리뷰[Review]/책

나나의 네버엔딩 스토리 리뷰

시북(허지수) 2010. 10. 25. 16:18
 후배 녀석이 표지가 예쁜 책을 교회도서관에 기증했더군요. 금나나양의 네버엔딩 스토리 라는 책입니다. 곧바로 빌려가겠다고 싸인하고, 단숨에 읽어내려갔습니다. 평소에도 책 읽는 속도가 느려서, 공공도서관에서 책을 빌리면 일주일에 1권 소화하느라 힘겨운데, 이번에는 "이틀"이라는 빛의 속도로 독파가 가능했습니다. 워낙, 재밌게 글을 잘 썼기도 하고요. 평소 바람이 축구, 책, 영화 등의 다양한 이야기를 하는 것이 목표인데, 오랜만에 책 리뷰 하나 남겨볼까 합니다. (저녁에 시간되면 예전에 거의 정리해 두었던 축구선수 이야기도 마저 쓰도록 하고요 ^^)

 저자 : 금나나, 최지현 / 출판사 : 김영사
 출간 : 2008년 12월 5일 / 가격 : 10,000원
 페이지 : 293 / 판형 : A5


 책에 앞서서 - 저는 약 10년전, 서울 교대 앞의 어느 비오는 날을 잊을 수 없습니다. 명문대를 나오셨고, 엘리트코스를 밟아왔던 은사님은 30대 후반의 나이였고, 저는 막 검정고시를 패스하고 스무살이 되었던 청년이었지요. 저는 당연히, 배운 게 많고, 똑똑한 사람이라면, 분명히 자신의 갈 길이 있고, 하고 싶은 일은 있을 것이라 믿어 의심치 않았습니다. 은사님은 너무나 좋으셨던 분이라, 한 마디 한 마디를 늘 새겨서 배워왔었고요. 그런 은사님과 작별의 시간에, 저는 물었습니다. "이제 무엇을 하실껀가요?", 돌아온 답변은 전혀 뜻밖이었습니다. 비를 피하면서 은사님은 천천히 웃으면서 말했습니다. "글쎄, 잘 모르겠다. 찾아보고 있는 중이다"

 그 태도는 평생 제 마음 속에 남아서, "잘 모르기 때문에, 배워야 하고, 잘 모르기 때문에, 찾아야 한다"는 습관을 가지게 만들었습니다. 금나나양은 미스코리아에, 한국에서 의대를 다니다가, 미국 하버드로 건너가서 어렵게 공부를 마쳤습니다. 이 20대 중반의 아가씨는 인터뷰에서 솔직히 말합니다. "진로는 앞으로 잘 모르겠다" 라고... 나는 그런 태도가 너무나 좋습니다. 억지로 짜맞추지 않고, 찾아가려는 그 태도가 제게는 참 근사하게 느껴집니다. 10년 전의 제 은사님처럼 말이지요...

 솔직히 말하면, 우리는 무엇인가를 억지로 갖다붙이고, 합리화 하고, 그럴싸 하게 만드는 것을 잘 하고, 아무런 거리낌 없이 미화해 버립니다. 자신을 냉정하게 돌아보고, 반성하고, 날 것 그대로인 모습을 잘 보려고 하지 않습니다. 어쩌면 우리는 "화장의 시대"를 살고 있는 지도 모릅니다. 진짜 모습은 어디 있는지 너무 화장이 짙어서 보이지가 않습니다. 강조하고 싶은 것은 바로 이 점입니다. "진짜로 당신이 원하는 것은 무엇인가요"

 부끄러운 고백을 좀 더 말하자면, 저는 10대 후반에 여러가지 근사한 꿈 중에서 의사를 목표로 정하고, 사람들에게 말하고 다니곤 했습니다. 사람들도 "우와~ 잘 어울릴 꺼 같아. 멋진데." 등의 피드백을 해주었지요. 나는 내 나름대로 정한 내가 의사가 되고 싶은 이유 7가지를 갖다 붙였습니다. 뭐, 결국 의대도 못 갔을 뿐더러, 단지 그럴싸하게 보이는 꿈으로 자신을 포장하고 싶은 "욕망"이었을 뿐이지요. 나는 그 때만해도 내가 무엇이 되고 싶은지, 무엇을 잘하는 지 조차도 개념이 없었던 소년일 뿐이었습니다. 지금도 경계하는 것이 있다면, 그럴싸한 사람으로 보이고, 그럴싸한 글을 쓰는 사람이 될까봐 조심스럽습니다.

 금나나양은 하버드에 합격하고 처음에는 좋았지만, 입학이 다가오자, 영어 등의 압박감이 엄습해서 심한 괴로움을 겪게 됩니다. 수업시간에 들어가보니 알아들을 수 없는 수업을 하고 있고, 자신의 실력이 단지 "착각이고 환상"임을 깨닫게 됩니다. 어쩌겠습니까. 오기로 공부하고, 또 공부해서, 어느 정도 수준까지 실력을 업그레이드 시켜냅니다. 그 과정이 눈물겹기도 하고, 공부하다가 좀비가 된다는 그런 표현들이 너무 절실하게 느껴져서, 많이 배우게 되었습니다.

 책 내용 중에 스님께서 조언하는 내용이 나옵니다. "난행을 능히 행하는 자만이 힘을 얻을 수 있다" 이 부분이 큰 감동을 주어서, 아마 10번 정도는 계속 읽으면서, 그 의미를 깊이 생각해 보았습니다. 저는 여기서 영화 쇼생크 탈출의 주인공이 오버랩 되었습니다. 영화에서는 주인공이 감옥을 탈출하려고 하는데, 가진 것은 조그만한 망치 뿐이고, 사방은 벽이고... 그런데 주인공은 계속해서 벽을 팝니다. 파고, 또 파고... 나중에 그는 감옥에 갇혀 있음에도 확신에 찬 목소리로 말합니다. 나는 여기서 나가면 내가 꿈꿔왔던 일들을 할꺼야. 라고. 그 자신감과 결연한 의지의 태도가 참 멋있었지요. 그 태도의 비결은 역시 "계속 행함"이라는 것에 뿌리를 두고 있음을 재차 생각하게 되었지요.

 무엇인가를 계속 하기란 사실 어렵습니다. 때려치우면 편할텐데, 이것만 없다면 좋을텐데... 그런 편한 길을 거부하고, 계속 해나가려면 지겨움과 싸워야 하고, 하기 싫을 때도 해야 하고, 고통이 뒤따르게 됩니다. 이른바 "난행"이라 할 수 있지요. 그런데 여기에 힘의 비밀이 있었던 겁니다. 어려운 일들을 하는 사람은 그만큼의 힘을 가지게 되는 것입니다. 고통스러운 전진이, 결국 성장을 만들어 내는 것입니다. 제일 무섭고 강한 사람이 있다면, 매일 책을 읽고, 도전하는 삶을 사는 사람입니다. 그는 어쩌면 매일을 상처받을지 모르지만, 그만큼 더 많은 것을 보게 될 것입니다.

 제가 경험 상 분명히 강조할 수 있는게 있습니다. "난 원래 이것 밖에 안 돼. 해봐야 뭐 뻔하지 않겠어. 그냥 그저 그렇게 살래..." 그리고 자신의 인생을 낭비하기 시작합니다. 그러나 그 맞은 편에는 다른 생각을 가진 사람들도 있습니다. "난 능력도 없고 이것 밖에 안 돼. 그래도, 그래도 해볼께, 도전해보고, 시도해볼께, 나는 내가 하고 싶은 것들을 찾아 볼래..." 세월이 흐르면, 첫 번째 사람과 두 번째 사람은 다를 수 밖에 없습니다.
 
 자기계발 분야의 대가 켄 블랜차드는 재밌는 이야기를 강조합니다. "그 사람의 10년뒤를 알 수 있는 방법이 있어요. 지금 그 사람이 무엇을 하고 있는지를 살펴보면 되지요. 10년 뒤 그 사람은 자신이 노력한 딱 그 만큼만 바뀌어 있을 겁니다." 금나나양이 10년 뒤에 무엇을 하고 있을지는 모르지만, 노력하는 태도를 잃지 않고, 계속 길을 찾아 나간다면, 근사한 곳에 도착해 있을 것이라 생각합니다.

 나나양이 소개하는 인상적인 대목을 하나 더 소개하자면 - 어떤 하버드 최우수 졸업생에게 인터뷰가 들어옵니다. 엘리트 코스를 밟아 왔을 것이고, 멋진 야망도 있을 거 아니겠습니까. 앞으로 뭐할꺼냐는 질문에 졸업생은 이렇게 대답합니다. "지금보다 글을 잘 쓰고 싶습니다." 나는 이 대답이 너무나 멋져서, 오래도록 음미했습니다. 여기서 포인트는 무엇일까요. 글을 잘 쓰는 것? 작가로 이름을 날리는 것? 저는 이렇게 생각합니다. 그는 "지금보다 좀 더" 나은 자신의 모습을 꿈꾸고 있는 것입니다. 이제까지의 나와, 오늘의 나와의 싸움. 그것이 참 좋았습니다. 내 인생의 최대의 작품은 내가 다음에 낼 작품이다 라고 말하고, 자신에게 주어진 일에 몰두하는 그 자세가 나는 정말 좋습니다.

 제 블로그에 종종 와주시는 2030 여러분, 그리고 10대 청소년 여러분. 우리의 인생도 아직 미완성입니다. 끝난게 아닙니다. 하고 싶은 일에 도전해 보고, 자신이 잘 하는 일이라면 과감히 시도해 보는 건 어떻습니까. 두려움이야 물론 있겠지요. 그러나 도망치지 않고 걷다보면 기회와 마주칠 수도 있습니다. 직접 부딪혀 보고, 깨져도 보면서, 자신의 다양한 가능성을 찾아보는 것은 어떻습니까. 상처 받고, 때로는 울고, 그리고서 또 다시 일어나서 길을 걸어가는 사람들을 보면서, 저는 많은 힘을 얻곤 합니다. 기억이 약간 흐릿한데 독일의 한 작가가 그런 이야기를 했습니다. - 우리는 매일 매일 "힘내라" 라고 격려해야 한다, 우리는 약하고, 그런 격려가 매일 필요하기 때문이다. - 라고 표현했습니다. 저도 같은 말을 해드리고 싶습니다. 힘내서 열심히 해나갑시다. 괜찮으니까, 힘내서 도전합시다. 한 번 뿐인 인생인데, 세상을 뒤집지는 못할지라도, 따뜻한 변화를 남기고, 고마운 흔적을 남기고 갈 수는 있습니다. 도전하고, 격려하고, 노력하면, 그만큼 더 성장할 것입니다. 이제 할 수 없다는 초점은 버려봅시다. 잠재력이 살아 숨쉬게 되고, 자신의 재능을 발견하고, 그래서 끊임없이 노력하는 사람이 되기를... 스스로에게도, 여러분에게도 조용하고 따뜻하게 소망해봅니다. 이것으로 오늘의 리뷰는 마칠께요. 다음에 또 만나뵙겠습니다 ^^