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25 절제의 기술 (2020) 리뷰

시북(허지수) 2020. 7. 30. 11:45

 

 양창순 의사선생님의 추천사가 적혀 있어서 일독하게 되었네요. 괴테의 한 마디로 시작하는 도입부도 강렬합니다. 진정한 행복은 절제에서 나온다. 저자는 넷플릭스 대신에 사람과 직접 만나고 교류하자고 주장합니다. 디지털 기술에서 벗어나기 라는 시선은 오늘날 정보과잉의 관점에서 독특하고, 또 신기했습니다. 책 속으로 어서 가볼까요.

 

 어마어마한 학비가 들어가는 상류층 학교에서는 아이들을 가르칠 때 아이패드나 다른 전자기기를 쓰는 대신 칠판과 분필을 써서 가르친다. 스티브 잡스 역시 정작 자기 자녀들에게는 우리에게 신나게 팔아치운 아이패드를 사용하지 못하게 했다. 오늘날 우리가 지니고 있던 가장 중요한 능력을 잃어버릴 위험에 처해 있다. 타인과 육체적으로 가까이 교류하고 그들에게 관심을 기울임으로써 얻게 되는 중요한 기술 말이다. 바로 사람들과 만나고 공감하고 교류하는 사회적 능력이다. (중략) 덧붙여, 종이책으로 배우면 스크린으로 보는 것보다 자세히 읽고 집중하는데 좋은 것이다. (60~62p)

 

 직접 만나서 이야기를 주고 받는 것이, 얼핏 사소해 보이지만 사실은 얼마나 중요한가! 입니다. 넷플릭스를 참 좋아하는 저였지만, 일단 멤버십 해지를 누르게 되었습니다. 나에게 즐거움을 주는 것은 물론 좋은 선택이지만, 마음을 사로 잡는 더 멋진 빛도 있지 않을까요. 음... 정혜윤 작가님의 아름다운 표현을 잠시 빌리겠습니다. 빛은 나 아닌 외부 세계의 좋은 것과 깊은 관계를 맺는 것이다. 이 이야기 언젠가 써먹어야지 하고 메모를 쓱쓱 해두었는데, 보람이 느껴집니다. 하하. 깊은 관계는 금방 만들 수야 없겠지만, 그 방향으로 노력해 본다는 것이 소중하다고 저는 생각해 봤습니다.

 

 관습을 깡그리 없앤다고 우리가 반드시 자유로워지는 건 아니라는 주장은 제겐 굉장히 충격이었습니다. 규칙이야말로 중요하다는 거죠.

 사회학자 리처드 세넷이 지적한 것처럼, 오히려 관습을 없앴을 때 개인의 자유가 사라지고 사회적 강자가 더 많은 특권을 독차지 하기도 한다. 관습이라는 외형은 우리에게 틀을 준다. 그리고 우리는 그 틀 속에서 다른 사람들과 어울리며 자유롭게 자기 자신을 표현할 수 있다. 순전히 개인적인 차원에서도 무언가를 계속 중요하게 여기려면 삶의 실존적 형식이 꼭 필요하다. 사랑엔 의무가 따르고, 스포츠 경기엔 규칙이 필수적인 것처럼 말이다. (71p)

 

 이득이 되든 안 되든 관계없이, 선을 추구하는 일에는 그 자체로 해방적인 측면도 있다. 욕망을 최대한 실현하겠다는 야망은 우리를 자유롭게 만들지 못한다. 욕망의 노예로 전락할 위험이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진정으로 자유로워지고 싶다면 불필요한 욕망을 절제하고, 기꺼이 내려놓을 줄 알아야 한다. 전부 붙들고 다 이루려고 애쓰느라 정작 중요한 게 뭔지도 모르게 되거나, 틀 없는 삶 속에서 욕망에 휘둘리고 이리저리 방황하며 사는 대신,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단 한 가지에 마음을 쓸 줄 알아야 한다. (97p)

 

 하하, 이 대목에서는 고민이 시작되는 거죠. 질문으로 바뀌기 마련이니까요. 나에게 정말 가치 있고 중요한 단 한 가지가 있다면 무엇일까? 그 질문을 통해서 스스로가 욕망의 화신이자 욕심 덩어리 였음을 발견하고 많이 놀라고 말았습니다. 부끄럽지만, 허영심이라 써도 좋습니다. 우선 외국어를 잘 하고 싶고, 다양한 영화에, 많은 책을 가까이 하고 싶고, 만화도 보고 싶고, 바빠서 수도 없이 밀린 게임에, 뱃살 만큼은 빼고 싶고... 줄줄 마음의 불순물(?)들이 이어져 나옵니다. 갑갑한 마음에 은사님께 연락을 했더니, 그래도 건강이 중요하다고 단번에 말하며, 운동부터 권했습니다. 아마 저자 였다면, 끝없는 사적 욕망 대신 객관적으로 좋은 선을 추구해, 그 마음이 있으면 충분해 라고 위로했을 거 같습니다.

 

 후반부의 구절들을 끝으로 보겠습니다.

 절제의 기술은 더 힘든 상황에 있는 다른 누군가에게 도움을 주기 위해, 내 앞에 놓인 무언가를 기쁘게 내려놓는 마음이다. (170p)

 한계와 함께 살아가는 법을 배워라. 이 말은 인간에게 자기 자신을 훈육할 능력이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186p)

 우리 삶에서 우연의 비중이 생각보다 훨씬 크다는 사실도 깨달아야 한다. (198p)

 그것이 옳은 행위이기 때문에, (그다지 즐겁지만은 않을 때도) 그 일을 평소처럼 똑같이 해내려는 용기가 있어야 한다. (202p)

 

 은사님은 나쁜 일은 인간 본성에 잘 맞아서 쉽게 할 수 있음을 자주 언급하곤 했습니다. 그러므로, 좋은 일은 용기가 있어야 한다는 저자의 주장 역시 아주 정확한 지점이라 생각합니다. 좋은 책을 만나게 되어 기뻤습니다. 오늘의 리뷰는 여기까지 입니다.

 

 2020. 07.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