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기타

#2 작은 소원이 내일을 만들어 (러브라이브1기)

시북(허지수) 2019. 10. 21. 21:00

 

 생각했던 것을 부딪혀 보면, 당황스럽기도 하고, 곤란할 때도 있고, 난처한 마음이 들 때가 있다. 다르니까. 많이 다르니까... 헤쳐나가기가 어렵기 때문에, 도중에 포기하게 되는 경우는 사실 얼마나 많은가. 학생회장 아야세 에리의 말처럼, 현실을 직시하고, 쉬운 문제가 아니었음을 깨닫는 감각은 몹시 중요하다. 개인적으로 몹시 좋은 책이라고 생각하는 (재차 꼼꼼히 읽어봐야 겠다는 생각도 한 번씩 드는) 콰이어트만 해도 그렇다. 저자는 책을 써보기로 결심했지만, 2년이나 걸린 것이 출판사에서 수정을 요구당했고, 결국 보완을 거듭해서 무려 7년의 세월을 꼬박 투자해서 한 권의 빛나는 책이 나온 것으로 나는 알고 있다. 이와 마찬가지로, 겉으로 보기에는 예쁘거나 멋있기만 하는 아이돌 활동.

 

 그러나 우미의 일침처럼, 기본체력이 받쳐줘야 함은 물론이고, 노래도 준비해야 하고, 안무도 꾸준히 연습해야 한다. 대체로, 0에서 1을 향해가는 것은 그 시작이 무척 힘든 과정이다. 러브라이브 1기 2화의 재미 포인트 중에 하나는 웃으면서 팔굽혀펴기를 할 수 있냐의 대목. 피아노 소녀 마키에게 아이돌 활동 역시 많은 땀과 정성이 들어가는 것임을, 선배가 참교육을 통해 몸으로 깨닫게 해주는 게 내심 흐뭇하다.

 

 포기하지 않고, 끝까지 도전하는 태도는 계속되고, 심지어 노래 가사로 응원된다. 포기하지 않으면 그 날이 꼭 온다는 것이다. 나도 여기서 주저앉지 않고, 매일 근성을 걸고, 키보드와 가깝게 지내다보면 꿈꾸던 그 날을 반드시 맞이할 것이다. 물론 행복의 비밀은, 거기까지 가는 과정에도 작은 보람들이 듬뿍 담겨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중년이 되어서도 사실 꿈이라든자 목표라든가, 소원 같은게 중요하다고 한다. 그리고 임상을 살펴보면, 대체로 중년들이 답을 잘 못한다고 한다. 그럴 때 풀어나갈 열쇠로서 선택할 수 있는 것이, 바로 작은 소원이라고 생각한다. 거창하지 않은 작은 소원들 말이다. 구체적으로는, 비만이 성인병의 주요 위험신호니까 한해 동안 살 5kg 빼기, 취미생활이 우울증 예방에도 도움이 되니까 매달 영화 한 편은 보기, 같은 소박함. 뭐, 내 경우라면 매주 애니 한 편 보기 같은 걸로 바꿔치기도 가능하겠다. 혹은 매 달 책 한 권 읽기도 괜찮겠고. 이렇듯 찾아보면 인생을 더 즐겁게 혹은 건강하게 하기 위한 방법은 얼마든지 있다. 관건은 백마디 좋은 가치를 알고 있는가 보다는, 하나씩이라도 실현하면서 살아가느냐가 아닐까.

 

 오프라 윈프리 식으로 말하면, "나 자신에게 찬성표를 던질 수 있어야 한다" 라고 쎄게 나왔는데. 자신의 작은 소원을 향한 작은 실천. 그것이 누적되어가면, 훨씬 더 자기 자신을 긍정적으로 바라볼 수 있게 되고, 그런 선순환 속에서, 여전히 사람은 나이가 들어감에도 멋진 중년, 즐거운 중년이 될 수 있다 생각한다. 나는 이미 애니보는 나 자신에게 쎄게 찬성하기로 했다. 이것 역시 말하자면 작은 소원이었으니까. 밥벌어 노동하며 산다는 것은 고단함의 연속이지만, 자신에게 솔직하기 위해서 노력하는 지금이 나는 참 좋은, 그런 어느 가을 날이다. (*여담이지만, 하필 오늘은 에리의 생일이기도 하고, 스쿠페스에서 단챠로 SSR을 뽑는 엄청난 행운도 함께 받았다.)

 

 소망을 마주 보며 산다는 것. 어렵더라도 포기하지 않는다는 것. 그래서 마침내 이룬다는 것. 그 날이 올테니, 또 일어나자. / 2019. 10. 21.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