내일 지구가 멸망한다면 버전일까?
마치 바둑처럼 초 읽기 시작, 5분.
첫 이야기.
물론 유서는 아니지만,
사랑해. 고마워. 미안해.
이렇게 9글자를 얼른 치고 싶다.
아직 4분은 남아있네.
부모님과 동생에게 참 만나서 기뻤다고 또 치고 싶다.
남은 3분은 무엇을 쓸까.
역시 사람이다.
나는 지나칠 정도로, 정말 너무나 많은 사람에게
커다랗고, 또 셀 수 없이 넓고 깊은 사랑을 받아왔다.
때로는 그 사람들에게 상처를 입혔던 적은,
세어볼수록... 매우 많았으니까...
그 부족하고 어리석음을, 부디 헤아리고 용서해달라고 쓰고 싶다.
이제 남은 2분이다.
대한민국 사람이라서, 자랑스러웠다는 이상한 이야기도 쓰고 싶다.
약간 최태성 은사 선생님의 영향을 받은 느낌도 있고,
오늘이 부마민주항쟁 기념일이라서, 부산대학교에서 사진을 찍은 탓도 있겠지.
그리고 이제 나머지 1분 남았다.
공부만 얼마나 했고, 책을 얼마나 읽었으며, 자랑은 또 얼마나 했을까.
그 모든 쓸모없음에 마지막으로 어리석었다고 말하고 싶다.
그저, 더욱 꿈을 향해서 살았어야 했다.
남이 뭐라고 한들, 잔소리를 아예 흘려버린 채로,
내 마음의 소리를 따라서, 그 희미한 소리를 끝없이 따라야 했다.
다행이다. 그나마 많이 내 소리를 들어왔다.
사실은 오늘 내가 생을 마치더라도 더 바랄 것은 없다.
가장 절친한 친구의 아버님이 중환자실에서 응급상황이라고 한다.
나 또한 미래에는 어느 중환자실에서 마지막을 맞이할 지도 모른다.
그러기에, 하루 하루,
그저 소중히 보낸다.
열심히 피아노를 쳐보거나,
또 책을 꺼내 보거나,
부모님께 뭐 맛있는거 드실래요? 라고 여쭤본다. (어머님은 .... 천국에 계시지만)
산다는 것은, 말할 수 없고, 정의내릴 수 없지만.
역시나.
참, 귀한 것이다.
- 2025. 10. 16. 저녁 11시 59분. 허지수.