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4 살아야 하는 이유 (2012) 리뷰

시북(허지수) 2020. 5. 6. 08:52

 

 도시를 걷다보면, 육교에 크게 캠페인이 걸려 있는 것을 봅니다. 책을 읽읍시다, 한 달에 한 권 책을 읽읍시다. 그래서 예전에 보았던 좋은 책을 다시 읽고 있습니다. 강상중 선생님의 살아야 하는 이유를 읽어보며, 마음 가는대로 사는 인생도 나쁘지 않구나를 새삼 깨닫게 되어서 무척 홀가분 합니다. 주변에서 떠들썩하게 들리는 이야기 보다 더 중요한 것들이 있습니다. 그럼 인간의 진가에 대해 함께 살펴볼까요.

 

 첫째, 창조하는 것입니다. 예술 뿐만 아니라, 기술 개발, 상품이나 서비스의 창조, 뭔가 업적을 쌓는 것도 해당됩니다. 그러나 꼭 창조를 해야만 훌륭한 사람이라고 불리는 건 아닙니다. 왜냐하면, 인간의 진가는 두 개 더 있으니까요. 계속해서,

 

 둘째, 경험하는 것입니다. 뭔가 아르바이트를 해보고, 낯선 나라를 여행해 보고, 뭔가를 배우는 모임에 가입해 보고, 자원봉사 활동을 해보는 것입니다. 해보지 않는 것보다는 훨씬 나은 삶이며, 경험만으로도 인생에 무게가 더해지는 것입니다. 제 경우 이제 마흔이 다가왔지만, 무엇인가를 배우는 것, 무엇인가를 체험한다는 것에 더 적극적으로 나서기로 마음을 정합니다. 물론, 이 또한 너무 부담을 가질 필요는 없습니다. 관심이 가거나 좋아하는 것을 배우고, 실행하면 됩니다. 예컨대 "영화 혹은 드라마를 좋아하니까 넷플릭스 등을 결제해서 매주 본다. 책을 좋아하니까 매달 서점에 들린다. 음악을 좋아하니까 라디오를 듣는다." 이러한 작지만 귀중한 실험정신이 삶을 무겁게 해줘서, (그럼에도) 나는 사는 게 재밌다 라고 말하게끔 해준다고 생각합니다.

 

 셋째, 저자 강상중 선생님이 특별히 강조한 지점인데, 바로 태도입니다. 사람은 실로 대단한 모습을 갖추고 있는데, 죽음을 앞두고 있으면서도 여전히 타인을 배려하는 마음을 가질 수 있습니다. 톨스토이의 소설 "이반 일리치의 죽음"이 태도의 사례로 나옵니다. 그는 재판관이지만, 병이 나서 가족을 원망하는 태도를 가지고 있다가 - 죽기 직전 태도를 고쳐서, 가족에게 배려의 마음문을 엽니다.

 

 인터넷 세계에서는 사람은 고쳐쓰는 게 아니라는 글들이 많이 발견된다지만, 일리치의 경우를 살펴보았듯이, 인간의 인생은 최후의 최후까지 좋은 것으로 바뀔 수 있는 가능성을 갖고 있다는 점이 인상적입니다. 한 가지 더, 그 사람만의 둘도 없는 인생을 살고 있다는 점도 함께 생각해 볼 수 있습니다.

 

 태도는 우리가 언제든 실현할 수 있다는 점에서 오히려 어렵습니다. 죽음 직전 누워만 있던 상황에서도 어떻게 타인을 대할 것인가는 선택할 수 있습니다. 바로 오늘, 우리가 사랑하는 사람들에게 더 다정하고, 더 따뜻한 태도를 보여줄 수 있기를 바라봅니다. 감사하는 마음을 담는 것도 아주 좋겠습니다.

 

 인생을 소중히 한다는 것에 대하여 강상중 선생님은 "좋은 과거를 만들자" 라고 했습니다. 다른 말로 하자면 지금을 소중히 하며 살아서 좋은 과거를 만드는 것입니다. 도스토옙스키 식으로 말한다면, 추억을 많이 간직한 사람은 한평생 구원이 되어줍니다. 추억 만들기, 삶이 비록 우리를 피곤하게 만들지라도, 추억 만들기에는 힘이 있다는 점을 간직하기를 응원합니다.

 

 조금 실수가 있으면 뭐 어떻습니까. 조지 버나드 쇼가 유쾌하게 언급했듯이, 실수하며 살아간 삶이 아무것도 하지 않으며 보낸 삶보다 더 명예롭고 유익합니다. 혹여 힘든 시기를 보내고 있다면, 어려움에 지지 않고, 저마다 살아야 하는 이유를 발견할 수 있기를. 힘을 더욱 내볼 수 있기를. / 2020. 05. 06. 시북 (허지수) 강상중 선생님의 오랜 독자.