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킬러의 보디가드 (The Hitman's Bodyguard,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7. 9. 12. 03:11

 

 솔직히 말하자면, 별로 기대하지 않았던 작품입니다. 토요일날 친구가 입소문을 듣고서는, 보러 갈 지 의논하게 되었고, 일요일날 저녁시간에 영화관에서 직관하게 되었지요. 예상보다 영화관에 사람이 많아서 조금 놀라기도 했습니다. 영화 마지막에는 숨겨진 쿠키 영상이 있다고 하는데, 그리 대단한 영상은 아니었습니다. 그냥 가벼운 에피소드를 피식하고 웃으며 볼 수 있는 정도. 킬러의 보디가드는 신나고 속도감 좋은 작품이며, 적당히 웃겨주는 개그가 들어 있습니다. 두 배우의 호흡이 즐거운 작품이지요.

 

 편하게 볼 수 있는 오락영화로 접근하면 2시간이 재밌습니다. 총탄이 튀고, 사람이 죽는 장면이 좀 많은 편이긴 하지만요. 브라이스는 특급 경호 요원으로 성공가도를 달리고 있습니다. 완벽한 경호 실력으로 의뢰인들을 지켜주고 있는데요. 아뿔싸! 영화 시작부터 커다란 미스를 범하고 맙니다. 세상 일이라는 게 자기 뜻대로 풀리지 않을 때가 있기 마련이지요. 의뢰인 사망. 시간은 순식간에, 2년이 흐르고 말았습니다.

 

 ※이 리뷰는 영화 본편에 대한 누설이 가득 담겨 있으므로 아직 영화를 보시지 않은 분은 반드시 주의하세요!

 

 

 한 번의 치명적인 실패 때문에, 좀처럼 원래의 위치로 돌아가지 못하는 브라이스. 그 와중에 마침내 찬스가 찾아옵니다. 킨케이드라는 킬러를, 네덜란드 암스테르담까지 인도해달라는 거에요. 킨케이드가 꽤나 매력적인 인물로 그려지고 있습니다. 친아버지는 목사였는데, 그는 교회에 있다가 목사가 살해당하는 장면을 목격합니다. 성경에는 원수를 용서하라고 권하고 있지만, 그는 복수를 선택하지요. 이미 10대 였을 때부터, 그는 살인을 경험합니다. 그리고, 자신의 행위에 굳이 정당성을 부여하고 있습니다. 브라이스에게 뼈있는 농담을 던질 때가 있습니다. 너는 돈만 받으면 나쁜 인간들을 경호해 주는거 아니냐고? 그러니 킬러인 나를 나쁜 놈으로만 몰아붙이지 말라는 거에요.

 

 진짜 악당은 두코비치 라는 괴물입니다. 그는 자신을 비판했다는 이유만으로 여자와 아이를 죽이고, 많은 무고한 사람들을 청소해버리는 최악의 악당입니다. 그런 두코비치가 지금 국제재판에서 증거부족으로 무죄를 받기 직전에 있습니다. 이 유럽 최후의 독재자에게 확실한 한 방을 날릴 카드를, 킨케이드가 쥐고 있다는 거죠! 그러니 브라이스는 킬러의 보디가드로 역할을 잘 수행해야 합니다.

 

 그래도 브라이스 정예 요원으로 머리도 잘 쓰고, 실력을 뽐내줍니다. 자동차를 선별해서, 시동을 켜는 것 정도야 기본입니다. 그런데, 킨케이드는 더 빠릅니다. 쾅하고 차 유리창을 무려 손으로 박살내더니, 곧장 차를 훔쳐냅니다. 손에 피가 또 난다며 능청스럽네요. 하지만 20세기 아재 같습니다. 적의 휴대폰을 그대로 들고 다니는 무리수를 감행하다가 GPS 추적을 고스란히 당하고 맙니다.

 

 적들은 귀신같이 추격해 옵니다. 기껏 전략을 세우고, 열심히 도주계획을 실행하고 있는 브라이스는 짜증이 확 올라옵니다. 그러나 어쩌겠어요, 이미 미운 정이 다 들었나봐요. 하나, 둘, 셋, 합을 맞춰서 이 위기를 극복해야 하는데, 이번에도 총 쏘는 건 정말 킨케이드 빠릅니다. 두 사람 찰떡 호흡에 적들이 박살나는 것의 연속 입니다. 그런 의미에서 무척 시원한 영화라 하겠습니다.

 

 또 하나의 영화 속 포인트는 뜻밖에 "사랑하며 살자" 입니다. 킨케이드가 사랑에 빠졌던 이야기가 코믹하면서도 진지하게 담겨 있고, 또 사랑은 발바닥으로 하는 것임을 몸소 보여주는 모습은 흔해 보이지만, 얼마든지 감동이 될 수 있습니다. 그의 연애 코치에 감명을 받게 된, 브라이스는 조언에 따라 전화를 통해 루셀양에게 마음을 전달하려고 하는데, 적들이 자꾸만 나타나 공격을 해대니 쉽지가 않네요. 안전벨트 깜빡 잊고 안 했다가 자동차에서 튕겨 나오는 씬은 말그대로 유쾌한 웃음 폭탄이었습니다.

 

 킨케이드의 가는 길은, 브라이스가 지켜주고요. 브라이스가 오토바이로 실력발휘 하다가 붙잡히게 되자, 이번에는 킨케이드가 등장해서 적들을 처리해 버립니다. 척척 맞춰서 네덜란드 국제 재판소로 향하는 두 사람. 막을 자는 아무도 없었다! 그리고 악당 두코비치 역시 최후를 맞이합니다. 이 추악한 독재자야 사람 잘못 건드렸어! 롤러코스터를 타는 듯한 빠른 전개의 영화 였습니다. 망설임과 고민은 없습니다. 악당이 마지막 대사를 할 틈도, 살려달라고 빌 틈도 없었군요.

 

 매우 늦은 시간 - 깨어서, 후지와라 신야의 저서를 읽고 있는 중 입니다. "꼭 균형이 잡힌 대칭만 예쁘다고는 할 수 없지요. 때로 평범한 인생보다 흐트러진 인생이 훨씬 아름다운 것처럼 말입니다." 킨케이드는 너무 흐트러졌다고 말할 수 있겠지요. 하지만 그런 비정한 킬러의 삶에서, 그만이 할 수 있는 일이 있었네요. 마찬가지로 브라이스도 실패를 경험했기 때문에 특별한 일을 맡을 수 있었습니다. 자신의 일에서 쉽게 좌절해서는 안 된다고 생각합니다. 오늘 역시 주어진 일들을 힘껏 응원합니다! / 2017. 09. 1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