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영화

킹 아서: 제왕의 검 (King Arthur: Legend of the Sword, 2017) 리뷰

시북(허지수) 2019. 10. 31. 18:48

 

 영화 본편 내용이 담겨 있으므로, 안 보신 분은 뒤로가기 하셔도 좋습니다. 블록버스터 영화이고 제작비가 많고 스케일이 큰 영화였다. 오전에 어머니와 병원을 다녀온 후, 킬링 타임용으로 시청했는데, 크게 명작 느낌은 없지만, 그렇다고 나쁜 영화도 아니었다. 케이블로 뭐 이정도 영화를 볼 수 있었으니 역시 내 코멘트는 OCN 땡큐! 병시중 생활에 영화 한 편씩 보는 것은 정말 대단한 위로가 되는구나 싶었다.

 

 사람은 누구나 운명의 왕관을 쓰고 있는거 같다는 생각도 든다. 셰익스피어가 언급한 유명한 대사도 떠오른다. "왕관을 쓰려는 자 그 무게를 견뎌라" 보다 나은 삶을 살아가기 위해서도 노력해야 하고, 그것이 결코 가벼운 일이 아님을 아프지만 받아들여야 한다. 킹이라니! 얼마나 멋지고 위엄 있는 말인가.

 

 그러나 아서는 감당하기가 너무 힘들어서 아예 엑스칼리버를 냅다 던져버리는 한 컷이 매우 인상에 남는다. 나도 너무나 부끄럽지만, 어머님의 간병을 포기하려고 마음 먹은 적이 있었다. 어머님이 밉고, 싫었던 적이 있었다. 그러나, 운명을 사랑하라는 말처럼, 내 위치에서 할 수 있는 최선이 무엇인지 다시 고민하기 시작했고. 답이 없지만 그래도 살아가고 받아들여야 함을 어렵게 배워가는 중이다.

 

 권력의 무서움을 너무나 보기 좋게 알 수 있는 영화이기도 하다. 악역 보티건 왕은 자신의 욕심을 위해서, 사랑하는 사람을 그것도 두 명이나 제물로 보내는 끔찍한 만행을 선택한다. 과연 그가 행복했을까. 극중 대사로는 왕이자 부자인 보티건이지만, 관계 면에서는 최악이라고 쓸 수 있다. 반면 아서 주변에는 참 좋은 사람들이 함께 하고 있다. 도망치라고 아무리 외쳐도, 죽음까지도 각오하면서 아서 왕을 위해서 싸워주는 사람들이 있다. 홀로 고독한 악과 인간 관계의 선이 알기 쉽고 납득하기 좋게 그려지고 있어서 권선징악의 영화로도 좋은 점수를 줄 수 있다.

 

 해외 리뷰에서 언급한 아쉬운 요소로서는 역시 무난하고 뻔한 스토리라는 점이 장점이자 단점이 되어오는 것 같다. 그러고보면 영화를 만드는 입장에서는 이 점이 참 힘든 지점이 아닐까 싶다. 너무 난해하게 쓰면 또 욕먹고, 너무 쉽게 진행해가면 지루해하고, 두 시간을 박진감 있게 끝까지 끌고 가는 게 쉬운 일이 아닌거 같다. 아무튼, 나 개인적으로는 아서의 칼을 둘러싼 진한 갈등, 운명을 받아들이기가 누구나 어려움을 말해주는 장면이 있었기에 즐거웠다. 오히려 자신의 운명을 당당히 받아들이고나자, 이후 모든 것이 술술 풀리는 장면이 반전이랄까? 인생 역시도 자신과 너무 싸우지 말고, 마주 해야 하는 일을 마침내 해나갈 때, 좋은 일들이 맞은 편에서 다가오고 있는게 아닐까.

 

 리뷰를 괜히 길게 쓰기와는 작별했다. 마치며, 우리의 일생 앞에서 운명의 검을 발견했을 때, 그것이 잔혹할지라도, 진지하게 바라볼 힘을 저마다가 갖출 수 있기를. / 2019. 10. 31.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