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리뷰[Review]/책

#34 두 번째 산 (2020) 리뷰

친절한 시북(허지수) 2020. 12. 5. 22:33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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 서론은 건너뛰겠습니다. 밝음의 비밀을 저자는 묘사합니다.

 그러나 기쁨이 넘치는 사람들을 자세히 살펴보면, 가장 눈부시게 밝은 영혼을 가진 사람일수록 가장 무거운 짐을 진 사람인 경우가 매우 많다는 사실을 알 수 있을 것이다. (중략) 개인적인 짐을 떠안기 전만 하더라도 내 성향은 자기만족적이고 무사안일한 편이었다. 나에게 긴박함이란 게 없었다. 앞으로 나아가고자 하는 동력이 없었다. 쉽고 편한 삶은 성장과 행복으로 나아가는 길이 아니다. 오히려 반대이다. 무사안일한 삶은 진창에 빠진 혼란스러운 삶으로 이어진다. (50p)

 

 자유는 헛소리다 라는 인상적인 대목에서 저자의 주장은 아주 세게 느껴집니다. 같이 볼께요.

 여러 해 동안 온갖 선택권을 추구하고 나면, 이제 이 사람은 인생의 의미를 구하는 실마리를 잃어버리는 정도가 아니라 아예 그 질문에 초점을 맞추는 일조차 하지 못한다. (85p)

 

 자유롭고 많은 선택이 오히려 사람을 망가뜨린다는 이야기가 길게 펼쳐지고 있습니다. 그렇다면 당연히 대안이 있어야 하겠죠? 온전히 몰입하고 어딘가에 헌신하기를 강조합니다. 그것을 발견하는 계기로 또한 고통을 이야기 하고 있어서 놀랍기도 하고, 어떤 의미에서는 감동적이기도 합니다. 역시 읽어보겠습니다.

 

 고통의 시기는 우리 엉덩이를 걷어찬다. 고통의 시기는 우리가 안주에서 벗어나도록 소리쳐 꾸짖으면서 우리가 잘못된 인생길로 들어선다고 경고하는 나팔 소리이다. (114p) 이 페이지에는 고통을 통해 자신을 다르게 바라볼 수 있음을 알려줍니다. 시인 테드 휴스가 인용됩니다.

 

 보호막이 몽땅 벗겨진 그 고통의 순간들에서 겸손이 획득되고, 어떤 문제가 선명하게 드러나며, 또 어떤 봉사의 소명이 분명하게 접수되기 때문이다. (116p) 저는 이 대목 중에 특히 문제가 선명해 진다는 점이 마음에 들었습니다. 문제를 선명하게 인식하고 있으면, 인간의 뇌는 심지어 잠을 자는 순간에도 그 해결책을 향해서 움직이기 때문이죠. 물론, 내 인생 문제 따윈 없는걸 이라는 태도가 있겠죠. 그런데, 이것이 첫 번째 삶이 주장하는 가짜 완성의 세계라면, 두 번째 산은 내 인생은 고통의 계곡으로 추락했지만, 드디어 지금 이 순간 무엇을 해야할 지 알게 되었어. 인생에 감사한 마음이 들어. 라는 보다 멋진 세계일 수 있다고 안내하고 있습니다.

 

 이 구절이 제게는 특히 좋았습니다. 당신이 자기의 이상적 자아보다 훨씬 더 나은 존재임을 깨닫는 것이 바로 이때이다. 당신이 심장과 영혼을 진정으로 발견하는 것이 이때이다. (127p) 여기서 씁쓸한 고백의 끈을 잇는다면, 저는 귀찮음에 익숙한 게으른 자아를 가지고 있습니다. 물론, 이상적인 자아로 따진다면, 매일 몇 시간씩 꾸준히 독서하고 고뇌하고 글을 쓰는 성실한 내 모습이 있겠죠. 그러나 그 자아를 버린다는 것은 자신에게 진짜로 솔직해지는 것입니다. 이를테면, 저처럼 게으른 사람도 하고 싶은 것이 있다면 애써 움직일테니, 나에게 그런 것이 무엇이 있을까 묻게 되는 겁니다. 주변의 시선으로 멋있고 근사한 내가 되기를 접어두고, "그냥" 내가 좋아하는 것을 생각해보고 집중해보고 움직이는 것입니다. 예를 들자면, 게으른 내가 좋아하는 음악을 들으며 소소하게 시간을 그냥 흐르게 놔두는 겁니다. 그리고, 놀랍지만 이런 독특한 노력들은 스스로를 더 좋아하게 만들어 주었습니다.

 

 이상적인 자아를 몰아내기가 쉽지 않다는 것에 주목할 필요가 있습니다. 소설가 너새니얼 호손의 글이 인용되고 있습니다.

 

 나의 병 발작은 줄곧 두 개의 존재 사이를 이어 주는 어떤 길이었다. 나는 나지막한 아치가 둘러진 어두컴컴한 그 길을 무릎을 꿇고 두 손을 짚고서 기다시피 통과해 낡은 인생에서 빠져나와 그 너머에 놓여 있던 더 자유로운 곳으로 들어갔다. 어떻게 보면 그것은 죽음과도 같았다. 그리고 죽음을 경험할 때와 마찬가지로 그것을 경험하고 통과하는 것은 좋은 일이었다. 그러지 않았더라면 나는 수천 가지 거짓, 위선, 편견, 버릇, 그리고 넓은 고속도로를 따라 늘어선 군중들이 고스란히 뒤집어쓸 수밖에 없는 그 온갖 세속적인 먼지들을 결코 벗어던지지 못했을 것이다. (137p)

 

 소설가 도스토옙스키 역시 죽음의 문턱을 넘어서 다음과 같은 글을 남겼네요.

 

 바로 그 순간에야 비로소 내가 형을 얼마나 사랑하는지 깨달았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아무것도 아닌 것에 허비하고 비방과 실수와 나태와 무능함 속에서 흘려보내 버렸는지, 소중한 것들을 얼마나 사소하게 여겼는지, 내 심장과 영혼을 거슬러 얼마나 많은 죄를 지었는지 돌이켜 생각하니, 내 심장에 상처가 나고 피가 흘러. (중략) 삶은 선물이야. 삶은 행복이야. 모든 1분의 시간이 영원한 행복이야. 인생은 모든 곳에 있어, 인생은 바깥에 있는 게 아니라 우리 안에 있어 (140p)

 

 저자의 덧붙임으로 이번 리뷰를 마무리 합니다. 중요한 것에 대하여 다시 생각해 보는 시간이 될 수 있었던 좋은 책이었습니다.

 

 이 교훈은 업적, 확신, 지성 같은 우리가 가장 중요하다고 생각했던 것들이 사실은 그다지 중요하지 않으며, 심장과 영혼처럼 우리가 낮게 평가했던 것들이 오히려 가장 중요하다는 것이다. 시련이 닥치고, 이 시련이 심장과 영혼을 노출시킨다. 심장과 영혼은 우리가 자신이 가장 바라는 것을 자기 자신에게 줄 수 없음을 가르쳐 준다. 충족과 기쁨은 저 멀리 봉사의 자리에 놓여있다. 이 지점에 다다라야 비로소 우리는 진정으로 사랑을 할 수 있다. 이 시점에 가서야 비로소 우리는 두 번째 여정을 시작할 수 있다.

 

 업적이 우리를 이상적으로 보여줄 지 모르나, 그 삶이 어쩌면 나로 가득찬 위선일 수 있음을 잊지 않고 싶습니다.

 내가 좋아하는 것이 어쩌면 음악 듣기 같은 사소한 것이며, 남들과 대화하고 그 속에서 웃고 떠드는 소소함일지라도, 거기에 기쁨이 있음을 잘 기억하려 합니다. 여기까지 두 번째 산 이야기 였습니다.

 

 - 2020. 12. 05. 리뷰어 시북 (허지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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