실험적 리뷰 쓰기였는데, 내용을 약간 수정해서 2010. 12. Daum view로 발행하였습니다. 약간이나마 영감을 얻을 수 있는 내용이 되기를 바랍니다 ^^
사실 제 블로그의 인기 카테고리인 축구선수열전이나 슈퍼로봇대전 캐릭터열전도 제가 모든 경기를 보고 파악해서, 모든 게임의 장면을 알고 있어서 쓰는 것이 아닙니다. 다만, 다른 사람들의 도움을 받아서 써내려 올 수 있었지요. 그렇다면, 어떤 인물과 어떤 주제에 대해서도 제가 아는 범위 내에서라면, 충분히 소개하고, 그 때 느낀 감정들을 표현해 낼 수 있으리라는 믿음이 들었습니다. 이야기 출발해 보겠습니다.
책은 우선 2009년 7월 김영사에서 한국어로 번역되어 출판이 되었습니다. "기적의 사과" 만 검색창에 쳐보면 쉽게 책에 대해서 정보를 얻을 수 있을 것입니다. 제가 이 기적의 사과를 알게 된 것은 올해 초였고, 일본 구글에서 추가로 검색하다가 이런 저런 생각을 해보게 되었기 때문입니다. 우리가 그동안 너무 논리적으로만 살아온게 아닌지, 되돌아 보게 되었습니다.
내용은 간단합니다. "아무것도 하지 않는 농법" 그야말로 자연 그대로의 완전 유기농 용법을 통해서 사과를 키운 한 농부의 이야기입니다. 그런데 이렇게 키운 사과는 좀처럼 썩지 않는 다는 것입니다. 그 뿐일까요. 너무 건강하고 탐스럽고 맛있다는 것입니다. 제가 큰 충격을 받은 부분이 몇 개 있는데, 생각해 보겠습니다.
기무라 아저씨는 20대에 결혼해서, 농사를 시작했는데, 자꾸 아내가 아픕니다. 예민한 그의 아내가 아픈 것이 농약 때문인 것을 알아채고는, 농약을 줄이는 방법으로 사과농사에 도전하게 됩니다. 조금씩 농약을 줄여나갑니다. 그럴 수록 수확량은 줄어들기 시작합니다. 이것은 뭐 의심할 여지 없이 상식적으로나, 논리적으로나 당연한 것이지요. 그래도 이제까지는 먹고 살만 했습니다. 그러다가 서른 즈음에, 그는 놀라운 도전, 사람들이 말하는 미친 짓을 시도합니다.
이른바 "무농약 사과농사", 그는 농약없이 해충과 싸워가면서 노력에 노력을 했습니다. 농약이 없으니 낮이고, 밤이고 해충이 막 들끓습니다. 5월에 사과나무 꽃이 피는데, 이 꽃이 9월이나 되어서야 뒷북으로 핍니다. 열매는 커녕, 누렇게 말라 죽어 가는 사과나무를 보면서, 그런 죽어가는 나무를 돌보아야 했습니다. 가난이 그를 집어삼킬 듯이 덮칩니다. 거의 10년 동안 기무라 아저씨는 수입이 없었습니다. 그 당시를 표현하자면,
세금을 낼 돈조차 없어서, 세금이 밀리고, 또 밀리고, 빨간 딱지가 붙어서 경매 처분의 위기가 옵니다. 간신히 돈을 모아서 경매 처분을 막아냅니다. 은행에서 돈을 빌리는 것으로도 손실을 메꿀 수가 없어서, 부모님 손을 빌리고, 친척에게까지 빚을 지고, 전화는 끊어지고... 전기와 수도 요금 낼 돈이 없어서 돈을 구하러 다닐 판국이었습니다. 여기까지는 미친 사람이지만, 집념의 남자라고 봐준다고 해도... 그 다음 내용은 더욱 기가 찹니다.
건강보험료를 내지 못해서 보험증도 뺏기고, 애들 교육비도 내지 못했으며, 딸아이 옷들, 심지어 학용품도 제대로 사줄 수 없었습니다. 이가 없으면 잇몸으로라도 살아라, 그의 가족은 그렇게 버텼습니다. 구멍난 양말에 천을 덧대서 신었고, 몽당연필이 될 때까지 연필을 쓰고, 손에 쥘 수 없을 정도로 연필이 작아지면 테이프로 두 개를 이어 붙여서 나머지 부분까지도 아껴가며 연필을 썼다고 합니다.
기무라 아저씨의 별명. 파산자.
그야말로 가혹한 가난이었습니다. 거진 10년동안 농사 말아먹고, 가계를 파탄내고, ... 자살이라는 극단적인 방법까지 생각하는 기무라 아저씨. 하지만 그런 절망 가운 데서, 희망의 빛을 포착해 냅니다. 흙을 바꿔본다면? 그렇게 그는 자신의 농장 안을 하나의 작은 산, 작은 자연 처럼, 흙을 부드럽게 하고, 흙의 질을 높입니다. 그야말로 자연, 산 속 깊은 곳의 흙처럼 말이지요.
그리고 마침내 드디어 사과가, 사과가 열립니다!!! 기무라는 이 사과나무에 대해서 말합니다.
"인간이 할 수 있는 일이라는 건 그렇게 대단한 게 아니야. 모두들 기무라가 열심히 노력했다고 말하지만, 실은 내가 아니야. 사과나무가 힘을 낸 거지. 이건 겸손이 아니야. 진심으로 그렇게 생각해. 그렇잖아, 인간이 제아무리 애를 써본들 자기 힘으로는 사과 꽃 하나 못 피워."
그의 진심은 따뜻했고, 그는 사과나무를 사랑했습니다. 그리고 그의 말처럼 힘을 낸 사과나무의 열매는 대단했습니다. 1991년 4성급 태풍이 기무라씨 지역인 아오모리현을 덮쳤을 때, 아모모리현 일대 사과나무의 90%가 추풍낙엽처럼 떨어져 내립니다. (태풍 심하게 불면 농사 말아먹지 않습니까 ㅠㅠ. 과일이 귀해지니 값도 엄청 뛰고요) 그런데 기무라 아저씨네의 사과는 대부분이 안 떨어지고 대롱대롱 붙어있을만큼 힘이 있었습니다. 뿌리가 20미터랍니다. 꼭지도 두껍게 나무에 딱 붙어 있었다고 합니다. 자연은 사실 처음부터 이렇듯 굉장한 힘을 가지고 있었던게 아닐까요. 자꾸 농약치고, 개량하고, 효율성 높이고, 많이 얻어내고, 그렇게 에너지를 인위적으로 뽑고 뽑아낸 사과와, 자연의 에너지 덩어리인 무농약 사과의 파워는 이렇듯 그 품격이 달랐던 것입니다.
이 사과의 맛은 생생한 풍미와 신선한 과즙이 살아있다! 라고 다들 평합니다. 게다가 더욱 놀라운 것은 냉장고에 넣지 않고 두 조각으로 가른 채 방치해도, 몇 년이 지나도록 썩지 않고 갈색으로 변하지 않는다 라는 것입니다. 허걱...
안 그래도 동생이 사과를 사왔길래, 맛있게 먹다가, 두어 조각을 남겼는데, 아니나 다를까 하룻밤 지나고 어디 갔다 오니까 갈색사과로 바뀌어 가더군요. 저는 이제까지 사과가 원래 그런 줄 알았습니다... 그런데 사실 진짜 사과는 정말 강한 녀석이었습니다. 태풍도 이겨내고, 색도 안 변하고, 썩지도 않고, 오리지널의 파워는 놀랍기만 합니다.
무농약 농사 - 모두가 절대로 안 된다는 것, 농약없이는 농사 망한다 는 말을 주위에서 듣고, 그렇게 망해가던 파산농부가, 집념으로 사과를 만들어 냈습니다. 그야말로 기적의 사과. 그리고 기적같은 힘을 보여주는 사과입니다. 기무라씨는 자신의 또 다른 책에서는 "나는 나무에 말을 건넨다" 라는 표현을 씁니다. 현대사회에서는 이런 행위는 초등학생이 상상할 때나 하는 일이라고 폄하할 지 모릅니다. 하지만 그는 진지하게 계속 말합니다. "말을 계속 건네다보면 나무의 기분을 알 수 있게 된다" 라고 말합니다. 그는 그토록 자연을 사랑하고, 자연에서 배우려고 합니다. 소중하게 대하려고 합니다.
이 책은 배울 점이 많습니다. 아내를 소중하게 생각하고, 또 어떤 상황에서도 포기하지 않고, 또 몇 번이나 실망하면서도 또 도전해보고, 개선해보고, 그런 인내와 끈기를 배울 수 있습니다. 그리고 마침내 9년이라는 긴 시간 끝에 결실을 맺었다는 것도... 참 감동적입니다. 개인적으로는 또한 저를 다시 돌아보게 되었습니다.
나의 반응에 따라서, 상대방도 반응한다. 이것은 인간관계와 의사소통에 있어서 우리가 잘 아는 부분입니다. 내가 웃으면 상대방도 웃고, 대체로 내가 그 사람을 좋게 생각하면, 그 사람도 나를 좋게 생각합니다. 저는 그 정도의 인식의 한계에 머물고 있었습니다.
돌아보면, 제가 20대에 논리를 중시하게 생각하던 시절, 친구가 "물은 답을 알고 있다"라는 책을 언급하면서 물이 내 말에 따라 반응한다고 이야기 했을 때, 그게 상식적으로 말이 되냐면서 비웃었던 적이 있습니다. 그 뒤로 나이를 먹어가면서 고집(=거의 뭐 아집)과 독선적인 생각이 많이 바뀌어 갔고, 지금 생각해보면 예전의 제 행동을 돌아보면서 많이 반성하고 있습니다.
나무도 반응하고, 물도 반응하는 게 맞을 지도 모릅니다. 이 썩어빠질 물아, 이 썩어빠질 음식아, 라면서 음식을 먹는다면 독이 될 겁니다. 이 고마운 식사... 맛있게 잘 먹겠습니다, 라고 먹을 때, 그 영양분들도 몸과 조화롭게 춤추지 않겠습니까. 모두가 농약으로 사과를 만드는 것이 상식이고(안 그러면 열매가 안 나니까), 갈색으로 변하는 사과가 당연한 것인 줄로 알았음에도, 그게 전부가 아니고, 사과의 참된 진가를 새롭게 비추어주는 한 농부의 진심어린 집념과 끈기에 박수를 보낼 수 밖에 없는 것입니다.
"사과나무는 사과나무 혼자서만 살아갈 순 없어. 주변 자연 속에서 살아가는 생물이었던 거지. 인간도 마찬가지야. 인간은 그걸 잊어버리고, 자기 독자적으로 살아가는 줄 알지..."
그의 이야기는 제 평생 마음에 남을 것 입니다. 함께 살아가지 않으면, 그저 썩어버리고, 말라 죽어버리는 것이 인간입니다. 어울려 살아가고, 다른 사람을 배려하고 생각하고 존중하면서 살아가고, 그렇게 살아갈 때, 인간은 썩지 않는 기적의 사과처럼, 찬란하게 빛나는 진정한 명품 인생, 기적의 인생을 살아간다고 생각해 봅니다. 함께 살아가는 인생은 강합니다. 그 인생은 태풍 속에서도 다시 일어날 수 있을 것입니다.
거짓말로 유혹하는 사회,
인공적인 유혹들 - 고치면 사랑받고 이뻐져, 이걸 사지 않으면 불행하고 아쉬울껄?
야 이 정도도 없으면 이류인생이야, 뿌리고 꾸며야 잘돼, 포장이 얼마나 중요한대...
이것들이 결국 다 농약이 아닐까요. 이것들이 진짜 생명력을 빼앗아 가고,
인간을 "자신답게" 살지 못하게 만드는 것이 아닐까요.
인간은 자신답게, 인간답게 살아간다면, 충분히 "꽃보다 아름다운" 사람이 될 수 있음을 믿습니다. 닉 부이치치라는 사람은 양손도, 양발도 없지만 행복해요, 나는 진짜 웃을 수 있어요 라고 말합니다. 겉이 반짝반짝 빛나지만 열어보면 하루면 변해서 썩어가고 욕하는 사람이기보다는, 겉은 좀 부실해보여도 변함없이 인간을 사랑하고 존중하는 사람이고 싶습니다. 부족한 글 마칩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