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81. 대면 - A교수님과의 이상한 대화

시북(허지수) 2025. 10. 21. 19:35

 

 학교에서 꽤 많이 듣던 이야기는 돌아서면 잊어버린다는 것.

 분명히 공부는 한 것 같은데, 어쩐지, 남아 있는 건... 없다는 것.

 

 그래서 오늘은 특별한 코너로 A교수님과의 대화를 남겨봅니다.

 C를 주셨으면, C교수님일텐데...

 어쨌든 저는 꽤 당당히 A를 받았으니까, A교수님이라 하겠습니다!

 (익명을 처리하면 되니까, 어쨌든, 제 마음입니다!)

 

 A교수님은 연세가 좀 있으십니다만은... (*부디 이 유머에 화를 내시지 않으셨으면!)

 다소 재밌는 듯한 표정으로, 살짝은 총명한, 어쩌면 번뜩이는,

 구체적으로 - 이 단어 - 총기(聰氣) 있는 예리함으로, 대면 대화를 해주셨습니다.

 그 세심하고도, 놀라운 기억력에 마지막까지 감동했습니다.

 

 어쨌든 저는 대학을 마치고도, 조금 더 공부를 하기로 마음 먹었으므로,

 대면 상담을 제법 준비해 갔습니다. 호기롭게(?) 노트와 펜을 꺼내서, 메모 준비까지 마쳤습니다!

 

 "마음은 정하신거죠? 왜 가시려는 거죠?"

 

 동기만 있으면 마치 아무 걱정이 없다는 듯, 석사 과정의 난이도(?) 정도야,

 산 넘어서 산 일 뿐...

 그것 조차, 고통의 연속일 리 없다는, 뜻밖의 발언(!)들이 쏟아졌습니다.

 다만, 여기서부터는 주어지는 것이 없다는 점.

 

 "다시 한 번, 괜찮으시죠?"

 

 그래서, 그 동기를 순순히 털어놓았습니다.

 P 대학에서의 도움 받은, 행복한 학창 시절.

 그리고, 스무살 무렵 호기롭게 떨어져 본 추억.

 지금에서야 다시 공부하는 일들의 즐거움.

 

 "제게는 그런 마음이 있었어요. 박사 과정을 고생해서 끝냈음에도,

 이제 학생이라는 신분이 사라졌음이 조금 아쉽더라고요..."

 

 비유조차 할 수 없는, 저로써는 쉽게 헤아릴 수 없는 마음이지만,

 저는...

 음...

 한 때, 참 놀기 좋아했기에, 한 분야 (비디오게임 분야) 4만명 동호회 회원 대표였는데,

 그걸 놓아버리고, 그만두니까, 그 허전함이라는 게,

 약 10년 동안의 노력한 세월이, 참 아쉬웠습니다.

 

 뭔가를 소중히 말씀하시려는 듯, 잠시 깊게 생각에 잠기신 A교수님 께서는,

 단단하게 자리 잡은, 인생의 태도를 주의 깊게 강의해주셨습니다.

 

 대학원에서도 분명히 써먹을 수 있는,

 혹은 곧 졸업 하고도 분명히 써먹을 수 있는,

 책 제목은 - A교수님의 "나의 책임" / "주어진 것은 일단 해본다."

 

 예를 들어, 한국사 큰별 최태성 선생님은,

 종종 유머로 B(탄생)과 D(죽음) 사이에 C(선택)이 있다고 하는데요.

 - 아 이건 유머라기보다는 은유입니다. 어떤 선택이 인생을 만드느냐를 알려주는 힌트입니다.

 

 A교수님께서는, 선택에 "책임지는 태도"만 더해진다면, 후회할 필요가 없다고 막(!) 던지셨습니다.

 매우 부드러운, 혹은 온화한 태도와는,

 제법 다르게, 그 내면은 - 강력한 - 휘어지는 날카로운 슈팅 한 방이 있었던 셈입니다!

 유행했던 MBTI 같은 것으로 정의내린다면, 문제 따위 - 해결하면 그만이지! 라는 모습에...

 저는 한편으로 당황했고, 또는 그 깔끔한 논리적 접근들이, 많이 부러웠습니다.

 

 가령 이런 것입니다.

 좀 싫은 일도 있었죠? 좀 억울할 수 있죠? 왜 계속 슬퍼하고 있죠?

 자! 또 수업은 찾아올테고.

 "나를 교수로 (혹은) 선생님으로 / 채용한 것은 당신들이라고요. 난 열심히 할 뿐이죠!"

 마치 영화에서나 나올 법한, 근사한 대응법은, 참 기억에 오래 남을 꺼 같습니다.

 

 이렇게 기록으로 남겨놓으면, 더욱 오래 기억되리라 생각합니다.

 이상하리만큼, 용기가 났습니다.

 

 마치 이미 대학원생이 되어버린 듯, 선생님이 되어버린 듯,

 그리하여, 남은 상담의 꽤 많은 시간들을,

 곧 다가올 학교에서의 구체적인 생활에 대해,

 전부 생생하게 전해져 올 수 있었습니다.

 

 피아노를 배우며, 종종 듣는 차이콥스키 1번 협주곡 처럼, 천둥 같은 멋진 대화 였습니다.

 저의 10대 시절 - P대학 야학 은사님은, "사람과의 만남은 가끔 가치관을 부수기도 한단다."

 같은 이상한(!) 발언으로 저를 당황시키고, 놀리고, 소녀처럼 웃는게, 은사님의 즐거움이었습니다.

 은사님의 후배로 들어가겠다는 약속은... 제법 많은 시간이 흘러서 또 도전할 기회가 지나갑니다.

 

 자리를 일어서려는 순간. 교수님께서도 준비했던 말씀이 있었습니다. 꽤 놀랐습니다.

 

 "자, 어쨌든 자격증, 이렇게 나올테니까요. 한 번, 할 일들 앞에 서보세요!"

 

 저는 그 순간이, 마치 라틴어 처럼 들렸습니다. 운명 같은 말. 운명을 사랑해 보세요. 라는 느낌.

 그리고, A교수님과의 훌륭하고도 긴 대화는 이렇게 마무리 됩니다.

 

 "그리고, 열.심.히. 놀고요!"

 

 .

 

 피아노를 배우면, 의외로 언어와 닮은 점이,

 편한 글이 "서론 - 본론 - 결론" 이 예쁘게 정렬되어 있는 것처럼,

 음악도 전개가 본론에서 "땅!" 하고 외칠 때가 있고,

 혹은 결론부에서 힘차게 "밀고 나가는" 곡들도 있습니다. (간혹 첫 소절부터 유명한 곡도 있습니다!)

 

 그래서 결론이 "놀자" 는 것을 말하려는 것은 아닙니다.

 

 이 대화를 무척 가볍게 정리해 보겠습니다.

 

 열심히 하다보면 닿을 수 있는 곳은,

 정말 놀라운 지점이라는 것이, 너-무 재밌었습니다.

 

 아직도 제법 믿을 순 없지만,

 수업 1년차 때는, A교수님께서도 강의 쉽지 않았다고 하셨고,

 그로부터 긴(?) 시간이 지난, 지금은, 가끔 찢었다(!) 싶은 강의에 만족하는 날도 있다고,

 슬쩍 웃으시는 모습은, 정말 그 순간에는,

 

 '우와! 교수님 답다...' 라는 모습이, 무척 저도 존경스러움이 들었습니다.

 

 그 비결을 끝까지 알고 싶었지만, 저의 근본적인 질문에, A교수님께서는 정확하게 맞받으셨습니다.

 "저는 제가 재밌는 수업을 하려고 노력하고 있어요."

 "학생들과 의사소통이 되는 수업이고자 노력하고 있어요."

 

 .

 

 11월이 오면, 약 2-3주 동안은, 글을 잘 다듬어서, 이력서를 넣듯이, 원서를 내리라.

 이제 와서, 더 이상. 뒤는 돌아보지 않으리라 다짐이 들었습니다.

 불안이라는 - 흔들의자에 몸을 맡기며... 아무것도 하지 않았던,

 제 모습이 좀 부끄러워지기도 했습니다.

 

 총총 걸음으로 집에 와서,

 특유의 오랜 습관인 - 생각에 잠기기 보다는,

 

 저의 또 다른 취미인 - 음악 듣기를 하며, 생각을 꺼버립니다.

 최유리 가수를 좋아해서 - 조금 힘든 날들에는, 참 노래를 많이 들었습니다.

 아마, 일이 힘든 날도 많았는지, 매일 들었는지도 모르겠습니다.

 '우리의 언어' 도 참 좋아하고, '생각을 멈추다 보면' 이라는 노래도 참 좋아합니다.

 생각을 멈춰버리면, 그 빈 공간에, 여유라는 말이 따라온다는 느낌이 참 다정했습니다.

 

 A교수님께서는, "아직 저 안 바빠요!" 라고 애써 거짓말을 하시며,

 여유와 여운을 남기며, 끝까지 도움을 주셨습니다.

 2025년 10월 21일은 그렇게 꼭 일기를 써야 하는 날이 되었습니다.

 

 그래야 2026년의 다가올 어느 날이,

 그 길이 열리든, 닫히든, 그와는 상관없이,

 

 그저 한 사람을 위해서, 한 시간 넘게 열정을 다해주시던 모습을,

 사진처럼 간직하고 싶었던 - 멋진 날이 되었습니다.

 

 다시 한 번, 언어로는 이 말 밖에 없다는 것이 이상하지만.

 - 정말 감사합니다. 반짝반짝 A교수님. C교수님이라고 쓰지 못했네요... -

 

 곧, 중간고사 또한, 잘 해내서 C 말고, A 받을껍니다! (쿨럭)

 물론, 답이 좀 이상하면 학점이야 떨어지겠지만... 네! 사실 학점이 중요한 것이 아님을 이젠 압니다.

 중요한 것은, 오늘의 성적이 아니라, 오늘의 방향과 열정 이라는 것을,

 소중히 전해져, 배웠습니다.

 

 해보다 보면~

 될 지도 모르잖아요!

 

 음!

 일단 하면~

 된다니까요!

 

 교수님의 간결한 정리!

 

 .

 

 하하, 음악 만큼이나,

 공부를 정말 열심히 해서 0.3% 정도 안에 들었다면, 더 좋았을 지도 모르겠습니다.

 

 그런데 마지막으로 생각해보니까,

 저 같이, 먼 길을 돌아서, 꽤 좋은 곳까지 도착한 사람이 있는 것도 좋네요.

 올해가 정말 행복했던 한 해라서, 인생 100년 시간 여행 중, 2025 라고 콕 찍고 싶었는데...

 

 길고도 멀었던, 하나의 꿈을 더 이루어서,

 2026 까지,

 고생과 기쁨이 연장되기를 바라게 됩니다.

 

 그 길을, 희미하게 보이기만 하던 그 길에 대하여,

 

 "당장, 가봐요!"

 

 다섯 글자로 정리해 버린, 그 멋진 순간에 대하여,

 요즘 유행하는 문법을 빌려서 마칩니다.

 

 음... 오늘이 "행복"이 아닐 리 없어.

 음... 오늘이 "기쁨"이 아닐 리 없어.

 

 하나부터 열까지, 그 모든 이상한 질문들까지도,

 정직하고 깊은 대답들에, 정말 커다란 힘이 됩니다.

 

 다만, 잘 준비해보겠습니다.

 

 .

 

 짧게만 쓰려고 했던 정리가,

 최대한 덜어내어서 쓰고 싶었던 정리가,

 자꾸만 길어진 것은, 제가 글 실력이 아직도...

 다만 너무 멀기 때문입니다.

 

 무엇보다 교수님의 건강과,

 앞으로의 계속 펼쳐질 눈부신 날들을,

 마음 가득 - 그저 두 손을 모아, 기쁘게 파이팅! 이라고 외칩니다.

 

 고맙습니다. A교수님.

 

 .

 

 추신.

 개인적으로...

 역시,

 인생은 미디어의 홍수와 반대로 살아도 되는 것 같습니다.

 자본주의 니까, 역시 돈. 이라고 말하지만,

 

 어떤 사람들은, 그래도. 사람. 그래도 인간관계. 라고 살아갑니다.

 아버지... 저 이거 하면 돈 많이 못 버는데요...

 돈이 뭐가 그리 중요하더냐. 할 수 있는 일이 있으면 되는거야.

 아버지 당신께선, 고급 고위 공무원인 다른 자녀보다,

 오히려, 조금 바보 같이 살았던, 저를 늘 응원하시네요.

 

 2025년 10월. 그 어느 날.

 삶이 조금 더 "열심히"로, 방향지시등을 켠 날에!

 

 이상한 대화 - "망설일 이유 따위 못 찾아버린" 교수님 T 의견에

 반박을 한 마디 못했으므로... 그저, 준비만이 필요하구나! (아!)

 준비가 안 되어있다는 얕은 변명은 이제 쓰레기통에 쓱쓱 담아 비웁니다.

 

 하겠다고 말했으면, 책임을 다해 살아보는 삶. 가보는 삶.

 잊지 않겠습니다. 또박또박. 그리고 뚜벅뚜벅.

 - 드디어, 끝 -

 

 - 2025. 10. 21. 오후 7시 30분 / 허지수 (시북)