만 스무살의 성탄절이었다.
외로운 밤이었고, 게임조차 쓸쓸했다.
클릭 몇 번,
동호회를 만들었다.
게임 동호회는 무척,
아니다.
솔직히 말한다면, 엄청나게 성공했다.
수 백명이던 회원은, 수 만명이 되었다.
접속하면 늘 할 일이 있었다.
귀한 능력자들까지 계셨다.
게임 한글화 작업을 성공하는걸 지켜봤다.
지금 그 시절을 돌아보면 적지 않은 "기쁨"이었다.
닉네임 초기인 형님이 생각난다.
정모에서 평생 잊지 못할 겸손한 멘트를 건네신다.
"지수(시북)님, 당신은 0 에서 1 을 만든 사람이예요.
자부심을 가지세요.
세계를 만드는 일.
그건 아무나 할 수 없답니다."
시간이 더 흘러, 나의 게임 제국은
한 분야의 거의 최고점까지 올라갔다.
이상한 사람들이 더욱 많이 보였다.
좋은 사람들은 각자의 사정으로 멀어져갔다.
역설이 다시 찾아왔다.
누군가는 당시의 회원이 십만 명에 가까웠다고 했다.
그 꼭대기에서 나는 "외로움"에 절망했다.
끝없는 여러 탈취 시도에 피로감은 더해갔다.
몇 번씩 이어지는 판단착오 끝에 게임 제국은 사라졌다.
그 시간이 지나서야, 사람에 대해서 생각이 뒤집혔다.
보이지 않는 사람들에게,
그저 잘해주었던 10년의 시간
과연 무엇으로 돌아왔던가?
내가 배운 것이 있다면,
인생의 한 번쯤은,
아낌 없이 주는 나무로 살아볼만 했다는 점?
인생에서 제일 좋은 구간을 그렇게 훌륭히도 살아봤으니
무엇인가 봤겠지?
사람은 복잡했으며,
저마다 자신이 "정의"의 편이라 믿으며 섰다.
이기심, 무책임, 갑질.
내가 동호회 맨 꼭대기에서, 최후에 봤던 것들은 이것이었다.
나는 천국을 만든 것이 아니었다. 오히려 지옥의 풍경이었다.
9명이 정의를 말할 때, 공격받는 1명의 편에 섰다.
9명이 올바름을 말할 때, 적응하지 못하는 1명의 편에 섰다.
인기 있던 대표는, 인기를 점차 잃어갔고,
결국 여기가 어딘지 눈을 떠보니,
아무도 없었던 것이다.
청춘을 온전히,
세찬 폭풍처럼 쏟아부었던,
그 시절 21살의 나에게,
뭐라고 다정히 위로할 수 있을까.
내가 아닌,
남에게 초점을 맞추고 살았던 시간은
과연 폐기된 시간이었을까.
인간 존재를
성악으로 규정하게 되었다고는 해도,
그럼에도 이것은 무척 감사한 일이다.
이제는 순수한 사람들을 보면 훨씬 기분이 좋다.
착한 사람들이 얼마나 귀중한 선택이었는지도 보인다.
알지 못하던 나에게,
몇 번이나 커피를 건네주었던 예쁜 소녀들의 풍경을,
나는 오래오래 간직할 것이다.
남에게 위로를 받는다.
이거 봐, 내가 더 잘났어!
경쟁과 자랑으로 너무나 바쁜 지옥에서,
나를 구원해주던 것은,
몇 만명의 게임 제국이 아니다.
내가 아니다.
나의 텅 빈 마음은,
꿈이 완전히 무너져
허망한 폐허에서 울고 있을 때,
건네진 작은 손길에서
비로소 다시 미소를 되찾는다.
환한 웃음이란,
봄날의 따뜻한 태양 보다,
더 눈부셨고, 더 소중했다.
고마워.
정말 고마워.
나를 인간혐오에서
자기혐오에서
눈물로
구원해줘서.