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히든 페이스 (The Hidden Face, 2011) 리뷰

시북(허지수) 2017. 4. 28. 05:06

 

 청불 수작 스릴러 영화 히든 페이스를 더욱 잘 감상하시려면, 몇 가지 주의점이 있습니다. 첫째, 예고편을 보지 않을 것, 둘째, 스토리라인을 굳이 먼저 읽지 않는 것이 좋습니다. 사랑에 관련된 심리스릴러로 생각하고 시청을 하면 그 색다른 전개방식에 매력을 느낄 것이라 생각합니다. 잔인하고 끔찍한 장면은 없으며, 목욕 등의 노출씬이 살짝 야한 느낌이 있습니다. 여배우 두 사람이 나오는데, 예쁘고 개성 있습니다. 파비아나 역할을 맡은 마르티나 가르시아양은 별명이 콜롬비아의 소피 마르소 라나...? 벨렌 역할을 맡은 여배우도 개성 있고, 연기를 잘 해내서 몰입감이 좋았습니다. 약 1시간 30분동안의 애정다툼을 감상할 수 있습니다.

 

 영화는 초반부터 남자 지휘자 아드리안의 연인, 벨렌이 갑자기 떠나가면서 시작되고 있습니다. 아우디를 타고 다니며, 젊고 잘 생겼으며, 성공적인 라이프를 누려가던 아드리안에게는 완전 마른하늘에 날벼락 같은 황당한 일이었습니다. 슬픔을 주체하지 못해서, 늦은 밤 주점으로 향합니다. 혼자 위스키를 마시면서도 눈물을 참지 못합니다. 주점 직원들에게는 우는 남자는 꼴불견이라고 찍히고, 영업 시간이 끝났는데도 만취 상태로 몸을 가누지도 못합니다. 애인 잃고 진상 부리는 남자가 되어버리니, 참 안타깝군요. (영화 안 보신 분들은 리뷰, 아래부터 안 보셔도 됩니다. 간단히 요약하면, 벨렌, 파비아나의 스릴러식 애정 삼각관계!) 영화 보신 분들을 위해 그럼 계속 느낀 점을 남겨놓겠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술집에서 파비아나 라는 미모의 여성을 만나는데, 그녀의 호의에 힘입어 아드리안은 마음을 조금은 달랠 수 있었습니다. 아드리안은 자신이 지휘자라는 것을 자랑스럽게 밝히며, 술도 안 먹고 훨씬 안정적이고 멋있는 모습을 보여줍니다. 파비아나는 자꾸 웃음이 나고, 훈남인 그에게 끌리게 되는데요. 뭐... 아직도 기억하는 드라마 대사가 있습니다. 남자의 3대 로망은, 대통령, 군대사령관, 마에스트로(명지휘자) 라고 하지요. 정갈한 모습으로 갖춰 입고, 차분하게 일에 열중하는 아드리안은 남친으로는 매우 호감을 살 만한 인물이 아니겠어요. 그리하여, 이 뜨거운 젊은 남녀는 사라진 벨렌과의 결별이 얼마 되었다고, 새로운 연인관계가 되었습니다.

 

 아드리안이 거주하는 저택에서 지내게 된 파비아나, 집은 넓고, 한스라는 커다란 개가 반겨주고 있네요. 그런데 이 집 뭔가가 이상하다는 느낌을 직감적으로 받습니다. 갑자기 불이 꺼질 때도 있고, 자세히 보니까, 목욕을 할 때 잔잔하게 물에 파동이 생깁니다. 지진도 아닌데 말이지요. 더욱이 욕조의 뜨거운 물이 제멋대로 나오는 바람에 가벼운 화상까지 입었습니다. 파비아나는 소리칩니다. 아드리안 함께 있어줘, 이 집 무서워, 귀신이 사는 것만 같아.

 

 영화는 중반부터 대반전을 그리며 급박하게 이야기를 다른 관점에서 들려주기 시작합니다. 거울 속으로 쭈~욱 클로즈 업이 잡히더니, 방 안에 갇혀서 심하게 절규하고 있는 벨렌의 모습이 등장한 것이에요. 심장 약한 사람은 마음이 쫄깃한 깜짝 놀랄 반전입니다. 벨렌은 특수한 공간 안에 갇혀서 아드리안-파비아나 커플의 사생활을 그대로 지켜보고 있었다는 겁니다. 갇힌 그녀, 벨렌의 속사정으로 영화는 친절하게 안내해 줍니다.

 

 벨렌은 이 집을 임대하게 된, 주인 할머니로부터 비밀을 전해듣습니다. 비밀공간이 만들어져 있으니, 당시 남자친구인 아드리안의 애정을 시험해보고 싶으면, 그 공간에 들어가서 지켜보라는 것입니다. 정말 잘 되었다 싶어서 벨렌은 매우 황급히 이 대담한 프로젝트를 시행하는데요. 마지막에 너무 비극적인 실수를 합니다. 비밀공간의 열쇠를 실수로 바닥에 떨어뜨렸고, 그래서 밀폐공간에 갇혀버렸다는 거에요. 남자친구 아드리안이 구해줘야 낭만적인 전개가 될터인데, 아드리안은 불과 며칠만에 예쁜 딴 여자 데려와 안고 있으니... 남자는 믿을 게 못 되는 걸까요.

 

 그러나 영화는 매우 매력적인 결말을 보여줍니다. 사랑을 믿지 못하고 시험했었던 자신에게도 잘못이 있는 듯, 벨렌은 아드리안에게 굳이 아무런 말을 하지 않고서, 단지 멀리 떠나서 바닷가로 갑니다. 그리고 손으로 모래를 천천히 움켜지고 있습니다. 모래는 천천히 손 안에서 사라질 뿐이었지요. 한 때의 절대적일 것 같았던 달콤한 사랑 역시 이 모래처럼 다 빠져나갈 수 있음을 받아들인 게 아닐까 싶습니다. 정말 매우 아픈 교훈이지요. 사랑을 함부로 시험하지 말지니! 지금 사랑하는 사람을 믿고, 소중히 여기는 것이 선택할 수 있는 최선임을 알려주고 있네요.

 

 파비아나의 관점은 이색적입니다. 그녀는 벨렌이 갇혀 있는 것을 가장 먼저 알아차렸지만, 정작 벨렌을 구해주는 데는 소홀했습니다. 아드리안을 사랑하게 되었고, 포기할 수 없었고, 무엇보다 그녀 역시도 사랑의 삼각관계가 되면 불안하지 않았을까요. 파비아나 처럼, 예쁘다고 해서 모든 게 다 용서되는 건 아닐테지요. 조금 나쁜 아가씨임은 분명합니다만, 열린(?) 결말에서 아드리안이 눈치가 있다면, 파비아나를 위해 힘써주는 선택이 되기를 저는 희망합니다.

 

 그러므로 솔직히 마무리 해본다면 모든 등장인물들이 약점이 있어서, 오히려 인간적이었습니다. 괜한 의심병으로 남친 잃은 벨렌, 도와달라는 간절함 외면한 파비아나, 너무 빠른 작업속도 아드리안. 다만 영화에서는 이제 아드리안이 오케스트라 단원과는 더 만나지 않기로 결심하는 대목에서, 파비아나로 연인을 결심하고, 마음을 다 잡는 것 같아서 다행입니다. 문어발식 다 좋아 연애는 안 된다는 거에요. 사랑하는 사람 가지고 (괜히 의심한다든지) 실험하는 것은 가히 심한 비극을 낳는다는 것을 멋지게 알려준 작품이라, 기억에 한참 남을 것 같습니다. 연인에게, 가족에게, 친구에게, 항상 있을 때 잘하기를 잊지 않겠습니다. / 2017. 04. 28.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