제 영화 리뷰에는 본편이야기가 담겨 있으므로, 안 보신 분은 뒤로가기 누르셔도 좋습니다!
극장에서 본 영화를, TV에서 해주길래 기대를 하면서 보았으나... 채널CGV에게 상당히 미안하게도, 그만 도중에 잠들고 말았다. 민망하다. 새벽 두시까지 버티기가 어디 쉬운가! 그래서 다음 날 오후 컨디션을 회복한 후에, 1,400원 유플러스 앱으로 결제해서 본격적으로 다시 시청! 역시 굉장한 영화다 싶다. 인상적인 대목 몇 가지를 되감아 본다.
1. 꼬마 아이도 할 수 있는데, 우리가 못할 게 뭐람!
감옥이야기가 옛날에도 인상깊었고, 다시 봐도 제일 기억에 남는다. 그리고 그 때는 계속 노력해서 성공했다고 알고만 있었는데, 한 걸음 더 깊이 들어가서 집중해 보니까 다른 관점이 열린다. 그것은 바로 밧줄을 감지 않고, 목숨 걸고 뛰었다는 점에서 그렇다. 이번 밖에 없다는 절박함은 사람에게 엄청난 힘이 되어주는 것일까? 그렇게 바라본다면, 오늘은 어떠한가. 오늘은 이번 밖에 없지 않은가...
어린 아이들은 에너지가 넘쳐흐르는 것처럼 보이는데, 그 비결은 과거와 미래에 대해서 생각하지 않기 때문이라는 정신분석이 있다. 현재에만 집중하니까 에너지가 샘솟는것이다. 그래서 두뇌가 커져버린 우리는 과거를 후회하느라, 또는 미래를 걱정하느라 그렇게 인생을 낭비하고 있는지도 모른다. 그 낭비와 허무에서 탈출하자는 것이다. 오늘을 살아보자는 것이다. 게다가 아래에서 응원해주는 이들도 있지 않던가.
2. 진실을 숨기고 살아갈 수는 없다.
누구나 감추고 싶은 진실이 있기 마련이다. 실수한 흔적도 있기 마련이다. 그러나 완벽은 인간의 덕목이 아니라고 생각한다. 빈틈이 있는 인간적인 삶이 되고, 약점이 있더라도 껴안고 살아가면서, 자신을 사랑한다는 그 기본을 지켜보려고 노력해야지!
완벽한 법치로 세상을 구원할 수 없다. 그 가혹한 진실 앞에 선다면, 도덕적인 모범이 되는 삶 역시 훌륭한 것이 아닌가 싶다. 특히나 오늘날 처럼 도덕이 완벽하게 무너져 있는 괴상한 세계 앞에서는 말이다. 물론, 도덕적인 완벽을 추구하라는 것이 아니다. 불륜을 로맨스로 미화하지 말자는 의미로 쓴다. 잘못된 행동에다가 합리화나 변명을 갖다붙이면, 꼴불견이 되지 않을까?
3. 사람에게 높은 기대치를 걸지 않아도 좋다.
셀리나 카일과의 마지막 장면은 참 예쁘다. 앤 해서웨이가 원래 예쁘기도 하고... 한 번 나에게 배신이라는 쓴 맛을 준 여자에게, 또 다시 기회를 주는 주인공의 행동을 어떻게 봐야할지 모르겠다. 용서의 개념이었을까... 아니면 그녀를 구원해주고 싶었던걸까... 혹시 단순하게 말해 누구라도 좀 고담시티의 멸망을 도와달라고 간청했어야만 했을까.
배트맨은 너무 영웅적이라서, 또 어리석어 보여서.... 그 기준이 너무 높다. 오히려 셀리나의 명대사 처럼, 살인하지 말라고? 나는 그 말에 반대일세. 라고 지적하는 대목은 매우 아이러니다. 약한 법으로 범죄자들이 날뛴다는 건데.... 죽일 놈은 내가 죽인다는 건데... 현대에도 그 단순함이 매력으로 느껴질 때가 있다.
물론 영화의 세계처럼 악인이 분명하면 그래도 좋겠지만, 우리의 현실 세계에서는, 때때로 범죄에서 순수한 악만 개입되지 않고, 복잡할 때 역시 많지 않은가. 그래서 나는 사형제도에 반대해 왔지만... 내 고집스러운 기준이 잘못되어 있는지도 모른다. 아예 미국처럼 초강경하게 죽일 놈 쏴 죽여가면서 법에 힘을 부여해주는게 더 건강한 세계를 만드는걸까. 젊을 때는 신념이 튼튼한 걸 자랑으로 여겨왔는데, 중년이 되어가니 신념보다는, 단순히 용기 없음을 극복하는데 더욱 집중하게 된다. 튼튼한 신념이 위험할 수 있고, 흔들리면서 피는 꽃이 아름다울 수 있음을 알아간다. 그런 관점에서 셀리나 카일은, 두 번째의 기회 때 흔들려 했고, 그 흔들림으로 인해서 배트맨과 손을 잡는 명장면이 탄생한다고 생각한다. 결론은, 인생 좀 흔들려봐도 괜찮다는 것이지.
리뷰 길게 쓰면, 동호회 분들이 싫어하니까, 오늘은 여기까지. 고난은 인간을 변화시킨다고 하는데... 그것이 깊어지는 숙성이었으면 좋겠다. / 2019. 11. 22. 리뷰어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