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혜윤 작가님의 신간, 이 만남은 제게는 무척 가슴 설레는 일입니다. 서문에서 작가님은 삶의 괴로움을 언급해요. "저는 하루 종일 방송 하고 퇴근하면 또 기사를 쓰는 바쁜 나날을 보내고 있어요. 아름다움이란 단어를 말하자마자 벌써 너무 많은 이미지들이 떠오르는걸요..." 저는 그 아름다움을 정혜윤 작가님을 통해 또 다시 배울 수 있어서 어린아이 처럼 기뻤고, 가슴 속에 잘 간직해두기 위하여, 리뷰를 쓰고 있습니다.
제게 다가온 첫 질문은 아주 아주 소중해요. "그런데 나는 뭘 쓰지, 왜 써야 하지? 내가 쓸 이유가 하나라도 있는 걸까? 정말로 뭔가를 쓴다면 쓸 수 밖에 없는 이유가 있어야 하는 것 아닐까? 그 대답을 알게 된다면 얼마나 좋을까요? 하지만, 그만큼 좋은 것이 그냥 주어질 리가 있겠어요?(41페이지)"
저는 좋은 것을 잘 반사하고 싶어서 리뷰를 써요. 기억하기 위해서 쓰기도 하고요. 아픔과 슬픔, 그리고 미숙함이 묻어 있는 과거를 긍정해 나가기 위해서 글을 씁니다. 삶은 완벽한 게 좋은 것이 결코 아니었어요. 글도 마찬가지라 생각합니다. 조금 고급진 표현으로는, 빈틈이 있고, 상처가 있으나, 그 틈 사이로 들어오는 것은 오히려 빛이라는 반전을 떠올립니다. 훌륭한 내용들은 사실 좋은 책들에 담겨 있으니, 단지 때를 따라 계속 쓰고, 부딪히고, 또한 열심히 읽는 것이 꿈입니다.
저자 : 정혜윤 / 출판사 : 로고폴리스
출간 : 2017년 06월 23일 / 가격 : 13,800원 / 페이지 : 336쪽
작가님 특유의 재밌고 진솔한 표현들이 저는 너무 좋습니다. "플라톤도 절대적으로 신뢰할 만한 것은 수학이라고 했고 고대 사람들은 천문학에 매료되었었어요. 천체들이 그리는 궤도가 규칙적이니까요. 자연에 그런 규칙들이 있다는 것이 너무나 신비로워요. / 나 자신에게 아주 좋은 것을 얻으려면 무엇을 해야 할까요? 나 자신에게 아주 좋은 일이 일어나게 하려면요? 사실상 뭔가를 계속 해보는 것 외에는 도리가 없을 수도 있어요. 특히 내면 저 아래, 밑바닥에 있는 믿음이 아주 큰 역할을 해요.(42페이지)" 아주 좋은 일에 비밀이 있다면, 계속 무엇인가를 믿고 때론 의심하고, 그럼에도 또 다시 믿으며 계속 해나갈 때, 우연처럼 혹은 운명처럼 멋진 일을 만나게 되지 않을까 생각합니다.
헨리 밀러에게 열렬한 지지를 보내는 이 글은 주옥 같습니다. 재차 강조합니다. 주옥. 단어 뜻 그대로 아름답고 귀중한 것입니다. "사람들은 각자 자신의 것이 아닌 삶의 방식에 맞서 일어서야 한다. 삶은 우리에게 더 큰 것, 즉 정신, 영혼, 지성, 선의를 내놓으라고 요구한다.(53페이지)" 우리는 이 요구들 앞에 대담하게 예라고 이야기 할 수 있나요? 또한 자신의 것을 깨우쳐 그 삶 속으로 뛰어들어갈 수 있을까요? 자신의 삶을 형편없다고 바라보는 편견에 이제는 아니오라고 말해줍시다. 나는 얼마든지 괜찮은 사람이라고 스스로를 격려합시다. 용기 있게 자신의 꿈 속으로 걸어 들어가기를! 사람들이 또 넘어졌다며 키득키득 비웃더라도, 또 다시 일어나면 그만이죠!
눈부시게 아름다운 구절들, 마음에 간직하며 보물처럼 여기고 싶은 내용들. "하지만 그 서러운 마음 위엔 저렇게 별의 궤도가 있는 거예요. 옥신각신 우스꽝스러운 우리의 다툼 위에, 제멋대로 주어지는 무의미 위에, 저렇게 엄격하게 질서를 지키면서 운행하는 빛이 있는 거예요. 우리의 휘청거리는 마음이 균형을 잡고, 길을 잃지 않도록.(70페이지)"
다투는 날이 있어요. 그럴 때는 속상하죠. 살다보면 낙담하거나 서러울 때도 반드시 찾아와요. 하지만 빛은 여전히 반짝이고 있다는 것을 생각하면서 이렇게 힘을 얻을 수 있어요. 성실한 삶, 질서 있는 삶이 결코 나쁜 것이 아니라는 생각을 해봐요. 어려움에 삶이 휘청거리더라도, 슬픔의 파도 앞에 하염없이 좌절해 이제껏 주저 앉아 있었다 하더라도, 이제부터는 다르게 선택을 해보며, 계속 가봐요. 할 수 있을꺼에요. 분명.
"할아버지, 제 능력 이상으로 해봤습니다.(143페이지)" 저는 올해의 목표를 이 것으로 정했습니다. 능력이상으로 해보기. 도전하기. 얼마나 힘든 길이 될지 두려움은 계속 몰려오지만, 그래도 해보자, 그래도 해보자! 라고 스스로를 다정하게 달래고 있습니다.
"삶은 한 번이라는 것, 세상은 영원히 변화 중이라는 것, 덧없음을 알고서도 포기하지 말아야 한다는 것, 그 진실이 불멸이야(190페이지)" 최근에 유행하는 욜로 문화와는 조금은 다른 느낌의 문장입니다. 한 번의 젊음 어떻게 보낼 것인가? 라는 질문과 오히려 유사하지 않을까 생각해요. 덧없는 일들은 참 많아요. 한국에 있는 많고 많은 블로그, 거기다 제가 글 하나 더 보탠다고 해서, 달라지는 것은 아무 것도 없을지 몰라요. 그러나 기적처럼 누군가가 찾아오고, 누군가가 글을 읽고 있다는 것을 믿기에, 신념처럼 지키고 있는 가치. 즉, 노력하는 블로그가 되어야 한다고 다짐하게 됩니다.
"월급 타면 굴 먹으러 가자. 힘들면 연락해. 너에겐 내가 있잖아. 돌아올 때 맛있는 것 사올께. 이런 약속들은 사랑으로 세상과 마주 서게 해요. 이런 약속들은 사람들을 바꾸는 힘을 가지고 있어요.(201페이지)" 약속이야말로 정말 소중한 단어임을 깨닫게 해주는 좋은 구절이었어요. 우리는 가까운 사람들에게 표현해야 해요. 감사해야 해요. 더 적극적으로 말이에요. 내가 타인을 아끼고, 타인이 나를 아낄 때, 그 관계 속에는 아름다움이라는 꽃이 피어난다고 믿습니다.
마지막 대목은 307페이지 36번째 편지 제목에서 가져옵니다. "길 같지도 않은 좁은 길을 계속 가봐요. 삶의 많은 신비로운 일들이 한때 버렸던 꿈과 희망을 다시 주워들면서 시작된다고 하지요. 우리, 좀더 길을 돌아가봐요. 우리의 꿈은 진실보다도, 현실보다도, 나 자신보다도 클 수 있어요. 꿈속에서 우리는 덧없다는 것을 알고서도 인생 전부를 걸 수 있어요. 꿈속에서 우리의 작은 행동도, 하루도 중요하지 않은 것이 없어요. 그 꿈의 영향 아래 살아볼 수 있어요. 내기를 한다면 기왕이면 꿈에 걸어볼 수 있어요." 이 정도로 저의 반사능력을 마쳐야 겠습니다. 바쁜 생활 중에서, 귀중한 에세이 책을 발행해주어 정혜윤 작가님께 참 감사한 마음입니다. / 2018. 01. 19.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