캄캄한 밤 (가칭)

8. 게임 소년의 기원.

시북(허지수) 2026. 3. 25. 03:31

 초등학교 6학년 시절이었다.
 남학생 중 1등을 기록했다.

 조금 불편한 무릎과 발목.
 하지만, 걷는 일도,

 그 때는, 아직 가능했다.

 공부는 약간 잘했고, 게임은 더욱 잘했다.
 어른들이 보기엔 놀기 바쁜 아이라 걱정이 되었겠지만,
 뭐, 나로서는 만족으로 물든 기쁜 삶이었다.

 엄마는 몸이 불편한 나를 위해,
 슈퍼알라딘보이 (메가드라이브) 게임기를 사다주었다.
 뛰어놀기 힘들어 하는 나를 위한, 당신의 깊은 사랑이었다고 생각한다.

 추억을 잔잔히 되짚어 본다.
 구체적으로는, 랑그릿사1, 소닉2, 판타지스타4 같은 호화로운 라인업이었고,

 

 그 시절의 게임회사 세가는,
 인기 있는 게임회사 닌텐도처럼,
 우리네 게임 친구들 사이엔 꽤나 알려진 회사였다.

 무릎이 불편해서 뛰지 못한다는 게 무슨 불편이겠는가.
 게임 속, 저 캐릭터 소닉은 신나게 화면을 달리고 있었는데...
 또한, 랑그릿사 의 캐릭터는 얼마든지 하늘을 날 수 있었고, 말을 타고 모험을 떠났으며...
 한편, 판타지스타 에서는, 첨단기계로 사막을 건너기도 했고, 함께 힘을 합쳐 싸우기도 했다.

 가만히 지금 생각해보면, 엄마의 배려와 애정은,
 나를 보다 밝은 모습으로 이끌어주었다.

 어쩌면, 내가 1등 하며 사는 것을 원하지 않았는지도 모르겠다.
 당시엔 집안사정이 꽤 넉넉했음에도, 결코 어떤 학원도 보내시지 않으셨다.

 그저 "놀아라", "웃어라", "기쁘게 살아라" 가 부모님의 가르침 전부셨다.

 나도 참, 좋은 부모님을 두었네. 이제와 먹먹한 생각이 든다.

 가득 찬 사랑을 받는 귀한 행운을 누렸는데,
 이제 누군가에게 "괜찮아, 힘내." 라고 전하고 싶어서 어설프게 글을 시작한 것이다.
 물론, 말 많은 인공지능이 도와준다며 얼마나 등을 떠밀었는지... 그것도 좀 밉다.

​ 추억의 꼬마 시절,
 친구들이 여럿 놀러왔다.

 "와! 넌 좋겠다! 우리 집에는 이런 거 없어! 자꾸 와도 돼?"
 친구들의 질투심에 나는 어깨가 올라갔다. 뭐, 여전히 아이였으니깐.
 그러면 엄마는, 당신도 신이 났는지, 과일을 내어 오시기도 했다.

 지금도 그렇지만, 그 당시의 게임 기술도 굉장했다.
 벌써 화면이 2분할 시도가 가능했고, (이건 2인 동시 플레이를 의미한다)
 세가의 MD 소닉 2탄 혹은 닌텐도의 SFC 마리오카트 등은,
 당시 전자 기술자들의 꿈의 결정체 같은, 환상의 게임들이었다.

 초등학생, 겨우 열 몇 살.
 그럼에도, 그 때의 한 친구와는 평생의 벗이 되고 말았다.
 같이 게임 하는 친구라니... 우린 마음이 잘 맞았다.

 그렇게 공부 꽤 좋아하던 나는,
 게임은 더욱 즐겨하던 나는,
 교복을 입은 중학생이 되었다.

 이제는 학교라는 작은 사회로 간다.
 나는 사실은 학교를 잘 견디지 못했다.
 다소 슬픈 풍경은, 곧 생생하게, 다루어보고.

 

 꼭 언급해보고 싶은 이상한 대목이 있다.
 나의 가장 큰 축복은,

 부모님이 나를 게임을 하는데도 인내로 기다려주셨다는 것.

 어느 날 아빠는 술에 잔뜩 취한 채, 방에 들어오셨다.
 나는 축구 게임을 하고 있었고....

 당신께서는 얼굴을 볼에 갖다 대며,
 "사랑한다, 아들아" 라고 말해주었다.

 아무리 긴 시간이 흘렀음에도.
 그 날의 수염 감촉까지 잊지 못한다.


 그 딱 한 번의 기억이 나에게는 삶을 견디는,

 구원같은 시간이 되었다.

 

 먼 훗날,

 나는 혼란에 완전히 잠겨 버려,

 

 심한 정신적 고통을 견뎌야 했던 시기 조차,

 그래서 아버지에게 호되게 혼났던 시간 조차,

 아빠를 단 한 번도 원망한 적 없다.

 종종,
 인간은 슬픔을 트라우마 처럼 기억한다곤 해도,
 나는 가끔 이 은유를 다르게 생각할 때가 있다.

 인간은 기쁨 또한 무엇보다 소중히 기억한다고 느낀다.
 기쁨의 하루를 만들어 갈 수 있느냐가.
 나의 날마다의 꿈이요, 소망이 되어간다.


 많은 것을 포기해 가며,
 어머니와의 시간을 소중히 여겼고,
 또한, 아버지와, 같이 시간을 보내려고 노력한다.

 효율이 지배하고, 계산이 빠른 오늘날,

 왜 부모를 생각하며 사니, 너 후회할걸. 이라는 외침은 정말 크다.
 내리 사랑이라는 말은 있어도, 부모 사랑이라는 말은 드물다는 말 또한 진실 같다.

 그렇지만,
 정말로 그렇다고는 하지만,

 그래도, 나는 좋아했다.
 사랑하는 부모님과의 시간들.
 말하자면, 가족과의 시간들.

 그리고, 친구들과 어울리며 놀던 시간들.

 인생이
 겨우 그 몇 사람으로 얼마나 아름다워지는지...

 나는 왜,
 잘 몰랐을까.

 

 나는 왜 전혀 몰랐을까...

 

 초등학생이라는 예쁜 옷이 끝나가던 시절,
 나는 꽤 괜찮게, 어쩌면 참 반짝반짝 살았다고 생각한다.
 웃었고, 놀았고, 사랑을 받았다.

​ 그리고,
 중학교에 입학하고, 거칠어져 가는 일들을 겪으며,
 나는 조금씩 다른 사람이 되어가더라. 
 그 이야기는, 용기를 계속 담아, 다음 장에서 조심스럽게 꺼내보려 한다.

 

 지금은 게임 세계가 신기루가 되었지만,

 게임 매장의 이모님은 세계의 진실을 마치 선한 마녀처럼 말씀하셨다.

 아이들은 사랑을 먹으며 크는 거야.

 

 나도 한 스푼 마녀의 항아리에 레시피 가루를 섞는다.

 우리 하루에 사랑이 뿌려지기를.

 

 다음 화에 계속.

 

 작년 (2025년) 에세이 - 게임소년 이야기 중에서 발췌 및 수정

 2026년 3월 수정 버전 입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