짊어질 지언정, 시간 알차게 보내기야 말로, 청춘의 여정에서 정말 중요한 것이라 결론내리게 됩니다. 나는 어떤 삶을 원하는 가를 스스로에게 묻고, 실천을 위해서 적극적으로 노력하는 청춘이 될 수 있기를 응원합니다. / 2017. 04.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