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난 해 읽었던 책 중에서, 개인적으로 가장 인상 깊었던 책을 꼽으라면 단연 이 책 "캅베드"를 꼽을 수 있습니다. 자기계발서라고 볼 수도 있겠으나, 그보다는 하나의 깊은 진실에 대해서 이야기 하고 있는 책이기 때문입니다. 단 한 가지 단어를 두고 알기 쉽게, 그리고 자세하게 파헤쳐 놓은 저자의 글솜씨에 감탄하기도 했고요...
캅베드, 마법 같은 단어의 놀라운 비밀이야기
저자 : 헤르메스김 / 출판사 : 살림
출간 : 2009년 2월 25일 / 가격 : 12,000원
페이지 : 276 / 판형 : A5
개인적평가 : ★★★★★
캅베드는 쉽게 말해서, 공경하라 라는 의미입니다. 공경의 사전적 의미는 무엇입니까? "공손히 받들어 모심"이라는 의미입니다. 그렇다면 공손히 받들어 모신다는 것은 어떤 의미일까요? 생각해 봅시다. 어느 날, 자신의 삶을 바꿔준 너무 고마우신 은사님께서 직접 집에 찾아오시겠다고 합니다. 그것도 먼 길을 거쳐서, 내가 보고 싶다면서 말입니다. 당신이라면 어떻게 하시겠습니까?
저라면, 우선 목욕부터 하고, 최대한 깔끔한 옷을 차려 입고, 식사 준비를 갖춰놓고, 그리고 맞이하러 나가서 직접 모시고 올 것입니다. 왜 그렇게 하겠습니까? 너무나도 귀중한 사람이고 특별한 사람이기 때문입니다. 이것이 공경하라는 의미입니다. 다시 말해서 "절대로 무겁게 대하라", "반드시 존귀하게 하라" 요즘 말로 한다면 "VVIP"로 모셔라. 정도 되겠군요.
성경에 보면, 십계명 중에 인간과 인간 사이에 지켜야할 첫 번째 항목으로 네 부모를 공경하라 라고 나옵니다. 나머지 다섯 가지는 하지 말라 입니다. (살인, 거짓말 등) - 그런데 의문! 왜 단 한 가지 인간에게 하라고 나온 것이 왜 하필 공경하라 입니까. 더 황당한 것은, 그 다음 구절입니다. "이는 네가 잘 되고 장수하리라..." 생각할 수록 "어이없음" 입니다. 타인을 공경하면, 타인이 편하고 잘 되지, 왜 내가 잘 되는건지... 나는 고생인데 (...) 남 뒤치다꺼리를 하면, 내가 잘 된다?
가장 의문스러웠던 것은 "비록 그가 공경받을만 하지 않더라도..." 공경하라 라는 것입니다. 그렇게 한다면 내가 받는다고 합니다. 나는 그 이후로 오랜 시간 생각에 잠겼습니다. 이 주제를 놓고 몇 달 동안 말입니다. 한참 후, 부모님이 떠올랐습니다. 나이든 이후로는 "네 삶은 네가 알아서 해라", "나는 이제 해줄 게 없다" 라면서 정겨운 가족과는 거리가 있었던 아버지, 우울증으로 인해서 온 가족을 우울하게 만들었던 어머니... 나는 어렵게 마음을 고쳐먹고, 귀한 분을 모시고 있다고 생각하며, 두 분을 매달 식당으로 모시고 가기로 했습니다. 처음에는 굉장히 어색하기만 했습니다. 식당 와서도 별 말도 없이 눈치 보면서 밥 먹기 급급하고...
그래도 식사 후에는, "고맙게 잘 먹었다" 라고, 넌지시 한 말씀 하셨습니다. 며칠이 흘렀습니다. 아버지는 밥을 얻어 먹은게 마음에 남아 있었는지, 당신의 월급날에, 다 큰 아들에게, 고기나 먹으로 가자, 오늘은 내가 사마, 라고 하셨습니다. 그리고 약간의 용돈까지 주시더군요. 이른바 88만원 세대를 살아가는 청년으로써 모처럼의 용돈은 더없이 고맙게 느껴졌습니다. 왜냐하면 아버지 당신도 먹고 살기 빠듯한 IMF몰락가장 이었기 때문이지요. 그 이후로, 한 달에 두 번은 이렇게 가족끼리 외식하게 되었습니다. 그리고 이것이 소소한 행복일 수 있다는 것도 느꼈지요.
아버지는 이제껏 월급날이면, 친구들과 술자리를 하거나, 산을 가거나, 바다를 가거나, 그런 삶을 늘 살아오셨지만, 아들이 조금 벌어왔다고 식사를 대접하는 그 마음을 생각하며, 자신도 반드시 응당 그래야 겠다고 마음 먹으신 겁니다. 인간은 특이하게도 받은만큼, 되돌려 주려고 합니다. 그래서 가는 말이 고우면, 오는 말도 고우며, 콩을 심는 곳에는 콩이 나는 것입니다. 진심으로 남을 존중하면, 오히려 그 사람이 더욱 나를 귀하게 대하는 것을 가슴으로 느꼈습니다.
인간 뿐만 아니라, 공경은, 자신에게도, 신에게도, 사물에게도 쓸 수 있습니다.
"자신을 공경하는 자는 "행복"을 얻을 수 있으며, 신을 공경하는 자는 "불멸"을 얻을 수 있다."
독실한 친구에게 왜 신을 공경하면 불멸을 얻는건데? 라고 물어봤더니, 한 시간 동안 설교 아닌 설교를 들었습니다. 내가 신앙심이 없어서 그런 건지 -_-;;; 그 이유를 아직도 명확히 모릅니다. 친구말로는 뭐 대략 영생을 얻는 거 아니겠니. 그런 답변이었던 것 같습니다.
가장 큰 변화는, 스스로를 매우 귀중하게 대하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이른바 169cm 호빗족이자, 건강도 부실한 편이고, 객관적으로 표준보다 한참 부족한 스스로의 모습이지만, 장점에 집중하고, 좋아하는 것에 귀기울이고, 자신을 기쁘게 할 수 있는 보람찬 일들을 찾기 시작했다는 것입니다. 결국 이것은 후에 여러권의 자기계발서에서 동일한 메세지를 느끼면서 분명하게 깨달았습니다.
"인간은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이 있다. 그 가장 중요한 것들을 위해서 행동하라"
예컨대 아내가 소중한 사람은, 아내를 기쁘게 하기 위해 행동할 것입니다. 그러면 기뻐하는 아내의 모습을 보며, 자신이 행복해 지는 것입니다. 참 쉽죠잉~? 이라고 하기에는 마냥 쉽지는 않을테지만, 이것은 아주 중요한 성찰을 담고 있다고 생각합니다. 자신에게 소중한 것들을 소중하게 대한다면, 결과적으로 자신을 행복하게 한다는 것입니다. 개인마다 특별한 재능이 있는 경우를 종종 봅니다. 노래를 잘하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글을 잘 쓰는 사람이 있고, 대화를 잘 들어주는 사람이 있는가 하면, 백만불짜리 미소를 가진 사람도 있습니다. 하지만 우리는 나만의 빛나는 재능조차도 뭐 별 거 아냐 하면서 뒤로 묻어버린 채 - 내가 아닌, 다른 어떤 누군가들의 시선을 위해 살아가고 있지는 않은지?
자신에게 솔직해져 보십시오. 자신의 목소리에 귀기울여 보십시오. 무엇을 좋아하고, 싫어하는지 살펴보고 이해해 보십시오. 그리고 자신의 소망을 이루게끔, 자신을 기쁘게 하기 위해서, 움직여 보십시오. 바로 거기에 행복이 숨어있는 것입니다. 설사 내 모습이 초라하고 비참하더라도, 그것은 사실 아무 상관이 없습니다. 설령 자신의 모습이 주눅들고 볼품없어 보일지라도, 진심으로 자신을 따뜻하게 잘 대한다면, 반드시 보다 나은 자신을 위해서, 좀 더 자신을 아낄 수 있을 것입니다. 한 번 뿐인 인생을, 기계처럼 무미건조하게 보내기에는, 너무 아까운 것일 테니까요.
이 책의 특별한 힘은 거기에 있었습니다. 한 편의 긴 이야기를 통해서, 자신을, 타인을 사랑하고 존중하면, 반드시 그것이 되돌아와서 더욱 인생을 빛나게 만든다는 진실을 이야기 하고 있습니다. 어쩌면 힘겹게 맞이하고 있을지 모를 하루라는 시간이지만 - 그 지금 이 순간을 사랑하면서 보다 더 적극적으로 살아가기에도 인생은 짧은 게 아닐까 싶습니다. 자신을, 사랑하는 사람을, 그리고 시간을 매우 소중하게 느끼게끔 만들어줄 책. 캅베드를 추천하며, 리뷰를 마칩니다. - Reviewer 시북. 2010. 01.