3일 동안 집중과 근성을 걸어가며 89년의 숨은(?) 명작으로 꼽히는 마더 1탄을 클리어 했습니다. 솔직하게 쓴다면, 제게는 어렵고 답답했습니다. 시원스러움을 느꼈던 구간이 별로 없습니다. 미로를 탐험하는 숨막히는 느낌, 적들이 워낙 강해서 긴장감이 흐르다 못해서 공포가 넘칠 지경이었네요. 저를 괴롭혔던 것을 몇 개만 언급하고 시작하려 합니다.
돈을 카드를 통해서 인출 및 저금해야 합니다. 아이템을 챙겨넣을 인벤토리가 부족합니다. 마을끼리 넘나드는 순간이동 주문은 후반부나 되어야 구경할 수 있는데, 그것도 긴 구간을 질주해야 성공합니다. 덕분에 중반까지는 환상의 지점까지 몇 번이나 되돌아 가는, 같은 길 반복을 경험해야 해서 용이 잠든 길을 외울 정도가 되었습니다.
전투는 또 얼마나 가혹한지요. 고난도 RPG의 어려움이 종합선물세트 식으로 담겨 있습니다. 말하자면, 마비되어 죽고, 자폭에 당하고, 석화되어 죽고, 즉사 광선에 쓰러지고 (배지로 반사가 가능하긴 합니다만..), 또 강적의 연속 공격에 죽고... 인생이 원래 달콤하지 않음을 뼈아프게 때리는 무시무시함이 숨어 있습니다. 만약 시간을 아끼기 위해 강제 세이브와 배속 기능을 제가 쓰지 않았더라면, 아마 클리어까지 2~3배의 시간은 더 썼을 것 같습니다. 레벨 노가다도 제법 해야 했습니다...
한편, 괴로움 속에서도 계속 갈 수 있었던 것은 특유의 현대적이고 SF가 첨가된 분위기, 그리고 음악이 매력적이었기 때문이었죠. 엔딩도 인상적이었습니다. 멜로디들을 모으는 게임입니다. 그리고 주인공은 텔레파시 기능이 있어서 뜻을 알 수 없는 대화도 마음으로 알아들을 수 있습니다. 알려져 있듯이 의사소통에서 언어 보다 중요한 것들이 있다곤 하죠. 표정과 목소리톤, 몸짓 등으로 서로를 이해할 수 있다는 게 참 좋습니다.
마을의 실종사건을 해결하는 것은 아이들이라는 점을 기억하고 싶은 작품입니다. 그리고 어린 시절의 추억을 영원히 잊지 않겠노라고 다짐하는 친구의 다정함에 울 뻔 했습니다. (이 장면에서 우는 것도 제 맛이긴 한데...) 그 의미를 곱씹어 보느라 오래도록 생각에 잠기더군요. 하루 정도 생각을 숙성시키고 나니, 이 점은 나이가 들어서도 마찬가지라는 결론입니다. 즉, (어쩌면 힘들지 모르나) 사람은 추억을 만들기 위해서 노력해야 한다는 결론을 내리게 되었네요.
수학적으로 접근한다면, 외계 생명체가 존재할 가능성이 더 높다고 언젠가 들었습니다. 우주가 넓디 넓으니까요! 제가 1경이 넘는 돈의 규모를 전혀 감을 잡지 못하는 것처럼, 우주에 대해서도 깊게 파고들어 본 적이 없네요. 당장에 우리가 사는 지구가 쓰레기 처리 때문에 병들고 있다는 느낌이 제게는 더 강합니다. 아무튼 이상한 소리가 동물들을 병들게 한다는 개념은 참 재밌네요. 훗날 영화 킹스맨에서도 비슷한 장면이 나오는군요. 반대로 숲의 소리나 파도 소리는 묘한 매력이 있지요. 조금만 더 마더1을 생각한다면, 저 역시 음악이야말로 인간 예술의 최고 중 하나라고 생각합니다. 기분을 바꾸는 일은 좀처럼 쉽지 않은데, 음악은 그걸 해낼 수 있는 드물고 유용한 무기, 아니 친구가 되어줍니다.
이제 결론을 내려야 겠네요. 쓰레기통에 숨어버릴 만큼 겁쟁이 친구도, 사실은 모험을 떠날 수 있다는 점이 재밌습니다. 저는 현실이 무섭다는 생각을 합니다. 이불 밖은 위험해라는 농담이, 때때로 가슴 속에 와닿을 만큼 히키코모리(은둔형 외톨이) 지수도 높습니다. 그렇지만 용기를 내야 한다고 생각합니다. 하고 싶은 일을 하면서 살아가야 한다는 생각입니다. 지인 감꼭지님께서는 게임할 때, 애니볼 때, 힐링되는 내 모습이라고 솔직히 말해주었습니다. 누구에게나 충전이 필요합니다. 저 또한 힘들더라도 계속 노력하겠습니다. 나를 좋아해 주는거니? 다행이다. 라고 말하던 그 다정함처럼... 어쩌면 제 인생은, 정말 다행이기에, 춤을 출만큼 기쁘고 감사한 마음으로 채워나가야 함을 다짐합니다.
너무 어려웠지만, 그 주제 음악 만큼은 잘 간직하겠습니다. 안녕 마더1. 괴롭지만 조금은 즐거웠어요!
- 2020. 12. 08. 시북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