피터 드러커가 추천했고, 좋은 책이었다고 생각합니다. 600쪽에 가까운 책이지만 소설의 형식으로 쉽게 쓰여있기 때문에 치열하게 일주일 동안 붙잡고 있었네요. 좋은 책의 기준이 무엇인가? 라고 물으신다면, 한 가지라도 좋은 개념을 이해하는 것이라고 정의하겠습니다. 저는 경영학을 배운 사람이 아니라서 금방 직관적으로 이해되지 않는 부분도 사실 있었기에, 힘든 순간에는 경영학을 전공한 동호회 지인 두 분께 연락해서 큰 도움을 얻었습니다. (서론부터, 미리 제이엘님과 윤님께 감사를 언급합니다!)
이 책이 핵심적으로 다루는 내용은 병목 자원의 관리 라는 개념입니다. 말도 생소해서, 이게 뭘까, 어떤 그림일까, 상상을 이리저리 했습니다. 도로와 좁은 터널로 생각해보는 편이 익숙했습니다. 차가 집중적으로 막히는 구간이 바로 병목 지점이라는 거죠. 예컨대, 터널이 편도 1차선이라면, 차가 많이 다닐 때마다 막히는 건 아주 당연하겠죠. 터널 근처의 도로가 무려 편도 3차선의 시원한 넓은 길이라고 하더라도, 방금 언급한 그 좁은 터널을 만난다면 속도를 줄여가며 진입할 수 밖에 없습니다. 에이? 이런 시시한 개념이 도대체 무슨 소용이냐고요? 간단합니다. 어디에나 중요한 지점이 있다는 거죠.
여기서 관리의 대상은 바로 막히는 지점이고, 이것을 고민하고 해결해야 한다는 것입니다. (책에서는 병목 자원으로 최신 기계가 등장하는데, 이 녀석 혼자서 감당하는 부담을 덜어주고자 낡은 구형 기계까지 사와서 가동한답니다.)
중요한 지점. 이걸 인생으로도 대입해 볼 수 있었습니다. 구체적으로, 넉넉히 8시간 정도를 자야 하고, 밥벌이를 위해서 고단해도 8시간은 일해야 하겠으나, 8시간 정도는 우리가 선택해서 사용할 수 있는 소중한 시간이라 할 수 있습니다. 그러면 이 시간은 어떻게 쓸 것인가? 내가 중요하게 여기는 일에 써보라는 것입니다. 어렵지 않습니다. 미술에 관심이 있다면, 미술서적을 볼 수 있겠고요. 또, 음악을 좋아한다면, 음악감상으로 기분을 위로할 수 있겠네요. 혹시 글쓰기에 도전해보고 싶다면 블로그를 알아보면 되겠죠. 그런데, 어떤 사람이 나에게 중요한 지점이 무엇일까 생각하지도 않는다면 결국 무덤 앞에서 나의 시간들이 벌써 끝나버렸어 하고 후회하겠지요... 그러므로 고민할 가치는 충분합니다, 내가 좋아해서 자꾸 집중하게 되는 지점. 어렵더라도 찾을 수 있길 바랍니다.
둘째, 귀중했던 힌트는 병목 지점 이상으로 생산해 낼 수 없다는 겁니다. 편도 1차선 도로에는 차가 1대씩 지나가는 것이 상식이지요. 마찬가지의 논리로, 나는 하루 8시간 이상의 여유를 누릴 수 있을 꺼라며, 과도하게 계획을 세우는 것은 금물이라는 이야기 입니다. 2021년이 밝았다며 외국어 공부하고, 운동에 다이어트도 하고, 사놓은 책들도 좀 보고, 넷플릭스 인기드라마 정주행에, 요즘 유행하는 흥겨운 노래 연습에... 물론, 자기발전하는 인기인이 되면 좋겠죠. 그러나 스스로를 몰아붙이면서 과욕을 부리는 것은 불행을 자초하는 게 아닐까요. 그런 의미에서 저는 할 수 있는데까지! 라는 말을 참 좋아합니다. 온 힘을 다해서 소진시키며 살아가기도 하나의 방법이라 하겠지만, 살짝 힘을 빼는 대신 꾸준히 하기도 얼마든지 훌륭하다고 생각합니다.
셋째로, 수요를 넘는 과잉생산은 안 된다 입니다. 아니, 재고가 쌓이면 좋은 일 아닌가? 싶지만 그것도 단호히 아니라는 거죠. 이 대목은 좀 부끄러웠습니다. 저는 해야할 일의 재고가 넘치도록 많이 있는 사람이고, (바쁘다는 핑계로) 소화시키지 못하는 것을 꽤나 당연하게 여겨왔는데요. 설혹, 인생의 짊어진 무게가 무겁다고 해서 그 사람이 빛나는 건 아니었습니다. 사실은 어려움 속에서도 묵묵히 인내를 벗삼아, 주어진 일들을 해나가는 그 모습 속에 인간의 진면목(참모습)이 드러날 때도 있습니다. 그러므로, 이것도 해야지(담아두고), 저것도 해야지(또 담고)를 벗어나서... 나의 진짜 목표는 무엇인가? 나는 그 목표를 위해 오늘 하루 1시간, 아니 10분 만이라도 집중해 보았나? 라고 성찰하는 태도가 있었으면 합니다.
저자 엘리 골드렛은 병목 지점의 시간이 전체 시스템을 좌우한다고 아주 콕 집어 한결같이 강조했습니다. 아무리 좋은 기계들이 많더라도, 아주 중요한 지점의 기계 한 대가 멈춰있다면... 그 많은 고급 기계들이 계속해서 돌아가봐야 완성 못할 재고만 쌓여나가는 셈이죠.
어쩌면, 21세기의 우리들은 과잉의 시대를 살아내야 하는지도 모릅니다. 스마트폰을 쉼없이 들여다보고 많은 정보와 소식들을 접하고 있습니다. 쇼핑도 얼마나 편리한지요. 이처럼 좋은 세상일지라도 이제부터는, 중요한 일부터 챙기면 좋지 않을까요? 무척 가볍게 마무리 해봅니다, 저는 한 해 동안 좋은 책 다섯 권 이상 읽기를 정했습니다. 충분히 지킬만한 약속이었고, 벌써 20%나 해낼 수 있었습니다.
중요한 지점 (책에서는 병목 자원) 을 관리하는 것이 경영 예술의 하나라면,
단호하게 접근해서 중요하지도 않은 일에 효율(열심)을 추구하는 열정은 이젠 끄셔도 좋겠습니다.
우리가 사랑하는 것들과 함께 지내기에도 인생이 짧음을... 문득 떠올리게 되는 날이었습니다.
- 2021. 01. 시북 (허지수)
덧붙임. 이제껏 제약이론(TOC)은 전혀 몰랐지만, 무척 멋진 통찰이 담겨 있던 책을 읽게 되어서 기뻤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